[초점] 미분양도 양극화···"중견‧중소건설사 버틸 힘 없다"
[초점] 미분양도 양극화···"중견‧중소건설사 버틸 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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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재고 1만호 넘는데···대형건설사 '밀어내기 분양'까지
경남 8위 중견사 부도, 올해만 14번째···'좀비기업'도 증가
"내년도 경기 불황 이어져 부도 사태 맞는 기업 늘어날 듯"
부산 부산진구 시내 전경 (사진=오세정 기자)
부산 부산진구 시내 전경.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사진=오세정 기자)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국내 주택시장 한파가 장기화함에 따라 지방 미분양 물량을 미처 해소하지 못한 중견·중소건설사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대형 건설사들까지 지방 중소도시를 대상으로 1만 가구 규모의 신규 공급에 나설 예정인 만큼 지역 주택 사업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중견 이하 건설사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6일 국토교통부 주택 통계 자료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10월 말 기준 전월보다 2.5%(1507호) 줄어든 5만8299호를 기록했는데 이 중 87%(5만972가구)는 비수도권에 쏠린 것으로 집계됐다. 대구(1만376가구) 경북(7376가구) 충남(5324가구)에서는 5000가구 이상이 주인을 찾지 못했다. 같은 기간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만224가구로, 지난 2021년 2월(1만779가구) 이후 2년8개월 만에 1만가구를 넘었는데 이 역시 80.7%(7677호)가 비수도권에 몰려있다.

이 가운데 시공능력평가 상위권의 대형 건설사들이 올해 경기침체 속에서 미뤄왔던 물량을 이달 중 밀어내기 분양에 나서면서 하위 건설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현재 분양이 예정된 건설사는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현대건설 등이다. 지역별로는 경남 김해, 경북 영주, 충남 아산, 충북 청주, 전남 광양, 전북 전주 등에서 공급이 이뤄진다. 분양 물량은 9개 단지, 9516가구의 일반분양이 준비 중이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830가구 대비 약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해외사업이나 플랜트, 토목, 신사업 등 비주택으로 실적 방어를 할 수 있는 대형 건설사와 달리 주택사업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지역 기반 중견‧중소형 건설사의 경우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 악성 재고가 쌓인다고 마냥 사업을 지체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사업이 미뤄질수록 그만큼 금융비용 증가로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분양 수익을 통해 자금을 융통해야 하는 상황에선 '울며 겨자 먹기'로 분양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호황에는 소형 단지나 외곽지도 실수요나 투자 목적의 수요가 있지만 지금과 같은 침체기엔 지방에서도 입지와 브랜드에 따라 분위기가 극과 극으로, 분양가가 다소 높더라도 좋은 입지나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는 수요가 있지만 중소형 작은 단지의 경우는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특히 작년부터 계속 분양이 미뤄진 데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도 묶여있는 사업장의 경우 분양을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중견 건설사 관계자 역시 "미분양이 쌓이더라도 더 이상 사업 진행을 미룰 수는 상황"이라면서 "착공에 들어가야 하니까 손실이나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분양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고금리와 자금 경색까지 겹치며 지방‧중소형 건설사들이 도산 위기에 내몰렸다. 실제 금융결제원은 지난 1일 남명건설에 대해 당좌거래정지를 공시했다. 종합건설 시공능력 전국 285위, 경남 8위의 남명건설은 장기 미회수 공사대금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다가 결국 만기 어음 12억4000만원을 막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을 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부도처리가 난 건설업체는 총 13곳이다. 폐업 신고(변경·정정·철회 포함) 업체도 지난해 같은 기간(304곳)보다 67.4% 증가한 512곳으로 집계됐다.

이자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재무구조가 취약한 이른바 '좀비기업'도 증가세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자료를 보면 기업의 채무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잠재적 부실기업 비중은 2018년 32.3%(642개사)에서 지난해 41.6%(929개사)까지 증가했다.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한계기업'도 지난해 387개사에 달했다. 한계기업 비중 역시 2020년 15.8%에서 지난해 18.7%로 계속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중견 이하 건설사들의 어려움이 커지면서 부도를 맞는 업체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분양이 쌓이는 가운데 대형 건설사들이 올해 인허가가 밀렸던 곳들이나 더 미룰 수 없는 사업장들을 밀어내기 공급하게 되면 지방에 분양을 앞둔 중견‧중소형 업체들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면서 "작년부터 급격히 자금난이나 유동성 위기를 겪은 건설사들이 잇따라 부도 사태를 맞고 있는데 경기 불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이 같은 업체들이 더 생겨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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