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역량 점검上] "슈퍼앱 뭐길래"···앱 통합에 사활건 은행권
[디지털 역량 점검上] "슈퍼앱 뭐길래"···앱 통합에 사활건 은행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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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앱'에서 은행·카드·증권 등 전 서비스 제공
간편한 통합서비스 니즈 커져···트래픽 해소 '관건'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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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슈퍼애플리케이션(원앱)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간편하고 접근성 높은 플랫폼에 대한 고객 니즈에 맞춰 분산돼 있던 여러 앱을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한편으론, 슈퍼앱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도 적잖다. 은행, 카드, 증권, 보험 등 전 금융서비스가 한 곳에 모이는 만큼 트래픽 과부하 현상을 방지할 기술은 물론 보안 및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요구도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금융 시대에 '생존 전략'이 되고 있는 은행들의 슈퍼앱 준비 현황과 여러 가지 장벽들을 두차례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주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은행, 카드, 증권, 보험 등 전 금융서비스를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제공하는 '슈퍼앱 서비스'가 금융권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슈퍼앱 선두주자인 KB금융과 한층 심화된 기능의 유니버셜앱 구축을 준비 중인 신한금융에 이어 우리금융, 농협금융 등도 통합서비스 앱 구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나금융의 경우 하나의 앱을 지향하진 않지만 전 금융서비스 간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요 금융회사의 앱 운영 전략이 모두 '통합서비스 제공'에 맞춰져 있는 셈이다.

은행들이 슈퍼앱 구현에 돌입한 이유는 보다 쉽고 간편한 금융플랫폼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몇 년 새 인터넷전문은행, 빅테크·핀테크 등 간편하고 친근한 앱들이 인기몰이를 하면서 슈퍼앱 구현에 대한 필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기존에 금융그룹들은 10~20개에 달하는 계열사 개별 앱 운영 전략을 고수해왔는데, 소비자 입장에선 일일이 앱을 설치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실제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해 말 발간한 '모티즌(모바일+네티즌 합성어)인 MZ세대의 금융플랫폼 이용행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참여한 만 19~41세 전국 2000명 중 50.1%(2위)가 향후 금융 앱에서 제공한다면 이용할 의향이 있는 서비스로 '슈퍼앱'을 꼽기도 했다.

기존의 개별 앱 운영 전략은 트래픽이 한꺼번에 몰려 앱 작동이 멈추거나 느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보안이 중요한 금융업인 만큼 보다 보수적으로 앱을 운영했던 측면도 있다. 그러나 보안 등 기술이 발전하면서 하나의 앱으로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또 앱 접속·이용 고객수가 플랫폼 성장 속도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란 점을 금융사들이 깨닫게 되면서 트래픽을 한 곳으로 모을 필요성도 커졌다.

슈퍼앱 대표 주자인 KB금융은 KB국민은행의 'KB스타뱅킹'을 중심으로 총 6개 계열사의 70여개 핵심 서비스를 연결·제공하고 있다. 특히, 일상생활과 밀접한 주식, 카드, 자동차, 통신 등 10가지 카테고리를 통해 금융과 비금융서비스를 넘나드는 허브(Hub) 플랫폼을 구현했다. KB금융 고객이라면 KB스타뱅킹을 통해 KB증권의 주식매매, 공모주 청약 서비스와 KB손해보험의 자동차보험, KB캐피탈의 중고차 매물 조회 서비스까지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오픈뱅킹,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KB 계열 계좌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고, 간편한 자산관리도 가능해졌다.

신한금융은 '신한 쏠(은행)'과 '신한플레이(카드)' 등 2개 앱을 주축으로 하면서 동시에 전 계열사의 핵심 금융서비스만 모아놓은 새로운 유니버셜앱을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쏠과 플레이 앱이 각각 1000만명에 육박하는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보유한 만큼 한쪽으로 통합시키기보다 핵심 기능만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별도 앱을 만들고, 앱 간 연결을 강화하는 '투 포지션(Two-position)' 전략을 취하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앱을 하나로 합치는 '슈퍼앱'의 개념을 넘어, 이미 활성화돼 있는 각각의 플랫폼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여러 금융서비스를 한번에 이용할 수 있는 통합 앱을 따로 만드는 전략"이라며 "앱의 기능과 서비스가 뻗어나간다는 의미로 '유니버셜앱'이라고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과 농협금융도 내년 출시를 목표로 슈퍼앱 개발에 돌입한 상태다. 우리금융은 우리은행 앱 '우리원(WON)뱅킹'을 넘어서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슈퍼앱 '뉴원뱅킹'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뉴원뱅킹 추진을 위한 '뉴원추진부'를 신설하기도 했다. 뉴원뱅킹에서는 은행뿐 아니라 카드, 자산관리 등 전 계열사의 금융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농협금융은 오는 2025년 2월까지 농협의 전 금융서비스를 통합 제공할 수 있는 슈퍼앱을 구축할 예정이다. NH농협은행의 '올원뱅크'를 고도화하는 방식으로, 전 금융시스템을 신기술 기반의 클라우드 인프라 시스템으로 전환, 보다 안정적이면서 획기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하나금융은 앱 연계 강화를 통해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하나의 앱을 기반으로 하는 '슈퍼앱'을 목표로 하진 않지만 은행, 자산관리, 지급결제 등 그룹 내 앱 간 연결이 쉬워지도록 플랫폼 고도화를 실시간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진정한 슈퍼앱 구현을 위해선 트래픽 과부하 문제 해소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금융사들은 트래픽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과부하 문제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슈퍼앱은 더 편리하고 쉬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인데, 트래픽이 몰려 앱 접속이 지연되면 오히려 고객들에게 불편을 주게 되는 거라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전산시스템 개발·모니터링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며 "트래픽이 몰리면 바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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