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한 통합서비스 니즈 커져···트래픽 해소 '관건'

은행들이 슈퍼애플리케이션(원앱)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간편하고 접근성 높은 플랫폼에 대한 고객 니즈에 맞춰 분산돼 있던 여러 앱을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한편으론, 슈퍼앱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도 적잖다. 은행, 카드, 증권, 보험 등 전 금융서비스가 한 곳에 모이는 만큼 트래픽 과부하 현상을 방지할 기술은 물론 보안 및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요구도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금융 시대에 '생존 전략'이 되고 있는 은행들의 슈퍼앱 준비 현황과 여러 가지 장벽들을 두차례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주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은행, 카드, 증권, 보험 등 전 금융서비스를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제공하는 '슈퍼앱 서비스'가 금융권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슈퍼앱 선두주자인 KB금융과 한층 심화된 기능의 유니버셜앱 구축을 준비 중인 신한금융에 이어 우리금융, 농협금융 등도 통합서비스 앱 구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나금융의 경우 하나의 앱을 지향하진 않지만 전 금융서비스 간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요 금융회사의 앱 운영 전략이 모두 '통합서비스 제공'에 맞춰져 있는 셈이다.
은행들이 슈퍼앱 구현에 돌입한 이유는 보다 쉽고 간편한 금융플랫폼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몇 년 새 인터넷전문은행, 빅테크·핀테크 등 간편하고 친근한 앱들이 인기몰이를 하면서 슈퍼앱 구현에 대한 필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기존에 금융그룹들은 10~20개에 달하는 계열사 개별 앱 운영 전략을 고수해왔는데, 소비자 입장에선 일일이 앱을 설치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실제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해 말 발간한 '모티즌(모바일+네티즌 합성어)인 MZ세대의 금융플랫폼 이용행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참여한 만 19~41세 전국 2000명 중 50.1%(2위)가 향후 금융 앱에서 제공한다면 이용할 의향이 있는 서비스로 '슈퍼앱'을 꼽기도 했다.
기존의 개별 앱 운영 전략은 트래픽이 한꺼번에 몰려 앱 작동이 멈추거나 느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보안이 중요한 금융업인 만큼 보다 보수적으로 앱을 운영했던 측면도 있다. 그러나 보안 등 기술이 발전하면서 하나의 앱으로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또 앱 접속·이용 고객수가 플랫폼 성장 속도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란 점을 금융사들이 깨닫게 되면서 트래픽을 한 곳으로 모을 필요성도 커졌다.
슈퍼앱 대표 주자인 KB금융은 KB국민은행의 'KB스타뱅킹'을 중심으로 총 6개 계열사의 70여개 핵심 서비스를 연결·제공하고 있다. 특히, 일상생활과 밀접한 주식, 카드, 자동차, 통신 등 10가지 카테고리를 통해 금융과 비금융서비스를 넘나드는 허브(Hub) 플랫폼을 구현했다. KB금융 고객이라면 KB스타뱅킹을 통해 KB증권의 주식매매, 공모주 청약 서비스와 KB손해보험의 자동차보험, KB캐피탈의 중고차 매물 조회 서비스까지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오픈뱅킹,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KB 계열 계좌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고, 간편한 자산관리도 가능해졌다.
신한금융은 '신한 쏠(은행)'과 '신한플레이(카드)' 등 2개 앱을 주축으로 하면서 동시에 전 계열사의 핵심 금융서비스만 모아놓은 새로운 유니버셜앱을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쏠과 플레이 앱이 각각 1000만명에 육박하는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보유한 만큼 한쪽으로 통합시키기보다 핵심 기능만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별도 앱을 만들고, 앱 간 연결을 강화하는 '투 포지션(Two-position)' 전략을 취하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앱을 하나로 합치는 '슈퍼앱'의 개념을 넘어, 이미 활성화돼 있는 각각의 플랫폼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여러 금융서비스를 한번에 이용할 수 있는 통합 앱을 따로 만드는 전략"이라며 "앱의 기능과 서비스가 뻗어나간다는 의미로 '유니버셜앱'이라고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과 농협금융도 내년 출시를 목표로 슈퍼앱 개발에 돌입한 상태다. 우리금융은 우리은행 앱 '우리원(WON)뱅킹'을 넘어서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슈퍼앱 '뉴원뱅킹'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뉴원뱅킹 추진을 위한 '뉴원추진부'를 신설하기도 했다. 뉴원뱅킹에서는 은행뿐 아니라 카드, 자산관리 등 전 계열사의 금융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농협금융은 오는 2025년 2월까지 농협의 전 금융서비스를 통합 제공할 수 있는 슈퍼앱을 구축할 예정이다. NH농협은행의 '올원뱅크'를 고도화하는 방식으로, 전 금융시스템을 신기술 기반의 클라우드 인프라 시스템으로 전환, 보다 안정적이면서 획기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하나금융은 앱 연계 강화를 통해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하나의 앱을 기반으로 하는 '슈퍼앱'을 목표로 하진 않지만 은행, 자산관리, 지급결제 등 그룹 내 앱 간 연결이 쉬워지도록 플랫폼 고도화를 실시간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진정한 슈퍼앱 구현을 위해선 트래픽 과부하 문제 해소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금융사들은 트래픽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과부하 문제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슈퍼앱은 더 편리하고 쉬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인데, 트래픽이 몰려 앱 접속이 지연되면 오히려 고객들에게 불편을 주게 되는 거라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전산시스템 개발·모니터링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며 "트래픽이 몰리면 바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