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 계열 증권사 CEO 거취 '희비'···"실적보단 중장기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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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임기 내 경영 성과 인정' 연임···하나, '사업 다각화 염두' 교체
신한, 지주 회장 바뀌어 '안갯속'···"예상 벗어난 발탁 인사 가능성"
사진=서울파이낸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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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임기 만료를 앞둔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명운이 엇갈리고 있다. '변화' 대신 '안정'에 방점을 둔 인사가 이뤄졌는데, 당장의 실적보다는 중장기 성장 전략과 위기 극복을 위한 리더십 등이 높게 평가됐다는 분석이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지주사 등이 변수로 작용, 예상과 다른 전개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금융지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전날 박정림·김성현 KB증권 각자대표를 대표이사로 추천했다. 추천된 후보는 이달 중 KB증권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최종 심사 및 추천을 통해 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 연임이 확정되면 두 사장은 내년 12월 말까지 1년 더 KB증권을 이끌 예정이다. 동시에 통합 KB증권 사상 최장수 CEO에 등극하게 된다.

당초 이들의 연임 전망이 낙관적이지만은 않았다. 특히 박정림 사장은 '라임 사태'와 관련, 지난 2020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문책경고' 처분을 받은 상태다. 문책경고는 향후 금융사 취업이 3~5년간 제한되는 중징계에 해당된다. 더구나 임기를 4년(2년+1년+1년) 보낸 점도 변수였다. KB금융지주 계열사 대표 임기는 5년 이상 채운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올해 KB증권 실적이 전년과 비교해 크게 꺾인 점도 불안 요인이었다.

하지만 KB금융지주는 두 사장의 임기 내 경영 성과에 보다 주목했다. 중장기 경영전략 분야의 추진력,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역량 등에서 높은 점수를 줬다. 자산관리(WM)를 맡은 박 사장은 '업계 톱2 증권사'로 이끌 리더십을 갖춘 점이, 투자은행(IB) 부문을 담당하는 김 사장은 국내 IB 최강자로의 영향력을 지속 확대할 추진력·전문성을 겸비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  

반면, '최연소 CEO'로 연임이 예상됐던 이은형 하나증권 사장은 2년 만에 물러났다. 하나증권은 올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7.6% 증가한 1538억원을 기록했다. 타 증권사들이 어닝쇼크를 기록한 중에도 크게 선방했다. 이 사장이 나무랄 데 없는 경영 성과를 보였지만, 하나금융지주는 수익 다각화를 위해 CEO 교체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관측된다. 

하나금융지주는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강성묵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사장을 하나증권 CEO 후보로 추천했다. 임추위는 "불안정한 금융 시장 상황 속에서 IB에 편중돼 있는 업무 비중을 리테일과 자산관리(WM) 중심으로 손님 기반을 확대하고, 그룹사와의 협업을 통해 하나증권의 제2의 도약을 이끌 수 있는 강 사장을 내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이영창 신한투자증권 사장의 거취는 섣불리 판단하기 쉽지 않다. 지난 2020년 여러 사모펀드 사태 진화를 위해 선임된 이 사장은 재임 기간 동안 내부통제 시스템 정비와 조직·인력 쇄신을 통한 체질개선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연임에 성공, '기본 2년+연임 1년' 임기를 채웠다. 최근엔 헤리티지 펀드 등 사모펀드 이슈도 일단되면서 2연임 가능성이 나왔다. 

하지만 이 같은 요인과 별개로, 인사 결정권을 갖고 있는 신한금융지주의 조용병 회장이 물러난 점은 변수로 거론된다. 3연임할 것으로 예상됐던 조 회장이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차기 회장으로 추천됐다. 이에 따라 주력 계열사 사장단에도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사장이 물러나 김상태 단독대표 체제로 변경될지, 아예 다른 수장으로 교체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증권사 CEO의 명운을 결정 짓는 요소는 가시적 성과보다는 중장기적 성장을 이끌 경영 전략과 리더십, 불확실한 환경에서 특정 분야를 부각시킬 전문성 등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면서 "주로 변화보다 안정을 택하는 인사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의 경우, 지주의 상황에 따라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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