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에···안전자산 '금·달러' 동반 상승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에···안전자산 '금·달러' 동반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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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외화예금 사상 첫 1000억달러 돌파
금값 연중 최고치···은행 골드바 거래량↑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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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외화예금 잔액과 금값이 모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장기화 우려에 안전자산인 달러와 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개인, 기업 등이 보유한 외화예금은 1007억7000만달러로 전월보다 65억7000만달러 늘었다. 외화예금이 1000억달러를 넘은 것은 지난 2012년 6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외화 가운데서도 달러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외화예금 전체의 약 87%를 차지하는 달러화예금의 경우 전월보다 53억7000만달러 증가한 875억2000만달러로 집계됐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에 모인 달러예금 잔액도 크게 늘었다. 4대 은행의 지난달 말 달러예금 잔액은 541억1700만달러로 전월(518억7900만달러)보다 22억3800만달러 증가했다. 4대 은행에서 전월 대비 증가액이 2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2019년 8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는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등 우리나라를 둘러싼 대외 여건이 악화되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심리가 커졌을 때였다.

달러뿐만 아니라 금에 대한 투자심리도 확대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7일 오후 3시46분 KRX금시장에서 금 1g은 전날보다 0.62% 내린 7만502.16원에 거래되고 있다.

금값은 지난 11일 올해 처음으로 7만원 선을 돌파했고 16일에는 연중 최고치인 7만943.33원에 거래를 마치기도 했다. 올해 금값이 가장 저렴했던 3월 5일(6만2300원)과 비교하면 13% 이상 올랐다.

국내 금값에 영향을 주는 국제 금값도 오르는 추세다. 16일(현지시각)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국제 금 가격은 전일보다 0.66% 내린 온스당 1853.6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보다 가격은 소폭 내렸으나 최근 5개월 새 최고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1년 만에 최대치인 6.2%를 기록하는 등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대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인 금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달러와 금은 안전자산으로서 상호 보완적인 성격이 강한 만큼 통상 달러가 강세일 때 금은 약세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환율이 크게 오르는 등 달러가 강세인 상황에서 금이 동반 강세를 보이는 것은 그만큼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크다는 의미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은 미 연준(Fed)의 테이퍼링 시행과 달러 강세에도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시장 예상보다 높게 발표되며 인플레이션 경계감이 높아진 영향에 상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섭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팀장은 "금 가격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헷지(손실 대비 수단) 차원에서 오르는 것으로 보인다"며 "달러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는데 환율이 너무 많이 오른 상황이라 시장을 좀 더 지켜보자는 수요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값이 오르면서 골드바 등 실물 금 거래도 크게 늘었다. 신한은행을 제외하고 국민·하나·우리·NH농협 등 4대 은행의 이달 1~12일 골드바 판매량은 53억5430만8366원으로 지난달 판매량(34억8445만4207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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