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조이기' 2금융권으로 확대
"증가율 제한해야"···대출중단 가능성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시중은행에 이어 저축은행에서의 자금조달길도 막힐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 당국의 전방위적 대출 규제 드라이브 속에 2금융권을 찾는 발길이 급증하면서 일부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금융 당국이 요구하는 기준선을 넘어선 상태다.
금융 당국도 저축은행에 가계대출 속도를 조절하라며 급제동을 걸었다. 총량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저축은행이 늘고 있는 만큼, 일각에선 대출을 필요로 하는 취약차주들의 돈 빌리기도 더욱 힘들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SBI저축은행과 애큐온저축은행, 한국투자저축은행 등 저축은행 3곳과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를 불러 가계대출 증가율을 제한하라고 당부했다.
이 자리에서 금융위는 이들 업체 관계자에게 앞으로 가계대출 증가세를 어떻게 관리해 나갈 계획인지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업계에 제시한 증가율 목표치인 21.1%를 지키라는 것이다.
금융위는 지난 24일엔 금리할인 등 공격적인 영업을 이어가는 KB저축은행 관계자를 불러 총량 관리를 요구하기도 했다. 앞서 KB저축은행은 지난달 31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가계신용대출 취급 규모를 지나치게 확대하고 있다는 이유로 경영 유의사항 4건, 개선사항 1건을 통보받은 바 있다.
이처럼 당국이 저축은행들을 향한 경고를 이어가는 것은 일제히 대출 문턱을 높이는 은행권 옥죄기에 2금융권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를 우려해서다.
실제로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저축은행 17곳은 가계대출 증가율이 21.1%를 넘어섰다. 센트럴저축은행, 대신저축은행, KB저축은행, 신한저축은행, NH저축은행 등 지방의 중소형 저축은행과 은행계 저축은행이 대부분으로, 이들의 가계대출 증가속도는 지나치게 가파른 수준이다.
이번에 당국이 소환한 SBI저축은행을 비롯한 대형 저축은행들은 비교적 한도가 여유로운 상황이지만, 이마저도 방심해선 안 된다는 것이 당국의 시각이다. 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수요자들은 더 높은 이자를 부담하더라도 자금을 조달하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급한 불부터 끄자는 심리다.
계속되는 당국의 압박에 따라 저축은행들은 향후 대출 문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부 업체는 신규 대출유입을 자제하고 기업금융에 더 집중하거나, 만기연장 신청을 막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신규 대출상품 출시를 계획 중이었지만, 상황을 좀 더 지켜본 후 내놓기로 했다"면서 "가계대출 속도를 조절하려면 신규 대출을 줄이고, 만기연장 신청건은 가급적 거절하는 방향으로 갈 것 같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한시적으로 신규 가계 부동산담보대출을 중단한 NH농협은행처럼 대출 중단 사태가 이어질 수도 있다. 대출총량 목표치를 넘어선 저축은행의 경우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CK저축은행은 최근 신용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주택담보대출 판매를 일시 중단했으며, 나머지 가계대출 관리에 경고등이 켜진 곳들도 대출 중단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2금융권 단도리를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에 가계대출을 취급하는데 있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면서 "당장 대출이 막히진 않겠지만, 만기연장이 어렵게 되거나 지방 저축은행이나 은행계 저축은행에선 대출중단 사태가 번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