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P 유치경쟁 치열···은행권, 수수료 면제로 '맞대응'
IRP 유치경쟁 치열···은행권, 수수료 면제로 '맞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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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銀, 시중은행 중 첫 면제···은행권 기류 변화 감지
업계 "수익률 제고 없인 수수료 면제 효과도 미미"
한 은행의 대출 창구 (사진=서울파이낸스DB)
한 은행의 대출 창구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개인형 퇴직연금(IRP) 시장을 둘러싼 증권사와 은행 간 고객 유치전이 치열해지면서 시중은행에서도 '수수료 면제' 카드가 등장했다. 은행권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는 증권사로 고객이탈 현상이 뚜렷해지자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지방은행에 이어 시중은행도 수수료 면제 움직임에 나선 만큼, 다른 은행 역시 수수료 정책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수익률이 뒤처지는 상황에서 증권사로의 머니무브를 얼마큼 막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달부터 인터넷뱅킹과 우리WON뱅킹으로 개인형 퇴직연금(IRP)에 가입한 모든 고객에게 운용 및 자산관리수수료를 전액 면제하기로 했다.

노후준비와 세액공제를 동시에 할 수 있는 IRP는 연간 700만원을 납입하면 최대 115만5000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가입자가 부담하는 합산수수료는 금융회사별로 연간 0.1%~0.5% 수준이다.

그간 우리은행은 퇴직금의 경우 평가액이 1억원 미만일 때 운용관리·자산관리 수수료로 연 0.35%, 개인부담금은 0.22%가량을 받아왔는데, 이번 조치로 비대면 IRP 가입 고객은 이런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우리은행은 새로 가입한 고객뿐 아니라 이전에 IRP를 비대면으로 가입한 고객에게도 향후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IRP 점유율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게 우리은행 측 설명이다.

업계에선 주요 시중은행이 수수료 제로를 선언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은행들은 그간 캐시백, 선물 증정 이벤트 등 마케팅을 활용하면서도 수수료 제로 경쟁은 힘들다는 입장이었던 만큼, 우리은행의 이번 조치가 기류 변화를 가져올지 예의주시하는 눈치다. 

실제 올 초부터 삼성증권, 하나금융투자, 미래에셋증권, 유안타증권, 신한금융투자, KB증권 등이 IRP 수수료를 경쟁적으로 없앨 때도 은행권에선 비교적 IRP 자산규모가 적은 지방은행에서만 수수료 면제에 동참했다.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 리츠, 인프라펀드 등으로도 운용할 수 있는 증권사와 달리 은행의 경우 IRP를 펀드나 원리금보장형상품으로만 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수료 수익을 포기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공격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려는 고객들의 인식 변화와 함께 수수료 면제 공세로 증권사들이 고객들을 빠르게 흡수하자, 은행들도 기존 고객을 지키고, 신규 고객 유입에 나서야 한다는 위기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더구나 한 은행이 '수수료 0원'에 동참 한터라 나머지 은행들도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 은행에서 수수료 면제에 나서면 나머지 은행들도 동참하기 마련"이라면서 "그동안 수수료를 인하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었지만, 증권사는 물론이고 수수료가 없는 은행으로의 고객 쏠림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면제가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증권사에 비해 뒤쳐지는 수익률은 여전히 고민거리다. 올해 상반기 기준 4대 시중은행의 평균 IRP 수익률은 4.65%까지 상승했지만, 증권사의 9.44%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다.

일각에선 최근 증권사로의 머니무브 원인이 은행권보다 높은 수익률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수수료 제로' 정책이 가져올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궁극적인 처방 없이는 IRP 시장에서의 은행 비중은 갈수록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IRP 수익률이 이전보다 많이 높아졌다지만, 증권사에 비해서는 민망한 수준"이라며 "수수료 면제뿐 아니라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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