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답] 이주열 "성장률 2.2% 달성 위협···추가 금리인하 신중"
[문답] 이주열 "성장률 2.2% 달성 위협···추가 금리인하 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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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기준금리를 1.50%로 동결하기로 한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기준금리를 1.50%로 동결하기로 한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추가적인 통화정책 완화(금리인하)를 위한 여력이 충분치는 않지만 그렇다고 바닥난 것은 아니어서 대내외 경제 여건을 보고 종합적으로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취지로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30일 서울 소공동 소재 한은 본관에서 열린 '8월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열고 많은 나라들이 경기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금리를 속속 내리고 있고 시장에서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진 것을 알고 있다"면 이같이 말했다.

그는 "통화정책 완화 정도가 어디까지 갈지 지금 예단해서 말하기는 어렵다"며 "대외 리스크 요인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국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 주는지 종합적으로 보고 지표들을 확인해가면서 정책을 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제성장률 2.2% 달성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성장률(2.2%) 달성을 어렵게 하는 리스크가 커진 것이 사실"이라며, 목표 달성이 위협 받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다만 그는 "수치로 곧바로 반영할 상황은 아니다"는 신중한 입장을 덧붙였다.

한편 이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하기로 한 배경에 대해선 "대외여건 전개상황과 그 영향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이주열 총재의 일문일답]

▲7월 기준금리 내리면서 수출 투자 부진하고 대외여건 나빠졌다고 했다. 8월 들어 상황이 더 나빠진 것 같다. 1.0%까지 기준금리가 내려갈 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를 합리적으로 보는 지. 정부와 정책공조 차원에서 좀 더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올해 들어 미중 무역분쟁이 악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이에 따라 많은 나라들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함에 따라 글로벌 무역이 위축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브렉시트, 일부 유로존 국가의 포퓰리즘 정책 등이 동시 다발적으로 작용하다 보니 소위 세계경제의 침체 가능성이 부쩍 늘어난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많은 나라들이 경기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금리를 속속내리고 있고 이에 시장에서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크게 높아진 것으로 알고있다. 기본적으로 완화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말씀드렸으나, 이 정도가 어느까지 갈지는 예단해서 말씀드리기 어렵다. 대외 리스크 요인이 어떻게 전개될 지,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종합적으로 보고 지표 같은 것을 확인하면서 (통화) 정책을 펴 가겠다. 

현재 정부의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 통화정책은 완화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겠다. 

▲전날 정부가 확장적 예산안을 발표했다. 한국경제 성장률이 좋지 않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세수는 줄고 정부 지출은 크게 늘면서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내년 39.8%로 올라가고 이후 40%까지 더 상승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총재 시각은 무엇인 지. 환율이 2016년 수준인 1240원대 전망이 있다. 통화정책에서 환율의 중요성이 얼마나 커졌다고 보는지.

=원론적으로 세수와 명목성장률 관계가 밀접하지만, 소위 1대 1 대응관계가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 국세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법인세를 보면 금년 기업실적이 내년도 반영되는 등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추가 금리인하의 경우 미중 무역분쟁이 좀처럼 타결되지 못하고 있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러 군데에서 나타나면서 대외 여건이 좋지 못한 게 사실이다. 현재로서는 대외여건의 변화가 성장이나 물가의 흐름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한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금은 7월까지 순유입 기조를 유지했다. 8월 들어서는 채권은 순유입됐으나 주식자금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되며 국내에서도 주식자금은 유출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우리경제의 큰 강점, 즉 대외건전성이 양호한 점을 고려하면 자금이 급격하게 이탈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홍콩시위도 격화되고 있고 아르헨티나의 신용등급 하락 등 불확실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이것이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심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지 유의해 살펴 보겠다. 

최근 원화 환율이 큰 폭 상승했다. 기준금리를 결정함에 있어 환율 변동이 직접적인 고려요인이 아니다. 개방경제에서는 국내 여건 뿐 아니라 대외 여건도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아 환율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인 만큼, 향후 통화정책 운용과정에서 외환시장의 상황 변화도 고려해 운용할 예정이다. 

▲아르헨티나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등 대외불안이 확산되면서 국내경기도 우려된다. 추가적인 금리인하 등 정책여력이 남아있는 지, 실효하한 이하로 금리를 내리는 것이 가능한 지. 

=통화정책 여력이 있느냐 없느냐를 말할 때 실효하한을 가지고 얘기 했었다. 실효하한 여력이 기축통화국보다는 높다는 점, 현재 기준금리 수준이 낮은 점을 감안하면 과거에 비해 정책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앞으로 경제상황에 따라 필요시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은 가지고 있다고 얘기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것을 실효하한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통화정책이 효력을 발효하지 못하는 것으로 볼 지, 아니면 한국과 같은 소위 신흥국 기축통화국이 아닌 곳에서 자금유출을 촉발하는 것을 실효하한으로 볼 지 에 따라 추정치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원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실효하한 밑으로 금리를 내린다는 것은 당연히 신중히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실효하한이 어느 정도인지 대해서는 상당히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말씀드린다. 

▲심리지표가 일본 수출규제 관련으로 내리고 있다는 얘기가 많다. 가계대출 자영업대출 관련, 향후 완화적 통화정책에 걸림돌로 작용하지는 않을 지. 가계대출 뿐 아니라 자영업대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어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관측도 많다.

=한국과 일본의 여러가지 경제적 긴밀, 연관성을 보면 양국의 갈등은 국내 경제에 적지않은 부담을 주고있다. 한일 갈등이 실제 어떻게 영향을 줄 지 예상하기는 어렵다. 실제 현장에서 규제 시행이 어떤 강도로 이뤄질지 다르기 때문에 아직은 판단하기 어렵다. 상황을 보고, 일본의 움직임을 보고 판단해야겠다는 생각이다. 금융쪽에서는 한국에 와있는 일본 금융기관의 일본 외화자금의 유출형태는 아직 큰 변화가 없다. 외환부문에 미치는 영향도 아직은 뚜렷히 나타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일본의 수출규제가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상시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이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를지 에 대해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부의 규제 강화 영향으로 자영업자 대출의 증가세도 둔화되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을 뜯어보면 소위 우량 차주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 고소득 고신용 차주의 비중이 자영업자 대출의 75%인 점을 감안하면, 전반적으로 봤을 때 자영업자 대출의 건전성은 양호하다고 본다. 최근 숙박업이나 도소매 같은 업황이 부진한 일부업종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어 그 점에 대해서는 유의하고 있다. 앞으로 경기가 더 나빠지면 자영업 업황이 나빠질 가능성이 있어 건전성, 리스크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 초반으로 낮아졌다. 생산자 물가상승률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디플레이션의 우려는 없다고 보시는 지. 또 7월 통화정책 방향 결정문에 적혀 있던 일본 수출규제가 이달에는 빠지고 대신 지정학적 리스크가 등장했다. 일본 수출규제 영향은 작다고 보시는 건지 궁금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이맘때 폭염으로 농축산물 가격이 폭등한 기저효과가 나타나고 있고, 석유류 가격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어 낮아질 것으로 말씀드린 바 있다. 두세달 정도는 마이너스를 나타낼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그런데 기저효과의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보기 때문에 연말쯤에는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빠르게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물가 상승률이 낮아진 것은 기저효과가 상당하다. 당분간 두세달 간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으로 본다. 이런 요인에 기초한 기조적인 흐름의 물가는 여전히 1%대다. 이런 상황을 보면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디플레이션은 가격하락이 상품과 서비스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것인데, 급격한 하락은 공급요인 기저효과 영향이 크기 때문에 아직 디플레이션까지 우려하진 않아도 되겠다. 

통방문에서 일본의 수출규제가 빠졌는데, 최근 홍콩 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점, 노딜 브렉시트 불안 등 일본에 제한할 것이 아니고 더 많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생겼기 때문에 이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봐 주시면 되겠다.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더 크게 높혔다. 내년도 예산안 평가가 궁금하다. 앞으로 금리인하에 대해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요소에 대해서는.

=제가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오래 전부터 강조했다. 그 기저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경기부진을 타개하는 과정에서 거의 모든 나라들이 통화정책 대응을 먼저했고 상당히 큰 정도로 완화정책을 펴왔다. 그렇지만 소위 공급측 요인에 의한 글로벌 경기 불안은 통화정책 뿐 아니라 재정정책의 필요성이 강조됐기 때문이다. 규모도 규모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게 재정을 어떻게 쓰느냐, 용처도 중요하다. 재정확대가 필요하지만 어떻게 쓰느냐,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우선적으로 둘 필요가 있다. 정부의 예산안이 어제 발표가 됐기 때문에 아직 뜯어볼 여력이 없었다. 앞으로 살펴볼 것이다. 

실효하한 언급을 하면서 금리인하 걸림돌에 대해서도 말하셨는데, 통화정책을 하다보면 기대효과와 그에 따른 코스트(부정적 효과·비용)가 있기 마련이다. 금리정책도 마찬가지로 경기활성화를 위해 금리를 인하하면 그런 기대효과도 있는 반면 금융안정 측면의 코스트도 있다. 통화정책에 있어 걸림돌을 어떤 하나로 말할 순 없고 정책이라는 것은 그에 따른 기대효과와 비용도 있어 그 부분을 같이놓고 보고 있다고 말씀드린다. 

▲일부 중앙은행에서는 정책 여력이 많지 않을 때 금리 조정 폭을 10bp 정도로 줄이기도 한다. 마이크로 스텝 형태의 금리 조정에 부정적 입장이었는데 현재는 어떤가. 필요하다면 25bp 이상 금리조정도 가능하다고 보나.

=정책금리를 25bp 또는 그 이상으로 조정하는 것은 1989년 미 연준이 그렇게 하면서 전세계적인 관행으로 자리잡았고, 한은도 2000년대 이후 정책금리 조정폭을 25bp로 해왔다. 그 배경은 25bp의 조정이 실물경제나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어느정도 유의한 효과를 줄 수 있는 최소단위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25bp보다 작게하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못 할 수 있다. 일부 중앙은행이 25bp보다 낮게 조정한 적도 있으나 이는 정책여력이 크게 축소됐을 때 얘기다. 이를 종합해 보면 기준금리 조정폭을 현재로서는 25bp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통방문에서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다시 나타났다. 이 문구가 다시 나타난 것은 올해 성장률이 연 2.2% 밑으로 떨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인지. 

=불확실성 언급은 경제성장률 달성 어렵다는 것 아닌지에 대해서는 성장률 달성을 어렵게 하는 리스크가 커진 것은 사실이나 수치로 곧바로 반영할 상황은 아니다. 물론 다 내다 보고 달성될 것이냐 아니냐는 늘 체크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숫자를 조정할 것이냐는 말씀드릴 것은 아니다고 판단한다. 경제 전망시점과 금리 조정시점의 상관관계를 같이 보기는 좀 어렵다고 보는데, 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한은이 경로를 체크하기 때문에 3개월 가서야만 그때서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전망 시점과 금리조정 시점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으로 기축통화인 달러의 지위가 위협받고 있다. 잭슨홀 미팅에서도 달러를 대체할 통화로 중앙은행 암호통화를 언급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 지.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 현재 국제통화 체제가 앞으로 계속될지 의구심이 드는 것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미국의 경제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당연히 의문이 제기된다. 그렇게 하다보니까 문제점으로 거론되는 것이 신흥국 입장에서는 과도한 수준의 달러를 보유해야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달러 중심의 국제통화 체제는 당연히 개선돼야 한다고 본다. 실현 가능성도 따져봐야 한다. 구체적인 합의를 찾는데 대단히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중앙은행 디지털통화(CBDC)는 그냥 하나의 안으로 나온 것이지 현재로써 실현가능하다고는 생각 안 한다. 중국이 한다고 했는데 그 성격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 그에 대한 관심과 연구는 이전에도 해왔고 앞으로도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알릴 기회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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