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후분양제 로드맵'…민간부문 실효성 '글쎄'
베일 벗은 '후분양제 로드맵'…민간부문 실효성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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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티브 미미한 수준·공정률 80%로 강화해야"
서울의 한 신규아파트 분양현장. 내방객들이 단지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의 한 신규아파트 분양현장. 내방객들이 단지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정부가 후분양제 활성화에 시동을 건 가운데, 업계에선 민간부문까지도 후분양이 확산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공과 달리 민간은 의무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후분양이 정부가 내걸은 인센티브를 등에 업고 얼만큼 자생력을 키우느냐가 관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서 불고 있는 후분양 바람이 정부의 정책기조와 맞물리며 점차 거세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금융지원 등 인센티브가 예상보다 미미한 만큼, 이번 로드맵이 민간에서 실효성을 거두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정부는 지난 28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후분양 방안을 담은 '제2차 장기 주거종합계획'(2013~2022년) 수정계획을 발표했다.

이 중 후분양제 활성화 방안은 공공과 민간으로 나뉘었다. 공공의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비롯해 서울주택도시공사(SH), 경기도시공사부터 단계적으로 후분양 확대를 강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전체 물량 대비 후분양 물량은 2022년 70%까지 높아질 예정이다.

민간은 후분양을 택하는 민간업체에 공공택지를 우선공급하고, 주택도시기금을 이용한 기금대출 지원, 대출보증 개선 등 혜택을 주는 유인책으로 정해졌다. 의무화보다는 '자발적인 확대'로 가닥이 잡힌 것.

일단 대형건설사들은 이에 대해 긍정적인 평을 내놓고 있다. 선분양과 달리 건설사가 자금을 직접 조달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지만, 자금력이 충분한 대형사들은 기금대출 지원 강화 등 혜택이 이를 완충해줄 것으로 판단하는 모양새다.

더구나 이미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서는 분양가 제한을 피할 수 있는 후분양을 선호하는 조합원들이 부쩍 늘어남에 따라 후분양 카드를 꺼내든 건설사도 적지 않다. 

강남구 대치쌍용2차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된 현대건설은 조합의 선택에 따라 선분양, 후분양 등 공급방식을 선택하기로 했으며, 롯데건설이 수주한 잠실 미성크로바도 후분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재건축 단지 조합들은 분양가 통제를 회피하기 위해 후분양을 많이 원하고 있다"면서 "이번 로드맵에 투기지역 재건축 사업은 금융지원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후분양제가 확산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모든 건설사가 후분양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중소건설사들은 자금 조달 부담에 비해 인센티브가 적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계약금이나 중도금 없이 사업비를 조달하기 위해서는 여러 곳에서 동시에 사업을 추진할 수 없는데, 이 상황에서 기금을 통한 대출지원은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중소건설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나마 후분양 인센티브 중에서 매력적인 요소로 꼽히는 공공택지 우선 공급도 입지가 좋은 곳이 아니고서야 중소건설사들의 구미를 당기기엔 다소 힘에 부칠 것으로 보인다.

한 중소건설사 관계자는 "분양성이 어느정도 보장된 공공택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굳이 부담감이 큰 후분양을 택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때문에 시민단체들은 '전면적 후분양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9일 논평을 통해 "정부의 후분양 활성화 방안은 기존에 비해 진전된 것이 없다"며 "소비자 보호와 정상적인 주택 공급제도 개선을 위해 후분양제 의무화를 제도화하라"고 촉구했다.

후분양의 기준으로 정해진 '공정률 60%'를 놓고도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공정률 60%는 아파트의 골조가 마무리되는 수준이라 정작 대부분의 하자가 발생하는 마감재 등은 확인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경실련은 "전체 공정의 60% 수준은 후분양이라 할 수 없다. 건물의 완성도나 마감재 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기존 후분양 기준이었던 80%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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