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탄 쏜 '후분양제' 기대 반 우려 반 
신호탄 쏜 '후분양제' 기대 반 우려 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비자 선택권 보장" VS "공급 감소·미분양 증가"
'동래 래미안 아이파크' 견본주택 내방객들이 단지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삼성물산)
'동래 래미안 아이파크' 견본주택 내방객들이 단지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삼성물산)

[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정부가 후분양제 도입을 공식화하면서 후분양제 효과를 놓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찬성하는 측은 "수억원에 이르는 집을 견본주택 샘플만 보고 사는 것이 말이 안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선분양제와 달리 공급자는 미분양을, 수요자는 금융 부담 등을 걱정해야 한다"의견도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정부는 '제2차 장기 주거종합계획'(2013∼2022년) 수정계획을 발표하며 주택 후분양제를 공공 부문에서 단계적으로 도입하되 민간으로는 자발적으로 시행되도록 유도하는 '투트랙' 전략을 수립했다. 2004년에도 후분양 로드맵이 발표돼 정책이 추진됐다가 중단됐으니 14년 만에 재개된 셈이다.

공공기관 중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경기도시공사가 단계적으로 후분양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세 기관이 공급하는 공공주택 중 후분양의 비율은 2020년 30%에서 2021년 50%에 이어 2022년 70%까지 올라간다. 후분양의 기준이 되는 공정률은 일단 60%로 정해졌다. 공정률 60%는 지하 골조는 완료되고 지상 골조도 옥탑을 제외하고 거의 끝나는 단계다.

이 같은 정부 정책에 맞춰 LH는 최근 파주운정신도시 공동주택용지 1필지(A13블록)를 후분양 조건 우선순위 방식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이번에 공급하는 공동주택용지는 후분양 우선순위 공급대상 토지 중 최초로 분양하는 토지로, 건축 공정률이 60%에 도달한 후에 입주자를 모집하는 업체에 1순위 자격이 주어진다. 아울러 올해 △화성동탄2 A-62블럭(879호) △평택 고덕 Abc46블럭(731호) △아산 탕정 2-A3블럭(791호) 등에서도 후분양하는 업체에게 우선 순위를 줄 예정이다.

이처럼 후분양제 도입이 공식화된 것은 선분양제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수요자들은 견본주택만 보고 아파트를 구매하는데 정작 입주 후에는 하자로 적지 않은 재산적, 정신적 피해를 입는다. 

특히, 일부 지역의 경우 정부 정책 등으로 입주시 아파트값이 분양가보다 하락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에 현재까지는 소비자들이 감수하고 선분양제를 따랐지만 이제는 소비자들이 더 이상 손해를 감수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황준성 IBK경제연구소 산업연구팀 계장은 "선분양제는 공급자 중심의 제도로 불합리성이 크다"라며 "입주예정자는 모델하우스만 확인하고 계약을 하게 돼 품질검증을 하지 못한 채로 중도금까지 지불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건축업체는 이미 80%에 달하는 건축대금을 받았기 때문에 이윤 극대화를 위해 부실시공, 품질저하 유혹에 빠지기 쉽다"라며 "분양권 전매시장이 형성돼 부동산 투기가 발생하고 분양권 가격에 거품이 끼게 돼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후분양제로 인해 입주자의 선택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찮게 제기된다. 또한 수요자들의 자금 부담도 늘어난다. 선분양제는 계약금·중도금·잔금을 약 2년간 나눠서 건설사에 지급하지만 후분양제는 1년여만에 집값 대부분을 실수요자가 마련해야 한다. 하자의 경우에도 통상 아파트 골조 공사 보다는 인테리어 단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나온 자료를 보면 최근 3년간 아파트 하자에 따른 분쟁 신고 건수는 1만건으로 하자 유형별로는 기능 불량(20.7%)이 가장 많았으며 △결로(13.8%) △소음(9.7%) △균열(9.3%) △들뜸 및 탈락(8.4%) △오염 및 변색(7.4%) 등의 순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공정률 60%는 대부분의 골조 공사가 끝난 단계인데 통상 하자 문제의 경우 골조 공사의 부실시공 보다는 발코니 난관 시공 불량, 타일 파손, 작업 후 정리불량 등 인테리어 단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특히, 실수요자들이 공사현장을 둘러보는 것은 안전상의 문제로 불가능한 상태가 대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후분양제가 과거 한번 실패했던 제도였던 만큼 이번엔 연착륙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개선 등에 신경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후분양제를 민간에 의무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만큼 정부가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뒤에 적용해야 한다"라며 "특히, 실수요자들의 금융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후분양 청약제도 마련과 맞춤 대출 등도 고려해야 제도가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