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긴축' 숨죽인 금통위…기준금리 6개월째 동결
'美 긴축' 숨죽인 금통위…기준금리 6개월째 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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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美 금리 인상 가속화 가능성+1300조 가계빚 부담 가중
국내 경기 급랭 우려도…'통화정책 딜레마' 속 총재 발언 주목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2월 기준금리를 연 1.25% 수준에서 6개월 연속 동결하면서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갔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을 통한 통화긴축 본격화를 시사한 직후 내려진 결정이다. 13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뇌관 우려도 금리 조정의 발목을 잡았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시작 전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은 금통위는 15일 오전 9시 소공동 본관에서 12월 통화정책방향 정례회의를 열고 이달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금통위는 지난 6월 1년 만에 단행했던 인하 결정 이후 6개월 연속 동결 기조를 지속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발표 직후에 진행됐다. 미국 금리 인상 가속화 전망으로 시장이 요동치면서 금통위로서는 섣불리 금리를 조정하기 어려운 시점이었다.

FOMC는 14일(현지시간) 정책금리를 1년 만에 0.25%p 인상했다. 점도표에 반영된 내년 금리 인상 횟수도 종전 2회에서 3회로 늘어나 가파른 긴축 가능성이 커졌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회의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예상보다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미 미국과 한국의 단기물 내외금리차는 역전돼 있는 상황인 만큼 금통위는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 국채금리가 0.25%p 상승할 경우 국내 주식시장에서 3개월 간 3조원 가량의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될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1차 금리 인상 당시에는 3개월 동안 6조3340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된 바 있다

이미 13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는 가계부채 부담도 금리 조정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 대책을 연달아 내놓고 있지만, 11월 은행권의 가계대출은 역대 두번째로 많은 월중 증가폭을 보였다.

주택거래량과 아파트 집단대출이 여전한 데다 금리 인상을 우려한 대출 선수요까지 가세한 여파다. 이미 글로벌 시장 금리가 상승 국면에 진입한 만큼, 향후 가계의 빚 상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경우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인식 하에 가계대출 증가세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

이에 12월 기준금리 동결 결정이 충분히 예견돼온 만큼 시장의 이목은 이주열 총재의 기자간담회에 쏠려있다. 금융투자협회가 최근 채권시장 전문가 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8%는 미 금리 인상 가시화에 따른 자금이탈 우려, 가계부채 증가 부담 등을 근거로 이달 금리 동결을 점쳤다.

최근 국내 경기가 심상치 않아 금통위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그간 성장세를 외끌이해 온 부동산과 건섵투자 부문이 빠르게 식으면서 4분기 제로 성장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내외 연구기관이 줄줄이 내년 성장률을 하향하는 추세에 2%대 초반 성장도 어려울 수 있다는 비관까지 나온다. 유일호 부총리의 유임 결정 이후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약속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내년 1회 수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결국 미국 금리 인상 가속화와 경기 급랭의 상반된 과제 앞에 금통위가 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통화정책 딜레마에 빠졌다는 우려에 힘이 실린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자산분석팀장은 "미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는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는 등 무차별적 완화정책을 벗어나고 있다"며 "최근 채권시장 중심의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시화된 가운데 자본유출 부담을 고려한다면 한은이 금리 인하 수단을 통해 경기를 지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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