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재정난 심화…오일머니 再유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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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C 6곳 재정적자 488조 달해…"핵심은 유가 향방"

[서울파이낸스 차민영기자] 지난해 하반기 코스피 하락을 이끈 오일머니 이탈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중동 투자국들의 재정적자가 악화될 수 있다는 시장 관측에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우려도 함께 고개를 든 상황.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기존의 수급 문제가 재현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 같은 우려를 일축했다.

28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금융종합그룹 HSBC는 사우디아라비아, UAE가 포함된걸프협력회의(GGC) 투자자들에게 보낸 이메일 서한에서 GCC 회원국 6곳의 현재 재정적자 규모를 총 3950억달러(약 488조원)로 추산했다.

이와 함께 내년에는 채권 520억달러, 융자 420억달러 등 940억달러 규모의 추가 부채를 부담해 총 부채가 489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선 지난해 하반기 들어 국내 증시의 수급 문제를 촉발한 중동계 자금 이탈이 다시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유가증권시장 내 중동계 자금의 향방을 좌우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재정적자 해소를 위한 실탄 마련을 위해 다시 국내 주식 매도에 나설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다.

앞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셰일혁명에 성공한 미국과 석유산업을 두고 치킨게임을 벌였다. 예산의 87% 이상을 석유산업에 의존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이 과정에서 글로벌 저유가 기조에 직면했고 재정적자 상태에 처했다.

외화보유고의 66%에 달하는 해외증권을 매각해 부족한 재정을 충당하고자 했으나 이는 근본적 해결방안이 수반되지 않은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사우디가 지난해 재정 균형을 달성하기 위한 유가는 배럴당 103달러인데 반해 사우디의 아랍 라이트(Arab light) 유종의 연평균 가격은 배럴당 49달러로 차이가 컸다"며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19.7% 수준의 재정적자를 기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선택에 따라 국내 증시도 중동계 대규모 자금 이탈에 따른 부정적 여파를 피해갈 수 없었다. 이날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계 자금은 지난해 6월부터 지난 1월까지 순유출 기조를 지속해왔다.

지난 6월 1230억원이었던 순매도 규모는 지난 10월 1조8540억원을 기록해 고점을 경신했고, 이후 11월부터 12월까지 등락 추이를 보였다. 다만, 지난 1월에는 130억원으로 근래 1년간 최저 수준으로 급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중동계 자금 유출입의 핵심 변수는 유가라는 반응이다. 물론 중동 투자국의 재무건전성 악화 또한 부정적 변수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당장 유가의 추가 급락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지난해처럼 자금 유출 속도가 가파르진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안남기 국제금융센터 주식팀장은 "유가 향방에 따라 추가적인 자금 유출이 있을 수 있으나 이를 함부로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아울러 국내 중동계 자금 변화가 있더라도 (외국인 투자자금 대비) 비중이 작아 우려할 만한 수준의 자금 유출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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