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주열 "대외여건 불안정…금리인하 신중해야"
[일문일답] 이주열 "대외여건 불안정…금리인하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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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인하에 따른 기대효과가 현재로서는 불확실하다"며 "대외여건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16일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2월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전문.

▲2월에 시행된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이 가계부채 억제에 큰 효과를 줬다고 생각하나?

=아직 시행 초기이기 때문에 현재까지의 동향만으로 가이드라인의 영향을 제대로 판단하기엔 한계가 있다. 지켜볼 필요가 있다. 어쨌든 올해도 가계부채는 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정부의 대책도 있었고, 주택경기에 대한 둔화 우려도 조금씩 제기되는 점을 감안하면 증가세는 작년보다는 둔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기본적으로 예년 수준 이상의 증가세는 지속될 것으로 본다.

▲자본유출 문제가 나오고 있는데, 거시 건전성 정책이 충분하다고 보나?

=더 지켜보고 추가적인 판단을 할 예정이다. 이렇게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통화정책방향에는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부진하다는 표현이 있고, 종합의견에는 경기개선흐름 주춤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2014년에도 6월에 주춤, 7월에 둔화, 8월에 부진·미흡이라는 표현이 나오다가 금리가 인하됐는데.

=얼마전에 조사한 가계 심리는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래도 대외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다 보니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또 1월달에는 지표가 최종 확정돼서 나오지 않았지만, 일부 모니터링 지표를 봤을 때 소비나 내수 지표가 조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설 연휴 등 모든 동향을 놓고 보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앞으로 경제 흐름에 어떻게 영향을 줄지는 좀 지켜볼 필요가 있다. 현재로서는 불확실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게 기본적인 생각.

▲정부가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를 기대했다고 보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정부가 금리 인하를 기대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답변을 드리는 것은 적철치 않다.

▲현재의 금리 수준이 경기 회복세를 뒷받침하는데 충분한 수준이라고 보는지.

=실질 금리수준이나 포화 증가율 등 여러 판단 지표를 비춰볼 때 지금의 금리 수준은 실물 경기의 회복을 뒷받침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본다.

▲일본 등은 금리인하를 계속하고, 우리나라는 동결 기조를 이어가는데.

=기준금리는 그 나라의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자국 상황에 맞는 수준에서 결정하는 거다. 한 국가의 기준금리가 다른 나라보다 높다고 해도 충분히 완화될 수 있고, 금리가 낮다고 해도 오히려 긴축적인 상황일 수 있다. 금리는 절대적인 수준보다는 금융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비교해야 한다고 본다.

▲경기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제에 대한 이해를 좀 더 분명히 해야 한다.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제는 중기적인 시기에서 물가 상승률을 목표 수준인 2%에 근접하도록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다. 현재의 물가 수준이 전망치를 밑돌고 있어도 중기적 전망이 점차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본다면, 금리 정책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본유출 우려가 높아졌는데.

=증권자금 유출은 지난해 6월부터 진행됐다. 지금까지 주로 주식자금을 중심으로 유출되다가 금년 2월 들어서는 채권자금 또한 상당폭 유출되고 있다. 이와같은 외국인 자금 유출은 기본적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나 미 연준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라서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되는 데 기인하고 있다. 우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신흥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같은 요인이 단기에 해소되기는 어렵다.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에 맞물려 자금의 감소가 어느 정도는 진행되리라고 본다. 증권 자금 유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느 상황이다. 그래서 필요하다면 거기에 맞는 대응책도 세워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기준금리 변동이 자본유출에 어떤 영향을 주나?

=금리 변동이 자금 흐름에 어떤 영향을 준다고 딱 한마디로 답변드릴 수는 없다. 이론적으로 말씀드리면 금리를 인하하면 외국인 채권자금은 빠져나가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반면 주식자금의 경우에는 금리 인하가 앞으로의 경기 흐름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에 따라 방향이 결정될 것이다. 금리 인하로 경기 회복이 빨라지면 주식에도 좋은 쪽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한 방향으로 판단할 수 없다. 여러 상황을 같이 놓고 판단해야 한다.

▲일본 중앙은행 등 주요국 통화 정책이 바뀌고 있는데.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정책 금리를 도입했다. 타국의 금리 조정은 금융 경로, 무역 경로를 통해 타국에 영향을 준다. 우리나라의 통화정책이 다른나라 통화정책에 직접 영향을 받는 게 아니라, 그로 인해 국내 경제가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에 따라 종합적으로 판단된다. 다른나라의 통화정책이 곧바로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나 금융안정 측면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모두발언에서 말씀드렸듯이 북한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까진 제한적이었다. 앞으로는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과 겹치면서 과거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예의주시한 뒤, 중앙은행으로서 필요한 경우 적절한 대응을 하겠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나오는데.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논거를 보면 성장세가 약화되고 물가 목표치에 많이 밑돌았기 때문에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를 높이고 물가를 높이자는 거시경제 측면이다. 현재 금리수준이 1.5%인데, 어느정도 하한이 있다고 보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책 여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추가 인하 여력이 있다는 평가에는 동의를 한다.

그렇지만 금리를 조정했을 때는 거기에 따른 기대효과와 부작용이 있게 마련이다. 경기 상황이 어떻든 기대 효과와 부정적 효과는 둘 다 있다. 대외 불확실성이 워낙 큰 상황에서는 기대효과가 불확실하고 부작용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이제부터는 좀 거시경제 리스크 외에 금융안정 리스크를 균형있게 고려해야 한다. 거시경제 리스크와 금융안정 리스크 중 어느쪽이 더 큰지 좀 더 보고 판단하겠다. 대외여건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따른 국제 금융시장 변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기본적으로 대외여건이 불안정할때는 우리 거시경제가 안정적으로 운용될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단기적으로 시장이 출렁거리고 외환시장 변동성이 클 때는 안정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늘 말씀드렸지만 단계별로 대응 방안을 마련해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있다.

▲한은도 작년에 기준금리 인하를 했는데 최근 경기 효과를 보면 당시 결정이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다.

=2014년 이후 4차례에 걸쳐 1%p 인하했다. 지금 경제상황을 놓고 보면 성장과 물가가 만족스럽지 않으니까 효과가 없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에는 다양한 경로가 있다. 그 경로를 분석해보면 어느정도 통화정책은 분명히 작동하고 있다. 단지 그 효과가 종전에 비해서 약화됐다. 세계적인 저성장, 저물가는 구조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통화정책으로서의 효과가 한계가 있을 뿐이다. 국내 상황을 보면 통화정책의 기대효과는 부정할 수 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위기가 심해졌을 경우에는 비상식적인 통화정책으로라도 대응을 해야 한다는 요구를 하는데.

=상식을 뛰어넘는 대응을 하는 나라는 일본 등 기축통화국들이다. 지금 중앙은행이 비통상적인 정책을 펼친지가 7~8년이 돼가고 있다. 그런데 그에 대한 교훈은 분명히 있다고 본다. 통화정책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는 거다. 통화정책이라고 하는것은 그야말로 경기대응 정책이고, 시간적 여유를 확보하는 정책이다.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일본 마이너스 금리 등에서도 명백히 나타나지 않았나 생각한다.

▲아직은 비상식적 대응을 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기준금리 조정 여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한국 경제가 그야말로 마이너스 성장이라든가 디플레이션이 당장 닥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런 정책을 취할 정도는 아니다. 개방경제이기 때문에 세계 경제 여건이 이렇게 불확실할 때는 사태를 면밀히 보고 제반 정책을 신중히 해야 한다. 모든 정책을 단기적 시계가 아닌 중기적 시계에서 운용할 필요가 있다. 거시경제 뿐만 아니라 금융 안정을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다.

▲금리 인하의 부작용이 많다는 것은 현재의 판단에 국한되는 발언인가?

=부작용이 더 크다고 단언적으로 말씀드린 건 아니다. 기대효과가 현재로서는 불확실하다는 말이 더 정확하다. 일본의 정책금리를 보면 엔화 약세를 통해 경기 부양시키는 목적이었는데, 경로가 작동이 안되고 있다. 이에 비춰볼 때 우리나라도 금리인하를 했을 때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대외 여건이 워낙 불확실하다 보니 일본의 금리정책도 제대로 작동을 못한 측면이 있다. 이처럼 대외 여건이 불확실하면 금리 인하의 기대가 확실치 않다. 거기에 대한 부작용은 충분히 예견된다는 점에서 정책을 신중하게 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통화정책방향에 주요국 통화정책에 유의하겠다는 내용이 삽입됐는데.

=지난달만 해도 주요국 통화정책과 관련해 가장 주목해야 하는 것은 미 연준이었다. 시장에서도 이런 것을 반영했는데, 한달여 사이에 시장의 기대가 많이 바뀌었다. 예기치 못한 다른 나라의 조치도 있었다. 저희가 고려해야 할 대상이 좀 더 복잡해졌다.

▲자본유출의 구체적 배경은?

=글로벌 경기가 불안해진 것이 직접적인 요인인데, 어떻게 보면 7~8년에 걸친 예상을 뛰어넘는 확대정책의 결과다. 2008년 글로벌 위기 이후 선진국의 막대한 자본공급이 신흥국으로 흘러들어갔다. 신흥국으로의 유출은 공통된 현상이고, 앞으로의 흐름에서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지금 현재 자본유출은 우리나라 외환 건전성을 보면 충분히 감내 가능한 수준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경계심을 갖고 볼 필요가 있다. 자본유출에 대해 정부도 예의주시하고 필요시 대응책을 마련해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 한은의 금리정책이 변화될 것으로 보나?

=어떤 경우에 변화가 있을 것인지 미리 예단할 순 없다. 거시경제 리스크와 금융안정 리스크 중 어느 한쪽의 리스크가 더 크면 그에 따라 정책 조정을 하게 될 것이다.

▲2008년처럼 금융위기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데.

=2008년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중앙은행이 맨 앞장서서 대처를 해왔다. 제로금리까지 가기도 하고, 그래도 경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을 펴왔다. 그렇게 펴온게 8년째가 됐다. 통화정책이라고 하는 것은 경기 대응 정책이다. 근본적인 문제를 치유하기까지 시간을 확보하는 성격이 강하다. 지금까지 저성장 저물가의 근본 원인은 구조적인 원인에 기인하고 있다.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할 순 없는 문제라는 데 (중앙은행 모임과 세계적인 학자들이)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구조적인 노력을 보이지 않는 한 근본적인 치유는 어렵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지금 상황에서 계속적인 완화 정책이 강도를 더해가고, 그 기한도 길어지면 분명 어느 한쪽 분야에서 불균형을 키우게 된다. 금융위기가 곧 닥칠 가능성이 높다고 보진 않지만 경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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