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현대證 사령탑 교체…독자생존론 대두
(초점)현대證 사령탑 교체…독자생존론 대두
  • 임상연
  • 승인 2003.05.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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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앞두고 부국證 김 사장 깜짝 영입
현대-새정부 관계 재정립 관측.. 현투證 매각 향방 불투명


최근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증권의 사령탑 교체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3일 현대증권은 정기주총에서 부국증권 김지완 사장을 새 대표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정부가 현투증권 매각과 관련 공적자금 투입 최소화를 위해 현대증권 매각을 선언한데다 ‘北송금’과 관련 현대그룹에 대한 특검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임을 감안하면 이번 인사배경에는 현대증권 매각 향방과 관련한 의미있는(?) 포석이 깔려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김지완 사장은 부산상고 51회 졸업생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2년 고교 선배라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이 같은 시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 김 사장 ‘현대행’은 관행 ?

업계에서는 이번 김지완 사장의 ‘현대행’에 깜짝 놀라면서도 현대그룹과 현대증권이 현재 처한 상황과 이전 관행을 감안하면 필연적 과정이었다고 설명한다.

현대상선과 정몽헌, 김윤규 등 현대그룹 내 임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특검이라는 ‘정치적 상황’과 매각을 앞두고 있는 현대증권의 ‘구조적 상황’이 이번 인사의 배경이라는 지적이다. 즉 현 정권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면서 정치적, 구조적 상황을 최대한 희석시킬 수 있는 카드로 부산상고 출신의 김 사장이 뽑혔다는 해석인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 고위관계자는 “증권사나 여타 기업들이 사외이사는 감사로 정치적 성향을 감안하는 것은 이미 관행이 돼있는 상태”라며 “김 사장의 현대 행도 그런 맥락에서 이상할 점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김 사장이 현대증권으로 자리를 옮겨도 현재 진행중인 특검에 무슨 영향이 미친다는 것은 확대 해석”이라면서도 “증권업계 측면에서만 볼 때는 김사장을 새로 영입한다는 것은 향후 현대증권의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며 여운을 남겼다. 즉 정부의 현대증권 매각 방침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 현대證 독자생존 가능성 높아져

업계전문가들은 김 사장의 현대행이 ‘정치적 고려’라는 분석은 차치하더라도 증권업계는 물론 금융권 구조조정과 관련해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칫 이번 인사가 증권업계는 물론 은행 보험 투신 등 전 금융권 구조조정 지연의 또 다른 악수(惡手)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는 이번 인사가 현대증권의 처리방향에 큰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는 푸르덴셜과 현투증권 매각을 위한 MOU를 체결하면서 공적자금 충당을 위해 현대증권의 국내외 매각을 발표했다. 현재로선 현투증권 정상화를 위해 2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 상태여서 현대증권을 매각한다 해도 정부의 공적자금 부담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인사로 현대증권의 매각이 불투명해지거나 독자생존의 길을 택할 경우 정부의 공적자금 부담이 더욱 커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추가 공적자금 조성이라는 벼랑 끝에 몰릴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지난 AIG와의 협상 때를 생각하면 현투증권 처리문제에 정부가 쏟아부을 수 있는 공적자금은 9천억원에서 1조원 정도”라며 “이를 감안하면 현대증권의 매각이 지연되거나 독자생존의 길을 선택할 경우 현투증권 매각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해 정부의 당초 매각방침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또 다른 업계전문가는 “매각을 앞둔 증권사에 누가 사장으로 가는 것을 선택하겠냐”고 반문하면서 “이번 인사가 학연을 고려한 것이든 아닌든 사령탑 교체는 현대증권 처리의 배수진이 될 것”이라고 말해 독자생존 전망을 조심스레 제시했다.


- 현투증권 직원 ‘불안하다’

현대증권의 이번 깜짝인사 단행으로 현투증권 내부에서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푸르덴셜측과의 매각협상이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현대증권의 독자생존론이 대두되면서 어렵게 만들어진 협상 테이블마저 자칫 공염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현투증권 관계자는 “이번 인사로 판(매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소문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직원들의 불안감이 높아 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업계 구조조정을 목전에 앞둔 정부로서는 공적자금 부담 해소와 원활한 업계 재편을 위해서라도 현대증권의 독자생존이라는 무리수보다는 매각 방침을 고수할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편 김지완 사장은 지난 1977년 부국증권에 입사, 대주주의 신임 속에 감사 상무 전무 등을 골고루 거치며 27년 동안 부국에서만 일한 정통 부국맨으로 원칙과 소신있는 경영, 조직 친화력 등을 높게 평가받고 있는 전문경영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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