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엘리엇, 삼성 끌고 '법정行'…진짜 노림수는?
美 엘리엇, 삼성 끌고 '법정行'…진짜 노림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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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삼성물산 주주총회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 접수

▲ 사진 = 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박지은기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저지하기 위한 가처분 신청을 접수하면서 법정 공방이 본격화됐다.

엘리엇은 9일 오전 국내 언론에 배포한 자료를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은 명백히 공정하지 않고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며 불법적이라고 믿는데 변함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다음달 17일 열리는 삼성물산 주주총회 결의를 막아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도 서울 중앙지방법원에 접수했다. 가처분 신청 결과는 삼성물산 주주총회 전까지 나올 전망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가처분 신청이 접수되면 결과까지 2~3달이 소요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 신청은 주주총회 결의를 막아달라는 내용이므로 주총 전까진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엘리엇의 노골적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흔들기'에 대한 다양한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물산 지분가치를 끌어올려 수익을 내기위한 시도라는 해석 외에도 우호 지분 확보, 승계구도를 염두에 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다. 
   
삼성물산과 엘리엇의 우호 지분 확보전도 이미 시작된 것으로 파악된다. 엘리엇은 지난 5일 국민연금 등 삼성물산 주요 주주들에게 합병 반대에 동참해달라고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는 등 이미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현재 보유한 7.12% 지분만 갖고 다음 달 열릴 삼성물산 주총에 참석하게 된다. 지난 4일 '경영 참여 목적'으로 삼성물산 주식을 매입했다고 공시했는데, 자본시장법상 '냉각 규정'에 따라 5 거래일이 되는 오는 11일까지 추가 지분 매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소액주주들도 목소리를 모으기 시작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개설된 '삼성물산 소액주주 연대'에는 이날 오후까지 1300여명이 모여든 상태다. 삼성물산 소액주주 연대 관계자는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개설한 공간"이라며 "계란으로도 바위가 깨진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엘리엇 측 관계자는 "소액주주들과 엘리엇이 뜻을 함께 하는데 동의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일각에서는 엘리엇이 삼성그룹이 진행해온 이재용 부회장을 둘러싼 승계 작업을 고려해 치밀한 '작전'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일부 외신들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해 사업적 시너지가 아닌 승계에 방점이 찍힌 합병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여기에 이번 합병 비율이 주가가 고점에 있는 제일모직에는 유리하지만 삼성물산에는 불리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엘리엇이 논리적으로 파고들 명분이 생긴 셈이다.

다만 엘리엇의 제동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5만7234원)보다 삼성물산 주가가 훨씬 높다는 점에서 국민연금 등 주요 주주들이 합병 무산에 따른 주가 하락을 감수하면서까지 주식매수청구권을 대량 행사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그룹이 가진 삼성물산 지분은 2대 주주인 삼성SDI의 7.39%를 비롯해 삼성화재(4.79%), 이건희 회장(1.41%), 삼성복지재단(0.15%), 삼성문화재단(0.08%), 삼성생명(0.16%) 등 13.99%다. 이 밖에 삼성물산이 자사주 5.76%를 보유하고 있지만 의결권이 제한돼 표결이 벌어졌을 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엘리엇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의견을 함께 한다면 삼성에 불리한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물산의 외국인 지분율은 8일 기준 33.70%에 달한다. 다만 엘리엇과 1~5% 사이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연대할 확실한 정황은 포착되지 않은 상태다.

한편, 삼성물산은 엘리엇의 움직임에 대해 면밀한 검토 후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일단 소장이 접수되면 법무팀을 포함한 유관 부서에서 대응책을 위해 머리를 맞대지 않겠느냐"며 "현재로선 정해진 사안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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