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엘리엇 '삼성물산 합병반대' 시나리오는?
美 엘리엇 '삼성물산 합병반대' 시나리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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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매각·추가 지분매입·매수청구권 행사 등

▲ 사진 = 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김소윤기자] 최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삼성물산의 지분을 사들이면서 제일모직과의 합병 반대에 나서자, 향후 행보를 둘러싼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공시를 통해 삼성물산 주식 1112만5927주를 장내 매수해 7.12%의 지분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매입 목적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반대라고 발표하면서, 향후 합병작업 때 의결권을 적극 행사할 것을 예고했다.

또 이어 4일에는 다음달 17일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에서 정관을 변경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 등을 현물로 배당하라는 주주제안서도 제출했다.

이날 한국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엘리엇의 지분 매입으로 향후 삼성물산의 합병 관련 시나리오에 대해 단기 매각·추가 지분 매입(경영 참여), 매수청구권 행사(7월 17일 주총 표결 반대) 등으로 예상했다.

우선 엘리엇의 단기 매각 시나리오의 경우 주주 확정일인 오는 11일까지만 지분을 보유할 가능성이다. 특히 엘리엇이 지분매입 이후 지난 2일간 1457억원의 평가차익을 얻은 상태이기 때문에 단기 투자에 따른 시세차익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지난 2004년 영국 연기금 펀드인 '헤르메스' 분쟁과 같은 과거 사례를 비춰봤을 때, 이에 대한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음 시나리오는 엘리엇이 추가적으로 지분을 매입할 가능성인데, 지분율 10% 이상일 경우 회사 해산청구권과 정리개시 청구권까지 권한을 갖는 주주가 된다. 지난 5일 엘리엇은 삼성전자와 삼성SDS 등 현물배당을 요청한 상태로 이와 같은 경영권 참여에 유리해진 상태다.

마지막으로 시장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 엘리엇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능성이다. 매수청구권 한도 17%를 넘을 경우(1.5조원) 합병 해제가 가능하다는 조건이 있으므로 기존의 외국인 주주와 연대해 합병을 무산시킬 수 있다.

또 기존 주주와 연대해 주총 표결에서 반대하는 것도 예상되는데, 임시주총에서 합병 안건이 통과하려면 의결권 있는 주식의 3분의 1 이상이 참석하고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다만 이 역시 투자자들의 성향이 상이해 연대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편, 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엘리엇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사실 이 회사는 미국 국적의 대형 헤지펀드로, 이미 오랫동안 타협없는 벌처펀드와 행동주의펀드로 유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977년 설립된 엘리엇은 행동주의 투자자인 폴 싱어가 설립한 회사로, 엘리엇어소시에이츠와 엘리엇인터내셔널 두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총 운용자산은 260억달러(약 29조원)에 달한다.

엘리엇이 벌처펀드로 악명을 날린 가장 유명한 사례로는 아르헨티나의 채무불이행(디폴트)으로 꼽힌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2001년 1000억달러의 디폴트 선언 후 국제 채권단과 채무 구조조정 합의한 바 있다. 채무의 71~75%를 탕감해주는 합의안에 채권단 다수가 참여했으나 엘리엇은 계열사 NML캐피털, 아우렐리우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와 함께 미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미국 법원은 엘리엇의 손을 들어주며 아르헨티나는 채무조정에 합의한 채권단에도 전액 상환을 하게 됐다. 결국 아르헨티나는 기술적 디폴트에 빠졌다.

엘리엇은 지난 2003년에도 미국 기업 프록터앤갬블(P&G)가 독일 웰라 인수를 타진할 당시, 제시한 주가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은 독일 2위 헤지펀드인 데카 인베스트먼트와 합심해 실력행사에 나섰고, 수년 간의 법적 분쟁을 걸쳐 주가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이번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처럼 M&A 거래에서 소액주주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문제를 제기해 더 높은 주가를 받아내는 것은 엘리엇이 자주 쓰는 투자 기법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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