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많은 중소 증권사, 밸류업 앞두고 소각보단 '처분' 먼저
자사주 많은 중소 증권사, 밸류업 앞두고 소각보단 '처분'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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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대신, 임원 성과급 지급에 자사주 처분
"경영권 방어 때문에 중소형사 소각 어려워"
여의도 증권가.(사진=박조아 기자)
여의도 증권가.(사진=박조아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자사주 비중이 높은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을 앞둔 시점에도 소각 대신 처분을 이어가는 가운데, 향후 행보에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신증권, 신영증권은 각각 9만8695주(13억원)를 임원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처분했다.

대신증권은 지난 2월 21일 최대주주인 양홍석 부회장에게 2만7057주, 이어룡 회장에게 1만6911주를 지급하는 등 총 39명의 임직원에게 자사주 9만8695주(13억원)를 지급했다. 

대신증권은 불과 석달 전인 지난해 12월 28일에도 자사주 49만5637주(약 75억원)를 양 부회장(11만3185주)과 이 회장(6만6422주) 등에게 지급했다.

신영증권의 경우 임원 성과급으로 지급한 자사주가 9199주(4억원)으로 대신증권에 비하면 적지만 수령자가 오너일가 2세인 원종석 회장(6399주)과 황성엽 대표(2800주) 2명에게 집중됐다.

자사주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것은 기업에서는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일이다. 다만 이 절차가 조만간 시행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앞두고 있음에도 예년과 다름없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주주들의 불편한 심정이 감지된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해보려 정부가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청책이다.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주주가치 제고로, 대표적으로 자사주 소각이 있다. 기업이 자사주를 소각하면 발행 주식수가 감소해 1주당 가치가 높아진다. 

실제로 메리츠금융지주(증권·화재 포함)가 2022년 기취득주식 약 6900억원, 2023년 5888억원 규모로 주식을 소각하자 주가가 2022년 10월 13일 2만350원에서 전날인 4일 8만2600원으로 305.90%나 상승했다.

또 NH투자증권은 13년만에 자사주 소각에 나섰으며, 미래에셋증권은 3년간 매년 1500만주를 소각하기로 명시해 주주환원 의지를 보여줬다. 키움증권은 2026년까지 자사주 210만주를 분할 소각하기로 했다. 

신영증권(36.08%)과 대신증권(26.27%)은 증권업계 내에서도 자사주 비중이 높은 곳으로 손꼽힌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경우 최대주주에게 많은 몫이 돌아가는 고배당보다는 당장 주가가 오를 수 있도록 자사주를 소각 하라는 주주들의 요구가 커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이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더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어, 지분율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는 소각보다는 최대주주에 우호적인 임직원들에게 성과급 등으로 처분하는 방식을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에 A 증권사가 자사주 비율이 높지 않아,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곳이 있기 때문에 자본이 탄탄한 대형사가 아닌 중소형 증권사의 자사주 소각은 쉽게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기업밸류업 프로그램도 의무가 아니라 인센티브 쪽이라는 방향성은 제시된 만큼 더더욱 자사주 소각과 멀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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