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上] '저성장 늪'에 빠지나···내수·수출 동반 부진 우려 커져
[경제전망上] '저성장 늪'에 빠지나···내수·수출 동반 부진 우려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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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GDP성장률 1.4%···코로나 이후 3년 만에 최저
고금리·고물가에 내수 부진···수출 회복세도 더뎌
미중 무역분쟁·중국경제 악화·PF리스크 악재 '산적'
부산항에 쌓여있는 수출·수입용 컨테이너. (사진=연합뉴스)
부산항에 쌓여있는 수출·수입용 컨테이너. (사진=연합뉴스)

우리경제의 '저성장 고착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수·수출 부진으로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1.4%를 기록, 3년 만에 가장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가운데 올해 역시 뚜렷한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만큼 악조건들이 산적한 상황이다. 대외적으론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미·중 무역갈등 격화 가능성, 중국경제 둔화, 중동전쟁 확전 우려 등 우리경제에 미치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어느 때보다 클 것으로 관측된다. 내부적으론 고금리·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잠재돼 있던 각종 부실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고, 기업들도 성장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 저성장 그늘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올해 우리경제에 위협이 될 대내외 요인들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주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4%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0.7%) 이후 3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지난 1980년 2차 오일쇼크(-1.6%),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5.1%),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0.8%),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0.7%) 당시를 제외하곤 대부분 2%대를 기록해왔다. 대형 변수 없이 성장률이 2%에 못 미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지난해 경기가 어두웠던 것은 소비와 수출이 동반 부진한 데서 기인한다. 고물가,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민간소비가 1.8%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는 지난 2013년(1.7% 증가)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다. 정부소비는 1.3% 늘어 2000년 0.7% 증가 후 2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도 중국경기 둔화 등의 여파로 회복이 더뎌지면서 내수 부진을 메우지 못했다. 지난해 수출 증가율은 2.8%로 2021년 11.1%, 2022년 3.5%를 거쳐 감소세를 기록했다.

문제는 올해도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란 점이다. 특히, 우리나라 경제에 영향을 미칠 대형 악재들이 곳곳에 잠재돼 있는 터라 이같은 우려는 더 커지는 모양새다. 이미 다수 대내외 경제연구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대로 예측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과 글로벌 투자은행(IB) BNP파리바, 노무라증권 등은 올해 한국의 GDP성장률이 1.9%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LG경영연구원은 가장 비관적인 1.8% 성장률 전망치를 내놨다. 한국은행의 전망치(2.1%)와 정부 전망치(2.2%)보다 낮은 수준이다. 내수 부진을 불러온 고금리·고물가가 올해도 계속되고 있는 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부동산시장 침체 등 악재가 겹쳐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경제기관의 1%대 성장률 전망치는 수출이 회복된다는 전제 아래에서 나온 결론이다. 이는 수출이 개선된다고 하더라도 2%대 성장률을 기록하기 쉽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중 무역갈등 격화, 중국경제 악화 등으로 수출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성장률은 이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

다만 국제통화기금(IMF)만 세계경제 회복세를 반영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0.1%포인트(p) 상향 조정한 2.2%로 제시했다. 

가장 우려되는 요인은 단연 내수 부진 장기화다. LG경영연구원은 "높은 물가 수준과 고금리 상황이 길어지면서 가계의 소비 여력을 제약, 올해 민간소비가 지난해보다 낮은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지난해 가계가 지불한 명목이자 비용이 전년 대비 20~30% 이상 급등한 가운데, 올해에는 물가상승률 하락으로 실질금리가 높아지면서 가계의 금리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도 "PF 부채 압박, 주택시장 침체 등 여러 역풍에 직면해 있다"며 "내수 약화에 대응해 정부가 상반기 재정지출 조기 집행을 추진하고 있지만 내수를 관리하기엔 역부족이고, 실질금리 상승으로 소비자와 기업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동지역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우리경제 변수로 꼽힌다. 앞서 한국은행은 전쟁 확전으로 유가·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물가가 잡히지 않을 경우 올해 성장률이 1%대 후반으로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일반적으로 연구기관들은 잠재성장률이 1%대 혹은 0%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하고 있다"며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구조적인 요인으로 생산성이 떨어지는 부분과 세계공급망 재편, 기후 변화 등의 요인이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 원장은 "지난해 가을 시작된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3년째 접어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된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인한 공급망 재편이 경제 불확실성 확대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시작으로 본격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는 부동산PF 부실 우려도 우리경제의 뇌관이 되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전 금융권의 PF대출 연체율은 2022년 말 1.19%에서 지난해 3분기 말 2.42%로 상승했다. 특히, 증권업권이 13.85%까지 폭등했고, 저축은행업 5.56%, 상호금융 4.18%, 카드·캐피탈사 4.62% 등 제2금융권의 연체율이 2배 가까이 올라 우려를 키우고 있다. 부실 PF 위험이 금융시장 위기로 전이될 것이란 관측과 함께 건설투자 부진 등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부동산 PF는 시공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시공사에 자금경색이 발생하면 상대적으로 양호한 사업장이나 기업까지 리스크가 전이돼 위험이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며 "부동산PF 부실로 인한 위험을 줄이려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평가와 시장원리에 기반한 지원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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