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서울 '청약불패'···당첨돼도 실익없어 계약포기 급증
사라진 서울 '청약불패'···당첨돼도 실익없어 계약포기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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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푸르지오클라베뉴' 1차 무순위에 291명 접수했지만 실제 계약은 39가구 뿐
고분양가와 부동산 시장 위축에 따른 기존 주택매각 지연·잔금 미확보 등이 원인
청약 통장 해지하고, 전세가는 상승···금리인하 없다면 매매 수요 늘어날 요인 없어
12월21일 서울 여의도 63아트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의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
12월21일 서울 여의도 63아트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의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청약불패'로 여겨졌던 서울 분양시장에서 청약에 당첨되고도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자재·인건비 등의 공사비가 오르며 분양가는 급격하게 상승했지만 집값은 반대로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도 과거처럼 시세 차익 등의 실익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커졌기 때문이다.

1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오는 3월 입주를 앞둔 서울 동작구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는 지난 16일 771가구 중 미분양 158가구에 대한 무순위 2차 청약접수를 실시했다. 앞서 지난달 미분양 197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1차 무순위 청약에서 총 291명이 접수했지만, 실제 계약으로 이어진 것은 39가구에 그쳤다. 이 단지는 지난해 9월 1, 2순위 청약 당시 평균 14대 1의 경쟁률로 접수를 마감했지만 당첨자 중 계약 포기 사례가 대거 발생했다. 지난 16일 실시된 2차 무순위 청약에는 총 696명이 신청해 4.4대 1의 경쟁률을 보였지만, 앞서 두 차례 상당 부분 미계약 사태가 벌어진지라 '완판'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분양에 나선 동대문구 이문 아이파크 자이 역시 1, 2차 청약에서 평균 17.7대 1의 경쟁률을 보였지만, 미계약이 나오며 여전히 물량을 털어내지 못했다. 강동구 중앙하이츠 시티와 남구로역 동일 센타시아는 지난 15∼16일 각각 5차, 8차 무순위 계약을 진행해야만 했다. 

이 같은 미계약 사태는 높은 분양가와 부동산 시장 위축에 따른 기존 주택매각 지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1㎡당 평균 분양가는 1059만원, 3.3㎡ 기준 3494만7000원으로 전년 동기(2977만9000원) 대비 17.36% 올랐다. '국민평형'인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분양가가 11억원을 훌쩍 넘는 셈이다.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의 전용 84㎡ 분양가도 12억7000만~13억8000만원 수준인데, 이는 인근의 상도더샵1차(2007년 준공) 전용 84㎡가 최근 12억3000만원에 거래된 것을 고려할 때 새 아파트의 분양가가 시세 대비 높다고 평가될 여지가 있다. 

또 지날달 기준 전국 아파트 입주율은 67.3%에 불과했는데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 조사 결과 미입주 원인 중 가장 큰 사유는 '기존 주택이 팔리지 않아서(49.1%)'였고, 이어 △잔금 미확보(18.2%) △세입자 미확보(18.2%)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특히 '기존 주택 매각 지연'은 지난 9월 36.2% 이후 10월 41.7%, 11월 44.0%, 12월 49.1%까지 지속 증가한 모습이다. 이는 경기침체, 고금리 기조로 위축됐던 주택시장이 부동산 PF 부실 악재가 겹쳐 얼어붙으면서 거래절벽이 심화한 것을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주산연 관계자는 "오는 2월 이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시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가 부과되는 스트레스 DSR 제도 도입으로 인해 아파트 입주자금 확보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입주전망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고, 매매 수요 증가도 쉽지는 않을 것"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청약에 실익이 없어 청약 통장 해지 건수도 느는 추세다. 지난달 기준 전국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561만3522명으로 전년 동기(2638만1295명)에 비해 76만7773명 감소해, 18개월째 연속 감소하고 있다.

또 집값은 하락세로 돌아선 것과 달리 전셋값은 오르는 모습이다.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의 1㎡당 평균 전세가는 702만원, 3.3㎡당 2316만원으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인 '전세가율'은 5개월 연속 상승 중이다.

실제로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의 전용 84㎡는 지난해 9월 18억5000만원(18층)에 거래됐지만, 지난달에는 17억3000만원(10층)까지 매매가격이 떨어졌다. 반면 지난달 8억~9억원선을 오가던 이 평형의 전세가격은 이달 초 10억원(26층) 신고가가 나왔다. 송파구의 헬리오시티 전용 84㎡도 지난달 초 20억7000만원(22층) 거래가 나왔지만 같은 달 중순에는 19억5000만원(22층) 거래되는 등 1억원 넘는 하락세를 보였고, 10억~11억원을 오가던 84㎡ 전세가는 이달들어 12억원(26층)에 거래가 이뤄졌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올해 하반기엔 전세 갱신과 매매 사이에서 고민하는 수요자가 늘어날 것"이라며 "금리가 떨어지지 않는다면 매매 수요가 늘어날만한 요인이 크게 없다"고 짚었다. 

여경희 부동산 R114 연구원도 "집값이 내려가면 오히려 전월세 수요가 늘어난다"면서 "집값 하락세에도 신규 분양가가 상승된다면 수요자 입장에선 신축이 아닌 구축이나 전월세를 찾는 대안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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