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당첨됐는데 사업취소?"···다시 대두된 '사전청약 무용론'
"청약 당첨됐는데 사업취소?"···다시 대두된 '사전청약 무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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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자 계약포기 대거 나오면 사업성 저하돼 본청약 지연·사업 취소 발생
올해 1월까지 본청약 예정 단지 29곳 중 예정대로 진행한 곳은 2곳 뿐
조기 공급효과 내기 위해 도입된 제도···"현재 시장 상황과는 맞지 않아"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아트에서 시민들이 서울 시내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아트에서 시민들이 서울 시내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주택 공급 효과를 빨리 보기 위해 도입된 아파트 사전청약 제도에 대한 무용론이 커지고 있다. 최근 본청약이 예정보다 지연되고 분양가가 크게 오르는 사례들이 발생하면서 건설사들은 사전 청약 당첨자들의 민원에 시달리며 수요자와 공급자 측 모두에게서 불만이 터져 나오는 모습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천시 가정2지구에 사전청약으로 공급된 민간분양 아파트 '인천 가정2지구 B2BL 우미린' 아파트 사업이 본청약을 앞두고 전면 취소됐다. 시공을 맡은 우미건설 계열사인 심우건설은 토지계약금 약65억원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용지를 분양받을 때 낸 중도금과 금융권에 낸 이자 등의 손해를 보게됐다.

민간 사전청약 단지 중 사업 자체가 취소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이곳은 지난해 3월 본청약, 내년 11월 입주가 예정돼 있었으나, 부동산 침체로 본청약 일정을 계속 미루다 결국 건설사는 사업성 저하를 이유로 사업 자체를 엎었다. 청약 당첨자들은 그동안 무주택 자격과 1주택 자격 등을 유지해가며 다른 청약이나 매수 기회를 포기해야만 했는데, 결국 내 집 마련 계획이 틀어진 것은 물론 그동안 날린 기회비용에 허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우미건설 관계자는 "사전 당첨자 278가구 중 계약 포기가 대거 발생되며 사업성이 안 좋아졌고, 인허가 지연 등 여러 상황을 종합해 봤을 때 접는 게 맞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사전청약은 조기 공급 효과를 내기 위해 일반적으로 착공 시점에 하는 청약을 1~2년 전 앞당겨 하는 것으로, 2021년 전 정권에서 도입된 제도다. 사전청약 후 1~3년 후 본청약을 진행하고, 공사기간 2~3년 후 입주하는 구조다.

문제는 이러한 사전청약 일정표대로 사업 진행이 이뤄진 곳이 매우 드물다는 점이다. 2021년 사전청약을 받은 3기 신도시 공공분양 단지는 본청약이 1년 정도 미뤄졌고, 인천 검단 파주 운정 등에서 분양된 민간 사천청약 단지들도 일정보다 1년~1년6개월가량 지연됐다.

취재 결과 올해 1월 기준 본청약이 실시됐어야 하는 민간 사전청약 단지는 총 29곳이다. 그러나 이중 예정대로 본청약을 진행한 곳은 두 곳뿐으로, 본청약 정상 이행률이 6.8%에 불과하다. 나머지 27곳 중 12곳은 짧게는 2개월, 길게는 16개월씩 본청약을 지연시켰다. 남은 15곳에선 아직 구체적인 본청약 일정조차 잡히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본청약 지연으로 분양가가 상승해 계약 포기자들이 대거 발생하기도 했다. 최근 본청약을 진행한 '인천 검단신도시 AB20-1블록 제일풍경채 검단3차'는 당초 계획보다 1년 이상 본청약이 지연됐는데, 사전청약 시 밝힌 84㎡A타입 분양가가 4억6070만원이 본청약에서 5억2220만원으로 13% 넘게 올랐다. 결국 사전당첨자 610가구 중 334가구(54%)가 분양을 포기하고 본청약을 진행하지 않았다. '인천 검단신도시 AB19블럭 호반써밋'도 사전청약에서 771가구가 당첨됐지만 지연된 본청약에서 301가구만 남았다.

사전청약을 두고 혼선이 커지는 것은 관련 제도가 허술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현재 본청약 시기 및 확정 분양가 등에 대한 별도의 규정은 마련돼 있지 않다. 때문에 시행사·시공사 입장에선 사업성이나 인허가 관련 제도가 개선될 때까지 본청약을 미루며 시장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또 지연되는 입주 예정일에 지친 수요자들도 당첨자 지위 포기 시 다른 공공·민간 분양 사전청약이나 일반청약에 지원할 수 있어 본청약 시점에 분양가의 메리트가 없다고 판단하면 미련 없이 당첨자 지위를 포기한다. 이는 결국 사업성을 떨어트리고,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와 공사비 인상, 수요 감소 등이 이어지면 입주 일정이 무기한 연기되거나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더 나올 수 있다"며 "사전청약에 당첨 후 계약을 포기하는 등의 현상이 1년 정도 더 지속될 수 있고, 특히 수요가 적은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을 중심에선 더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한편 입주예약자들의 민원과 사전청약 제도의 불확실성을 줄이기위해 지난 29일 공공 아파트·주택에 한정해 사전청약 당시 공고한 분양가 대비 본청약 시 분양가 상승분을 직전 3개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00분의 50의 범위로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해 발의됐다.

국토교통부 등의 자료에 따르면 사전청약이 실시된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공공 사전청약 4만4352가구 가운데 실제 본청약 신청자 수는 2819명(6.4%)에 불과했다. 아파트값이 고점을 찍었던 2021년 시세를 기준으로 추정 분양가를 책정했지만, 집값이 하락하면서 주변 시세 대비 가격 메리트가 줄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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