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 속 청약 시장 '희비 교차'···청약통장 무용론 '솔솔'
고분양가 속 청약 시장 '희비 교차'···청약통장 무용론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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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 특공' 논란에도 메이플자이, 시세차익 기대에 1만명 몰려
경기, 부산 단지 특공은 미달···작년 물량 중 절반가량 청약 실패
금융 부담에 당첨 후 계약 포기도 속출···청약 실효성 의문 제기도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아파트 밀집 지역 모습.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아파트 밀집 지역 모습.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에 1만명이 넘는 청약자가 몰린 반면 같은 날 다른 지역에서 특별공급을 실시한 나머지 단지에선 미달이 속출했다. 고분양가·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금융부담이 커지면서 청약시장도 옥석가리기와 양극화 경향이 심화된 모습이다. 특히 과거 2030세대 사이에서 대표적인 '계층 상승 사다리'로 꼽히던 청약 제도에 대한 무용론도 확산하고 있다.

6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메이플자이는 전날 오후 마감한 81가구 특별공급 모집에 총 1만18명이 몰리며 123.7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유형별로는 △생애 최초 6910명 △신혼부부 2581명 △다자녀가구 282명 △노부모 부양 184명 △기관추천 61명 등이다. 생애 최초 경쟁률이 460.6대 1로 가장 높았다.

단지는 3.3㎡당 6705만원으로 분양가가 높지만  주변 시세 대비 반값 수준으로 저렴한 데다 시세차익이 최소 5억원에서 많게는 10억원 이상 예상돼 청약대기자들의 관심이 뜨거운 상황이다. 이날부터 7일까지 예정된 1순위 청약도 흥행이 예상된다.

'로또 특공'으로 불리지만 사실상 '현금 부자'만 청약이 가능한 고분양가에 일각에서는 '금수저 특공', '황제 특공'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 신혼부부 등 무주택 청년층에게 특공 자격이 주어지지만 소형인 전용 59㎡ 분양가가 17억원대에 달해 보통의 청년층은 감당하기 어렵단 점에서, 부모의 재력을 등에 업은 ‘금수저’만 청약이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앞서 3.3㎡당 1억1500만원이라는 역대급 분양가로 화제를 모은 서울 광진구 '포제스 한강' 아파트 청약에도 총 106가구 모집에 646개의 청약 통장이 몰렸다. 분양 면적 중 가장 좁은 주택형임에도 분양가가 32억~44억원에 달하는 84㎡에는 21가구 모집에 가장 많은 507명이 청약했고, 무주택 기간이 15년 이상인 5인 가족이 받을 수 있는 최대 점수인 청약가점 74점짜리 통장도 등판했다. 가격 부담이 크지만 한강 조망 등 고급 아파트로서의 희소성이 부각돼 평균 청약 경쟁률은 10대1(전용 84㎡는 18대1)를 기록했다. 

반면 지난 5일 메이플자이와 같은 날 특별 공급에 나선 다른 단지들은 모두 부진한 모습이었다. 경기 평택시 장안동 '평택 브레인시티 대광로제비앙 그랜드센텀'은 712가구 특공 모집에 112명이 청약했고, 부산 수영구 민락동에 지어지는 '테넌바움 294' 1단지(전용면적 84~141㎡) 49가구 모집에 3명, 2단지(전용면적 84㎡) 106가구 모집에 3명이 참여하는 데 그쳤다.
 
실제 부동산인포가 서울을 제외한 2023년 전국 분양 아파트 217개 단지의 1순위 청약 결과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1대 1의 경쟁률을 채우지 못한 곳이 104곳으로, 전체 물량의 절반가량이 미달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전반의 경기가 악화한 가운데 청약시장도 보유가치가 큰 물량에 청약하는 '옥석가리기'가 성행하는 모습이다. 특히 해마다 치솟는 분양가에 주변 시세보다 비교적 합리적인 분양가에 새 아파트를 분양 받을 수 있는 분상제 단지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실제 가격 경쟁력을 갖춘 분상제 단지(53곳)의 평균 경쟁률은 15.16대 1로, 분상제를 적용받지 않은 단지들(164곳)의 평균 경쟁률 5.47대 1을 크게 웃돌았다. 

이 가운데 땅값과 건설비(원자재, 인건비 등) 등 물가 상승과 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고분양가 추세도 지속될 전망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민간 아파트의 1㎡당 평균 분양가는 526만원, 3.3㎡당 평균 분양가는 1736만원으로 전년보다 12.2% 올랐다. 소위 '국민평형'(전용면적 84㎡) 기준 1년 새 분양가가 6463만원 뛴 셈이다. 

이달 분양가격 전망지수도 114.1로 전달보다 4.1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5월 이후 10달째 기준선(100)을 웃도는 것으로, 분양가 상승 전망이 우세하다는 의미다. 

이 같은 고분양가 추세 속에 자금 여력이 부족한 청년들의 금융 부담이 커지며 서울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고도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서울 동작구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 동대문구 ‘이문 아이파크 자이’, 동대문구 'e편한세상 답십리 아르테포레', 강동구 ‘중앙하이츠 시티’, ‘남구로역 동일 센타시아’ 등에서 청약 당첨자 중 대거 계약 포기 사례가 발생했다. 현재 해당 단지들은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주택시장 불확실성 확산 여파로 청약제도 실효성에 의문을 갖는 2030세대 예비 청약자들도 늘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가 다방 앱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30세대 응답자(1578명) 가운데 청약통장 보유자(1188명)의 39.3%(467명)는 주택 청약 제도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고 답했다. 

또 청약통장을 한 번도 개설한 적 없거나 중도 해지 또는 해지 예정이라고 한 응답자는 390명으로, 전체의 24.7%를 차지했다. 통장 해지‧해지 예정 또는 미개설 이유로는 '당첨 후에도 고분양가로 입주가 어렵다'는 응답이 24.7%로 가장 많았다. 

이 같은 인식을 반영하듯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18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561만3522명으로 1년 전인 2022년 12월 말(2638만1295명)에 비해 76만명가량 줄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 청약 시장도 주요 입지와 단지별, 수요자의 소득과 자산수준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봤다. 다만 너무 과도하게 분양가가 상승할 경우 시장 전반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적정 수준의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 이후 경기 침체 속에 고정된 소득 대비 물가가 급격히 오르면서 집값도 동반 상승했고, 시장 양극화가 더욱 심화했다, 관건은 물가 안정인데 이는 정책이나 제도로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면서 "청약 예정인 무주택자나 실수요자들은 자신의 자산 및 소득 규모에 맞춰 사용해야 하며 청약제도에 대해서도 기본적인 사회안전망 이상의 기능을 기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분양가에 대해 수요자들이 더 정확히 알고 있다. 실제 서울 주요 단지 등에 사람들이 몰리고 청약 경쟁률이 높다 하지만 착시일 뿐 실제 계약 포기나 이탈 사례가 많다"면서 "미계약 사례나 청약 및 분양 실패가 이어지면 업계도 위축되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과도하게 상승한 분양가가 수요자 눈높이에 맞춰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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