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시중은행 참여 저조한 아파트 '주담대 갈아타기', 왜
[초점] 시중은행 참여 저조한 아파트 '주담대 갈아타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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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카카오페이 제휴 은행 9곳으로 최다···참여 은행의 '절반'
은행 자체 앱서 타행 상품 제공 불가···"은행 참여 독려" 주장도
서울 시내의 한 건물에 설치된 ATM 앞에서 구동한 대출비교 플랫폼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건물에 설치된 ATM 앞에서 구동한 대출비교 플랫폼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차주들의 이자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갈아타기' 서비스가 9일부터 시행됐지만, 활성화될 수 있을지에 의문이 제기된다.

주담대의 경우 제1금융권 이용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데, 대출비교 플랫폼 내 입점한 은행이 그리 많지 않은 데다 은행 자체 플랫폼 안에서도 다른 은행 주담대 상품으로 대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아파트 주담대 갈아타기 서비스에 참여하는 7개 대출비교 플랫폼 가운데 제1금융권과 제휴를 가장 많이 맺은 곳은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로, 총 9개 은행의 주담대 상품을 입점시켰다.

네이버페이는 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SC제일·부산·광주은행·케이뱅크와, 카카오페이는 KB국민·신한·NH농협·IBK기업·SC제일·부산·광주·경남은행·케이뱅크와 각각 제휴를 맺었다.

이 밖에 △토스 5개(신한·하나·기업·부산은행·케이뱅크) △핀다 4개(우리·SC제일·전북·광주은행) △뱅크샐러드 3개(하나·SC제일·대구은행) △핀크 2개(하나·SC제일은행) △에이피더핀 1개(신한은행) 등의 순이었다.

이번 아파트 주담대 대환대출에 참여하는 은행이 총 18곳인 점을 감안하면 플랫폼 입점에 대한 은행권의 태도가 소극적이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주담대 규모가 많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으로 좁혀보면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각각 4개 플랫폼과,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이 각각 2개 플랫폼과, 국민은행이 1개 플랫폼과 제휴를 맺었다. 한 곳에서 최대한 많은 주담대 상품을 비교해보고 갈아탈 수 있길 기대했던 차주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플랫폼들은 은행 외 보험사,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과도 적극 제휴하며 '주담대 갈아타기' 시장 선점을 꾀하고 있지만, 은행권의 소극적인 참여에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실제 금융위에 따르면 이번 주담대 갈아타기에 참여하는 금융기관(은행·보험사·저축은행·캐피탈) 32개사의 총 주담대 잔액은 712조2000억원(지난해 9월 말 기준)인데, 이 중 은행권 잔액이 659조5000억원으로 92.6%의 비중을 차지한다.

한 핀테크 관계자는 "주담대는 1금융권 이용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어떤 은행을 몇곳이나 입점시켰느냐가 시장 선점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인인데, 은행과 제휴 논의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라며 "대환대출의 목적이 결국 금리를 조금이라도 낮추려는 것인데, 비교 상품 자체가 많지 않으면 서비스의 취지가 무색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자체 애플리케이션(앱) 안에서도 다른 은행의 상품을 비교해보거나 갈아타기 어려운 실정이다. 주담대 갈아타기에 참여하는 은행 18곳 가운데 15곳이 자체 앱을 통해 대출비교·갈아타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다른 은행의 상품을 자체 앱에 입점시킨 은행은 한 곳도 없었다. 예컨대, A은행 앱 안에서 주담대 대환대출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A은행의 주담대 상품으로만 갈아탈 수 있다.

은행들이 다른 은행과의 제휴 및 플랫폼 입점에 소극적인 이유는 '밥그릇 싸움'에서 비롯된다. 자체 앱 내 다른 은행의 상품을 제공할 경우 해당 은행으로 고객을 빼앗길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자사 고객의 정보를 경쟁사인 다른 은행이나 몸집을 키우고 있는 플랫폼사(빅테크)에 제공했을 때 시장 주도권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플랫폼 내 트래픽이 한번에 몰려 오류가 날 가능성도 고려됐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미 은행 앱 자체가 무게가 있기 때문에 타행 것까지 넣어서 플랫폼처럼 만드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경쟁사들끼리 협조를 구하는 것도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은행 앱 내에서 타행 주담대 상품을 서비스하는 게 득보단 실이 많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어렵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업계 '밥그릇 싸움'에 차주들의 금융비용 부담 완화라는 대환대출 플랫폼의 취지가 무색해지지 않도록, 은행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이날 처음 서비스를 선보인 만큼 은행을 포함해 향후 참여 금융회사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희망적인 전망도 있다.

실제 지난해 5월 첫 선을 보인 신용대출 대환대출 인프라의 경우 출시 초반 참여 금융회사가 26개로 많지 않았지만, 지난해 말까지 48개로 약 2배 가량 늘었다. 출시 이후 7개월간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대출자는 총 10만3462명(이용금액 2조3000억원)으로, 이용자들의 대출금리는 평균 약 1.6%p(포인트), 연간 절감된 이자부담은 490억원으로 집계됐다.

관련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대환대출 서비스의 취지는 시장경제 원리를 이용해 자율적으로 금전적인 이자비용을 줄여주는 것"이라며 "그런 맥락에서 대출비교 플랫폼에서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지난 신용대출 대환 때처럼 주담대도 비교할 수 있는 상품들이 자연스럽게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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