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리 주도 美연준 '비둘기' 弱신호···대출금리 하락 '먼 얘기'
글로벌 금리 주도 美연준 '비둘기' 弱신호···대출금리 하락 '먼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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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銀, 전월 가계대출 3兆↑···금리 올려 부채관리 '고삐'
아직 끝나지 않은 레고랜드 후유증···수신경쟁 격화 조짐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에 걸려 있는 대출 안내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에 걸려 있는 대출 안내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이번 기준금리 동결을 두고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이란 시장의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이자부담에 허덕이는 국내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들에게 호재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출수요 억제를 위한 가산금리 인상, 수신경쟁 심화 등 대출금리를 끌어올릴 재료들이 많기 때문이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신규코픽스·금융채 6개월물)는 연 4.58~7.179%, 주담대 고정·혼합금리(금융채 5개월물)는 연 4.39~6.683%를 기록했다.

보름 전과 비교하면 주담대 변동금리 상단이 0.063%p(포인트), 하단이 0.05%p 올랐다. 같은 기간 고정(혼합)금리는 상단이 0.099%p 상승했다. 최근 국내 은행의 대출금리는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시장금리가 오르고 있어서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은행채) 6개월물은 지난 1일 연 4.081%를 기록, 올해 1월 5일(4.104%) 이후 약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고정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은행채) 5년물은 지난달 26일 4.810%로 올해 최고점을 기록한 후 현재까지 연 4.7%대의 연중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금리가 오른 것은 긴축 장기화 기조에 글로벌 채권금리의 벤치마크가 되는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연 5.001%까지 상승, 지난 2007년 8월 이후 16여년 만에 처음 5%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미국 주담대 모기지금리도 8%까지 뛰었다.

긴축 장기화를 예상했던 시장 분위기는 이날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을 기점으로 바뀌는 모양새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연 5.25~5.50% 수준으로 동결하면서, 앞으로 금리인상을 신중하게 진행하겠단 뜻을 밝혔다.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의 정책금리 결정회의가 비둘기파적이었다고 해석했다. 실제 기준금리 동결 이후 미국 국채금리 10년물은 4.73%까지 하락, 올해 3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연준 정책에 민감한 2년물도 4.969%까지 하락했다.

이날 미국 국채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국내 채권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채권금리 하락이 추세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게 은행권 진단이다.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은 가계부채가 금리 하락을 가로막는 가장 큰 이유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수요를 억제하란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대출금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13일 일부 가계대출 금리를 한 차례 올렸던 우리은행은 오는 3일부터 일부 주담대 금리를 0.2~0.3%p 추가 인상하기로 했다. 국민은행, 농협은행 등이 지난달 대출금리를 올렸으며 신한은행도 지난 1일부터 일부 가계대출 금리를 최대 0.05%p 인상했다.

특히,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메시지에도 지난달 5대 시중은행에서 가계대출이 3조원 넘게 급증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부채 관리 압박은 한층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86조119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3조6825억원 늘었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급격히 늘었던 고금리 예금 만기가 올해 말 일제히 돌아온 가운데 심화되고 있는 금융권 수신경쟁도 대출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은행들이 예금고객 재예치를 위해 고금리 예금을 대거 취급할 경우 이는 시장금리와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날 기준 국내 은행 대부분은 1년만기 예금금리를 최고 3% 후반대에서 4% 초반대로 책정한 상태다. 

관련해 이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4분기 고금리예금 만기 집중 등에 따른 자금쏠림으로 금리 상승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미국의 금리인하 시점이 내년 하반기로 넘어갈 것이란 게 현재 시장의 큰 흐름이기 때문에 이번에 '비둘기파적'이었다고 해서 당장 대출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서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시장은 특히 레고랜드 사태란 특수상황이 있었고, 주담대가 메인이기 때문에 당분간 금리가 떨어지기엔 쉽지 않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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