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당국 금융권 연임 제동에도···외국계 은행장 잇단 연임 성공, 왜
[초점] 당국 금융권 연임 제동에도···외국계 은행장 잇단 연임 성공,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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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복 SC제일은행장 4연임·유명순 씨티은행장, 3년 연임
'재무적 성과' 연임 원동력···"금융 당국 입김서 자유로워"
박종복 SC제일은행장(왼쪽),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 (사진=각 사)
박종복 SC제일은행장(왼쪽),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의 장기집권에 제동을 걸고 있는 가운데, 최근 SC제일은행장과 한국씨티은행장이 연임을 확정하는 등 외국계 은행장들은 비교적 당국 입김에서 자유로운 모습이다. 본사가 외국에 있는 만큼 당국의 직접적인 경영개입이 어렵다는 분석과 함께 그만큼 외풍에 흔들릴 여지가 크지 않아 보다 안정적인 지배구조 확립이 가능했다는 시각이 나온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지난 13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박종복(68) SC제일은행장을 차기 행장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4연임에 성공한 것으로, 임기는 오는 2025년 1월까지 1년이다.

2015년부터 SC제일은행을 이끌어 온 박 행장은 이번에 부여받은 임기까지 더해 총 10년의 재임기간을 갖게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박 행장은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14년), 김정태 전 하나금융 회장(10년)에 이어 은행권 최장수 은행장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에 앞서 지난달 또다른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도 유명순(58) 현 은행장의 연임을 확정했다. 2020년 한국씨티은행장에 오른 유 행장은 오는 2026년까지 3년의 임기를 더 부여받았다. 현재까지 예상되는 총 재임기간만 6년으로, 국내에선 비교적 장기집권에 해당된다. 특히,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의 5연임 사례를 고려했을 때 유 행장의 재임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

이들 외국계 은행장의 장기집권 사례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임기만료를 앞두고 사임 뜻을 내비친 국내 금융그룹 CEO들의 모습과도 대비된다. 지난해 말부터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사임 뜻을 밝힌 금융그룹 회장들만 윤종규 KB금융 회장(68세·9년 재임),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66세·6년), 김지완 전 BNK금융 회장(77세·5년),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64세·4년), 손병환 전 NH농협금융 회장(61세·2년) 등이다.

지난 2018년 5월부터 DGB금융을 5년여간 이끌어온 김태오(68) 회장의 연임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앞서 업계에선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김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커지면서 DGB금융이 '만 67세 이상 후보자를 회장으로 선출하거나 재선임할 수 없다'는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5일 한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DGB금융이 회장 연령제한을) 다른 금융사 수준으로 높이는 것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지만, 이미 회추위가 시작된 상황에선 룰을 중간에 깨는 것과 같다"고 발언, 김 회장의 연임에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국내 금융그룹들이 CEO 선임과정에서 금융당국의 기류를 적극 고려해야 하는 것과 달리 외국계 은행은 비교적 자유롭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본사가 외국에 있어 당국의 직접적인 경영개입이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외국계 금융사의 경우 금융당국보단 해외에 있는 본사의 경영방침에 크게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강하다.

국내에 있는 한 외국계 금융사 관계자는 "외국계 회사가 국내 금융당국이나 현지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그보단 모그룹의 경영방침에 따라 결정되는 것들이 훨씬 많다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경영 영속성과 안정성 차원에서 CEO의 장기재임을 선호하는 동시에 성과 중심적인 특성을 보유하고 있다. 장기집권을 둘러싼 논쟁을 떠나 박종복 행장과 유명순 행장이 재임기간 보여준 성과가 이번 연임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 됐을 것이란 설명이다.

박 행장 체제에서 SC제일은행의 대출자산은 2배 가량 성장했다. 취임 직후 2년 만인 지난 2016년 224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박 행장 취임 이전인 2014년 SC제일은행은 754억원의 순손실을 냈지만, 취임 이후엔 2021년을 제외하고 매년 2000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2021년엔 대규모 특별퇴직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순익이 50% 가량 감소했지만, 당시의 구조조정으로 이후 경영효율성이 크게 개선, 지난해 390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우량 차주 중심의 대출 포트폴리오 개선, 자산관리(WM) 등 리테일부문 강화, 기업금융 확대, 조직 슬림화 등 박 행장의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유 행장은 한국씨티은행의 소매금융 폐지와 체질개선을 통한 수익성 강화란 어려운 과제를 해결한 인사다. 지난 2021년 소매금융 단계적 폐지를 결정한 이후 대규모 특별퇴직을 단행, 그해 7964억원의 순손실을 냈지만 지난해부터는 1000억원대 순이익을 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엔 1777억원의 순이익을 시현, 지난해 연간 순이익(1451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실제 외국계 은행들은 CEO 후보군을 상시 관리하면서 철저한 성과 중심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두 은행 임추위는 모두 행장 연임 배경으로 '양호한 재무적 성과'를 꼽기도 했다. 외부 개입 여지 없이 재임기간 보여준 경영능력만으로 CEO를 선임한다는 점에서 예측 가능성이 높고, 경영 안정성도 유지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른 금융그룹들이 CEO 임기만료 때마다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것과 비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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