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계약' 논란에···손태승·이원덕, 우리은행 고문직 사퇴
'고액 계약' 논란에···손태승·이원덕, 우리은행 고문직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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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징계 등에도 억대 연봉 고문 맡아 논란···"부담 안주겠다"
최근 실적 부진·비용절감 기조 등도 부담 요소 작용한 듯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우리금융지주)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우리금융지주)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라임사태와 직원 횡령문제 등으로 경영 책임 논란이 있었음에도 전관예우로 우리금융과 억대 고문 계약을 맺어 논란이 일었던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이원덕 전 우리은행장이 우리은행 고문직에서 물러났다.

"회사와 후배들에게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취지이지만, 최근 이어지는 실적 부진과 비용절감 기조 등 여러 요인이 이들의 자진 사퇴 배경이 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은 최근 고문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회사와 후배들에게 부담을 줄 수 없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금융권에서는 퇴임한 최고경영자(CEO)를 고문으로 위촉해 경영에 대한 자문을 구한다. 손 전 회장과 이 전 행장 또한 각각 지난 3월과 7월 퇴임한 뒤 우리은행 고문으로 위촉돼 경영자문 업무를 수행해왔다.

당초 이들은 2년의 고문 계약을 맺으면서 손 전 회장이 약 4억원, 이 전 은행장이 약 2억8000만원의 연봉을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추진비도 매월 1000만원, 500만원 정도 받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업계 안팎에선 부적절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손 전 회장의 경우 1조7000억원대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초래한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와 관련해 금융 당국으로부터 중징계인 문책 경고를 받은 전력이 있는 데다, 이 전 은행장 역시 지난해 700억원대 직원 횡령 사건으로 논란이 불거진 만큼 고문직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었다. 이들이 자진해서 물러난 것도 이런 논란과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퇴 배경을 두고 일각에서는 논란과 함께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취임 후 이어지는 비용절감 기조, 실적 부진을 고려했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임 회장은 올해 비용 절감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그룹 전체 인건비는 물론 판매관리비 줄이기에 공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 우리금융의 실적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3분기까지 우리금융의 누적 순이익은 2조4383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6617억원)보다 8.4% 줄었다. 상반기에 이어 3분기에도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저조한 실적을 냈다. 4위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NH농협금융(2조450억원)과의 격차도 크지 않다.

우리은행의 경우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익이 전년보다 3.5%가량 줄어든 2조2898억원을 기록, 5대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실적이 뒷걸음질친 상태다. 

한편, 정치권을 중심으로 금융권에서 관례처럼 이어진 퇴직자 고문계약에 대해 더욱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논란이 불거진 만큼 우리금융을 비롯해 금융권의 고문 위촉 절차 등이 까다롭게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우리금융 관계자는 "(자진 사퇴는) 실적 부진이나 비용절감 부분보다는 적절성 논란 등을 염두에 둔 것 같다"며 "향후 고문을 위촉할 때 해당 인물에 대한 이슈나 논란 거리 등을 꼼꼼히 살펴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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