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1기획/경제 3대 악재中] 부동산PF發 경고음 커지는데···미봉책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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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잔액 늘고 연체율 오르고···증권사 연체율 17.28% '껑충'
연체율 둔화, 지원책 '착시효과'···"연착륙 위해 자구책 절실"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아파트 밀집 지역 모습.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아파트 밀집 지역 모습.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한국 경제에 '회색 코뿔소'가 다가오고 있다. 최근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가계빚과 함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의 위험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서다.

위험을 예상할 수 있는데도 제대로 대비하지 못해 위기를 겪는 경우를 회색 코뿔소로 지칭하는데, 가계부채와 함께 부동산 PF부실 문제 역시 우리 경제를 덮치는 파고로 되돌아 올 가능성이 크다.

최근 몇 년간 부동산 시장 활황기에 급증한 부동산 PF 대출은 금리 급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미분양 물량이 급격히 늘어난 데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사업성이 악화됐고, 부동산 PF로 흘러가는 돈줄마저 말라버렸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로 불안감이 높아지다가 잠잠해지나 싶더니 최근 들어 곳곳에선 부실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올해 상반기 133조원을 넘어선 대출잔액의 증가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은데다 전 업권에 걸쳐 연체율마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금융권의 연체율은 2.17%로 지난해 말 대비 1%포인트(p) 가까이 뛰었다.

올해 들어 연체율 증가세가 주춤해졌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평가다. 부동산 경기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만기 연장에 따른 '착시 효과'가 걷어지면 손실이 더욱 불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부동산 PF 대출은 그야말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21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133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분기 대비 1조5000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2020년 말 92조5000억원 수준이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2021년 말 112조9000억원, 2022년 말 130조3000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 3월 말엔 131조6000억원으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 PF란 부동산 개발사업의 미래 현금흐름을 담보로 금융사가 대출을 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의 기업금융은 신용과 담보에 기초해 자금을 내준다면, 부동산 PF는 사업성을 근거로 돈을 빌려주는 방식이다. 담보가 없는 만큼 이자율은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은행권을 비롯해 증권사, 보험사, 저축은행, 캐피탈 등 전 금융권은 부동산 경기가 호황을 맞이했을 때 부동산 PF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업권별 대출잔액은 보험사가 43조7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은행 43조1000억원, 여전사 26조원, 저축은행 10조원, 증권사 5조5000억원, 상호금융 4조8000억원 순이었다.

◇금융권 PF 대출 연체율 2.17%···증권사 연체율 '위험 수준'

금융사 입장에서 소위 돈이 되던 부동산 PF의 위기는 금리 인상과 함께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찾아왔다. 시장 침체로 자금 회수에 문제가 생긴 사업장이 점점 늘면서 연체율은 이미 심각한 수준으로 높아진 상태다.

지난 6월 말 기준 금융권의 연체율은 2.17%로 3월 말(2.01%)보다 0.16%p 상승했는데, 지난해 말(1.19%)과 비교하면 1%p 가까이 급등한 수치다. 특히 연체율 오름세를 주도한 증권사의 경우 17.28%로 치솟았다. 대출잔액이 크진 않으나 부실 규모가 임계치를 넘어선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올 정도다.  

증권사의 PF 연체율은 2021년 말 3.71%에서 2022년 말 10.38%로 껑충 뛴 뒤, 올해 3월 말 15.88%를 기록하는 등 상승곡선이 여타 업권보다도 가파르다. 2021년 말 1.22%에 불과했던 저축은행 연체율은 6월 말 기준 4.61%로 금융권 평균(2.17%) 대비 2배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신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 연체율은 6월 말 기준 1.12%로 집계됐으며, 보험사는 0.73%, 여전사는 3.89%, 그나마 연체율이 낮은 은행권은 0.23%를 기록했다. 이런 연체율을 두고 금융 당국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연체율 상승추세가 둔화돼 금융 전반에 대한 위험으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하지만 당국과 달리 시장에선 짙은 위기감이 감지된다. 최근 부동산 PF 연체율 오름세가 둔화한 것은 만기 연장에 따른 착시효과가 일부 작용한 데다 당장 연체율을 낮추기 위한 자체적인 움직임이 더해진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가운데)이 12일 열린 부동산PF 사업정상화 추진상황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가운데)이 지난 12일 열린 부동산PF 사업정상화 추진상황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증권사·저축은행, 타 업권比 리스크 커···"대손비용 확대 가능성"

그중에서도 우려가 깊은 곳은 증권사와 저축은행 등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증권사 8곳을 포함한 총 23개사의 PF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체 증권사의 PF 손실액이 최소 2조3000억원에서 최대 4조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내년 6월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PF로 기간을 좁히면 증권사들의 손실 규모는 1조4000억∼2조80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됐다. 브릿지론 대부분이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할 예정인 가운데, 향후 1년간 PF 손실 부담이 과중할 것이라는 평가다. 한기평은 비우호적인 PF 업황이 지속할 경우 영업이익 대비 상당 수준의 PF 손실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도 내다봤다.

위험도가 높은 브릿지론을 적극 취급한 저축은행의 상황도 비슷하다. 부동산 PF 대출은 토지확보 등 초기 사업비용을 조달을 위한 브릿지론과 착공 이후 사업이 본격화되면 받는 본PF 대출로 구분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19일 세미나를 통해 저축은행의 PF 관련 잠재부실 위험을 두고 '여전히 상당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최근 신용평가사들이 저축은행들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리는 배경이기도 하다. 

앞서 나이스신용평가는 OSB저축은행, 더케이저축은행, 페퍼저축은행의 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웰컴저축은행의 등급전망을, 한국기업평가는 키움저축은행과 바로저축은행의 등급 전망을 내린 바 있다.

박선지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저축은행의 경우 사업지연 등으로 PF익스포저를 중심으로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이 급증했다"며 "사업초기 단계에 있는 브릿지론 비중이 높고, 대출실행 시기도 부동산가격 고점인 2021년 하반기~2022년 상반기에 집중돼 있어 사업 리스크가 크다. 부동산시장 부진이 장기화된다면 대손비용 확대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 지원책, 내재 위험 해결 안 돼···"불안감 지속 전망·자구 노력 중요"

당국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부동산 PF 부실 위기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연이어 대책을 내놓는 것도 이런 방증이다. 대표적인 게 지난 4월 말 재가동한 'PF 대주단 협약'이다. 당국은 이를 통해 부실 사업장에 대한 옥석 가리기에 나섰다. 협약은 지난 8월 말  기준 총 187개 사업장에 적용 중이며, 그중 152개 사업장에서 기한이익 부활, 신규자금 지원, 이자유예, 만기연장이 이뤄졌다.

사업성이 없거나, 시행‧시공사와 대주단 간의 공동 손실분담이 부족한 사업장은 공동관리 부결(23개) 및 경‧공매 등을 통한 사업장 정리가 진행됐다. 1조원 규모의 한국자산관리공사 'PF 사업장 정상화 지원펀드'는 이달 중 본격 가동을 앞뒀다. 당국은 지원펀드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추가방안을 이달 말 정부합동 주택공급확대 관련 대책에 포함, 발표하겠단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조치들이 단기적으로 부동산 PF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대주단 협약 등 지원책에 따른 효과는 △위험을 이연시킬 뿐 부동산 경기 회복 없이는 더 큰 손실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 △일부 사업장만 혜택을 본다는 점 △부동산 경기 회복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불안감은 지속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중론이다.

한기평은 "금융권 부동산 PF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에 힘입어 급격한 부실화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는 위험의 이연을 통한 연착륙 과정일 뿐이며 내재된 위험이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당분간 부동산 시장 상황이 크게 개선될 여지가 적다는 점을 고려할 때 추가적인 부동산 PF 지원 정책도 중요하지만, 참여자들의 자구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정부의 지원들은 사이즈가 크거나 사업성이 좋은 곳 위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부동산 경기 회복이 요원한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지원책보다는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시점으로, 지원 대상이 아닌 사업자들 스스로 자구 노력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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