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고공행진에도 한 달 새 1.5兆 늘어난 가계대출, 왜?
금리 고공행진에도 한 달 새 1.5兆 늘어난 가계대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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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장기화' 기조 속 주담대 최고금리 7% 돌파
'은행채 발행제한 폐지·수신경쟁' 금리 상승 압박
서울 한 은행 영업점 앞에 주택담보대출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한 은행 영업점 앞에 주택담보대출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글로벌 통화긴축 장기화 여파로 국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최고 7%까지 치솟은 가운데 지난달 5대 시중은행에서만 가계대출이 1조5000억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부동산경기 회복 조짐에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가계부채를 다잡기 위한 금융당국의 추가 대출규제 '약발'이 먹히지 않는 가운데 향후 대출금리를 끌어올릴 재료는 산적하다. 미국의 긴축 장기화 예측에 시장금리가 꾸준히 오르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은행채 발행한도 제한 폐지, 고금리 수신상품 경쟁 등 대출금리 상승에 영향을 줄 요인들도 겹친 상황이다. 이자부담이 나날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가계대출 관리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82조329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말(680조8120억원)보다 1조5174억원 늘어난 규모다. 8월 한 달 동안의 증가폭(1조5912억원)과는 큰 차이가 없었다. 지난달 금융당국이 50년 주담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만기 조정 등 대출규제 강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가계대출 증가세를 꺾는 데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는 것은 부동산시장이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한 것은 주담대였다. 지난달 말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17조8588억원으로, 전월(514조9997억원)보다 2조8591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신용대출은 108조4171억원에서 107조3409억원으로 1조762억원 줄었다. 전세자금대출 잔액도 2784억원 줄어든 122조175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한 달간 전세대출과 신용대출이 1조3000억원 가량 줄어드는 동안 주담대는 약 3조원 늘어난 것이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당국의 부채관리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앞으로 대출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차주들의 이자상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고금리 지속으로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한계차주가 늘면 그만큼 우리나라 경제에 부담이 된다.

이미 국내 주요 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최고 연 7%를 돌파한 상황이다. 이날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신규코픽스·금융채 6개월물)는 연 4.24~7.121%다. 지난달 21일자 금리(연 4.27~7.099%)와 비교하면 2주 만에 상단이 0.022%p(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주담대 고정(혼합)금리(금융채 5년물)도 올랐다. 이날 5대 은행의 주담대 고정(혼합)금리는 연 3.75~6.441%로, 지난달 21일과 비교해 상단이 0.016%p 올랐다.

주담대를 포함해 금융채에 연동되는 은행 주요 대출상품의 금리는 앞으로 더 오를 전망이다. 미국의 고금리 정책이 장기간 이어질 것이란 심리가 시장에 반영되면서 미 국채금리가 10여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그 영향으로 국내 금융채 금리도 무섭게 오르고 있기 때문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26일과 27일 금융채 6개월물 금리는 각각 3.992%, 3.991%로, 올해 1월 9일(4.002%) 이후 약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지난달 26일 금융채 5년물 역시 올해 3월 초(4.564%) 이후 약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인 4.517를 기록했다. 이후 미 국채금리가 3일(현지시간) 장중 4.8%를 넘어, 2007년 8월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만큼 금융채 금리는 더 크게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의 4분기 은행채 발행한도 제한 폐지 방침도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채권시장 변동성이 확대되자 은행채 발행을 제한했던 금융당국은 과도한 수신경쟁을 방지하고자 이달부터 은행채 발행제한 조치를 해지하기로 했다. 문제는 은행채 발행 증가는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올해 4분기(10~12월) 만기 도래 은행채 규모만 약 46조원에 달한다.

고금리 정기예금을 통한 수신경쟁 격화 조짐도 대출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날 기준 주요 5대 은행 가운데 하나은행을 제외한 4대 은행의 1년만기 기준 정기예금 최고금리가 모두 연 4%를 돌파했다. 이들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올해 2분기만 해도 연 3.5%를 밑돌았다. 예금금리 상승은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가계부채가 사상 최고치까지 불어난 상황에서 대출금리 상승 요인이 산적한 탓에 대출자들의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의 보다 촘촘한 가계부채 관리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DSR 규제나 LTV 규제가 느슨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주담대가 늘어났다는 것은 집값 전망에 대한 수요자(대출자)의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주담대가 늘어난 부분은 고금리 상황에서 대규모 대출의 부실화 가능성이 있다는 측면에서 계속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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