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톡] 잇단 붕괴 사고에도···공사비 아끼려 날림공사 여전
[뉴스톡톡] 잇단 붕괴 사고에도···공사비 아끼려 날림공사 여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년동안 50% 공정했는데 5개월 만에 완공?···수분양자 우려 확산"
한 신축 아파트 사전점검 현장에서 예비 입주민 A씨가 발코니 새시가 깨지고 갈라져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한 신축 아파트 사전점검 현장에서 예비 입주민 A씨가 발코니 새시가 깨지고 갈라져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 분양가 최고 17억원에 달하는 서울 잠실 송파구 한 오피스텔을 분양받은 A씨는 최근 잇따라 터지는 신축 건물 하자, 붕괴 사고에 마음을 졸이고 있다. 지난 6월 준공돼야 했을 오피스텔 공사가 아직 50% 수준인데 시공사는 남은 공정을 단 5개월 만에 마무리하겠다고 하면서 '날림 공사'를 하는 것인지 우려하는 것이다. 매달 오피스텔 웹사이트를 들락날락하며 공사 현황을 보고 있는데 지난 5월과 6월에는 월 2~3개 층 콘크리트 타설 계획을 줄여 월 5개 층을 올렸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건설업계 부실시공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건설업계 '단축‧날림공사' 사례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건물 하자는 물론, 철근 누락, 붕괴 사고 등이 연일 터져 나오는 가운데 공기 단축을 위해 무리한 공사로 인한 제2, 3의 사고 가능성도 우려된다.

12일 시공업계와 수분양자 등에 따르면 송파구 한 오피스텔 단지 공사가 당초 계획보다 지연되면서 단축 공사를 진행 중이다. 계획된 공사기간은 2021년 7월1일부터 올해 6월30일까지 24개월로, 이미 오피스텔이 완공돼서 이달 중 입주가 마무리돼야 했지만 올 6월 말 기준 공정률은 46.7%에 불과했다. 이에 시공사 측은 공사 지연과 입주 연기로 인한 계약 해지, 지체상금 등을 막기 위해 나머지 공정을 올해 11월 말까지 공사를 완료한다고 밝혔고 현재 공정률은 7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지의 시공사는 대우건설 100% 자회사인 (주)대우에스티, 동우공영(주)이다. 

2년 동안 공정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했는데 약 50% 미 공정을 단 5개월여 만에 마무리한다는 점에서 수분양자들 사이에선 '부실공사', '날림공사'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다. 수분양자 A씨는 "공기를 단축하며 시공사는 애초 계획된 월 3개 층 콘크리트 타설을 월 5개 층으로 타설하는 등 날림으로 진행하고 있다. 작년에 발생한 광주 화정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붕괴 사고도 돌관 공사로 인한 콘크리트 양생 기간 부족 등이 원인이었는데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에 따라 수분양자들은 타설 일자 및 강도 등 관련 정보를 시행사, 시공사 측에 요청했으나 묵묵부답이었고, 송파구청에도 요청했지만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현재 수분양자들은 구청을 상대로 행정심판을 제기하고 국토교통부에 민원을 넣은 상태다.

최근 부실‧날림 시공으로 인한 신축 건물의 하자 및 붕괴 등 크고 작은 문제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건설업계 불신이 커진 가운데 단축‧날림공사에 대한 우려도 확산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달 경남 사천 소재 신축 아파트에서 다수의 하자가 발견되면서 부실시공 논란이 일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예비 입주민 B씨는 경남 사천 소재 신축 아파트 사전 점검에서 누수 및 새시 파손, 천장 곰팡이, 크기가 맞지 않는 창틀, 제대로 마감되지 않은 벽지 등 다수의 부실시공을 발견했다. 해당 아파트는 2017년 착공 후 1년여 만에 시공사였던 흥한건설의 부도 처리로 절반의 공정률도 마치지 못한 채 건설이 중단됐다가 2021년 사업권을 넘겨받은 삼정이앤씨(E&C)가 같은 해 11월 분양 공고를 내며 올해 7월까지 준공을 마무리하기로 했던 곳이다.  

브랜드 신인도가 높은 1군 건설사에서도 줄줄이 사고가 터져 나왔다. 지난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신축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로 '순살자이' 멸칭을 얻은 GS건설의 서울 강남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 동작구 흑석동 '흑석리버파크자이' 등에서 침수사고가 잇달아 발생했다. 또 GS건설이 시공을 맡은 동대문구 휘경동 '휘경자이디센시아'의 경우 지난 7월13일 폭우 속에서 콘크리트 타설을 강행해 구청에 민원이 접수된 바 있다. 인천 서구 한들지역 검암역 '로열파크시티 푸르지오' 아파트에서 입주 12일 만에 지하 주차장과 공동현관, 엘리베이터 등이 물에 잠겼으며, 현대건설이 시공한 '디에이치자이개포'는 입주 1년 만인 지난해 8월 벽면 대리석이 탈락하는 사건도 있었다. 

건설업계 안전불감증 문제가 심각하다는 의견이 나오기에 적지 않은 사고들이 이어진 것이다. A씨는 "전국적으로 사고가 연속 발생하면서 사회적으로 부실시공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는데 시행사, 시공사 측은 다른 이유도 아닌 계약 해지와 지체상금, 공사비 증가 등 발생 비용을 아끼려고 단축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공사를 진행하면 문제나 사고가 발생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면서 "빨리 짓는 것보다 튼튼하게 짓는 것이 중요하고, 돈보다 안전이 최우선 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시공사 측은 섣부른 의혹 제기와 확대 해석일 뿐이라며, 공사를 당초 계획보다 빠르게 진행하는 것은 맞지만 부실이나 날림공사는 아니라고 부인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당초 토지를 인도받는 과정에서 6개월 정도 늦어졌고 계획했던 공기보다 6개월 부족한 상황에서 착공에 들어갔다"면서 "그래서 공기를 계획보다 4~5개월 늘리고 여기에 맞춰 2개월여를 앞당겨서 공사를 하는 것인데 다양한 공법 활용 등을 통해 안전하게 작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사가 원래 초기에는 천천히 진행되고 골조가 올라가면서 후반부에 가파르게 진행되고 막바지 마감 때 피치를 치는 것이고 이미 골조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기 때문에 힘들긴 하지만 무리한 작업이나 부실시공은 전혀 아니다"며 "지적하는 콘크리트 타설도 작업 방식으로 따지면 월 단위가 아니라 주 단위로 봐야하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1개 층 올리는 게 무리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공기를 단축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대책을 마련하고 제대로 이행했는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최수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부실시공 여부는 감리 선에서 확인할 부분이지만 공법에 따라 공기 단축은 가능하다, 콘크리트 타설 경우도 강도나 공법에 따라 기간이 다 다르기 때문에 섣부르게 부실 공사나 날림공사로 단정하긴 어렵다"면서도 "다만 공기를 줄이고 최초 계획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관련 절차들이 있는데 이것이 제대로 이뤄졌을지, 작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고급 자재 사용, 다양한 공법 활용 등 대책이 제대로 마련됐을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