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안전·효율 모두 잡는 '탈현장화' 속도 낸다
건설업계, 안전·효율 모두 잡는 '탈현장화' 속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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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인력난과 건설 품질관리 문제에 특화
친환경적이라 해외 수주에도 큰 도움으로
공공 중심으로 모듈러주택 시장 활성 노력
현대엔지니어링이 모듈러 공법으로 준공한 용인영덕 경기행복주택. (사진=네이버지도)
현대엔지니어링이 모듈러 공법으로 준공한 용인영덕 경기행복주택. (사진=네이버지도)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최근 주택 시공 과정에서의 안정성과 생산성 향상 방안으로 탈현장화(OSC·Off-Site Construction)가 주목받고 있다. 공기(공사기간) 단축은 물론 친환경 설계에 의한 해외 수주를 노려볼 수도 있고, 건설 현장의 고질적 이슈인 안전 문제와 인력난을 해결할 수단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13일 아주대학교 대학원 건축학과가 건설업계 종사자 18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 등에 따르면 응답자 80.6%가 OSC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장려하는 이유(중복 답변 가능)는 공사 기간 단축(70.0%)이 1위로 꼽혔으며, 이어 숙련공 문제 해결(65.0%), 건설 품질 향상(51.7%) 순이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론 비볼륨식(PC 외장재·파티션·파이프라인 등) 46.7%, 이어 볼륨식(화장실·기계실·계단 등) 부재 공장생산이 24.4%, 모듈러 건축이 20.0%로 조사됐다.

OSC는 PC공법과 모듈러공법으로 나뉜다. PC는 공장에서 콘크리트 건축자재를 사전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현장에서 만든 거푸집에 콘크리트를 붓는 기존 방식(RC)과 차별화를 둔다. 모듈러 공법은 기둥·슬래브·보 주요 구조물과 창호, 전기 배선과 배관 욕실, 주방 등 볼륨을 공장에서 제작 후 현장에 끼워 맞추는 방식이다.  

특히 OSC는 현장 인력난을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조사 결과 올해 종합건설사 94%가 현장 기술인력 채용을 어려워했다. 또 10대 건설사들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도 대우건설과 포스코 이앤씨를 제외한 모든 곳에서 매년 청년층 자발적 퇴사가 늘며 업계 기피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2030세대' 자발적 퇴사자가 1년새 133명에서 244명으로 83.5% 급증했다. 또 올 상반기 전체 산업 재해사고 사망자 중 절반 이상이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만큼, 공장 설계 방식이 현장 위험에 노출된 근로자들의 안전을 어느정도 보장해 줄거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아울러 OSC는 현장방식에 비해 소음, 분진, 폐기물이 적고, 모듈러 자재는 재활용 가능해 ESG경영에도 도움이 되는 만큼 해외 선진국에선 적극 권장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등에 따르면 2020년 기준 99조원이던 글로벌 모듈러 건축 시장 규모가 오는 2025년에는 131조원 규모로 성장하며 글로벌 건축 추세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국내 건설사들도 OSC 공법 건설에 두각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 이앤씨는 자회사 포스코 애이앤씨와 국내 최초 모듈러 공동주택인 청담MUTO를 시공했다. 이후 정부 주도의 모듈러 주택 사업에 나서며 평창 동계올림픽 호텔, LH 백령도 공공주택, SH 가양 라이품 등의 사업을 맡았다. 최근에는 국내 최대 규모 모듈러 주택 사업인 세종 6-3 생활권 공공임대주택 사업 등에도 나섰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모듈러 공법 국내 최고 층수인 13층 높이의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을 준공했다. 최근에는 서울 구로구 일대에 모듈러 공법을 적용한 12층 아파트를 시공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회사는 모듈러 공법 고층 주택 건설 관련 17건과 특허와 건설 신기술 1건을 가지고 있는데, 이달 초에도 내화 H형강을 활용해 소형 기둥을 벽체 내부에 위치시켜 고층 건물에서도 기둥 개수를 추가할 수 있는 구조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부터 참여 중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메가 프로젝트 네옴시티에서 모듈러 유닛 방식 건물을 배치를 계획하고 있는데, 회사는 사우디 현지에 모듈러 제작공장을 설립하고 직접 생산을 하고 있다. GS건설은 폴란드 모듈러 주택 전문회사인 단우드와 영국 모듈러 전문회사인 엘리먼츠 유럽을 자회사로 가지고 있다. 엘리먼츠 유럽은 2026년까지 영국 버밍업에서 2100억 규모의 철골모듈러 임대주택 건물과 상업시설을 지을 예정이다. 

학계와 전문가들은 모듈러 공법을 건설 해외 수주의 매개체로 보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제도적인 지원이 부족해 활성화가 안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기존 공법(RC)으로 표준화돼 있는 제도에 맞추기 위해 민간이 OSC 생산을 하더라도 결국 인허가를 위해 이중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설창우 유창이앤씨 부사장은 "한국 시장의 제도개선이 쉽지 않아 해외시장에서 모듈러건축 사업을 타진하고 있다"며 "특히 주택은 하자 관련 문제 등도 있어 사업자 쪽에서는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인한 경희대 건축학과 교수도 "해외 선진국과 비교해 국내 건설 제조화는 아직 부족하지만, 5년내로 공장 제작 비중이 크게 늘 것"이라며 "촉매제는 제조화 건설 인센티브 제도로, 현재 국회에 상정된 모듈러 주택법의 용적률·건폐율 완화 제도를 제조화 건축물 전반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 7월 공업화 주택시장의 확산을 위해 2030년까지 공공임대주택 발주물량을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모듈러 공법은 기존 공법에 비교해 초기 비용은 다소 높을 것으로 예상되나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기존 공법보다) 공사비가 절약되는 것으로 안다"며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시장이 활성화되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관계자도 "공장 제조방식 주택이 활성화되려면 결국 수요가 많아져야 하는 것"이라며 "도심 내 소형 오피스텔, 임대형 기숙사, 이주민 임시 주택 등을 모듈러 공법으로 발주하는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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