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기대 끝나고 연체율 높아진다"···힘빠진 금융지주 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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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금융 주가, 연초 고점 대비 11~26% 하락
CEO 자사주 매입, 해외IR 활동에도 효과 미미
(왼쪽부터)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왼쪽부터)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주가가 연초 고점 대비 두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대출성장 부진, 상생금융 추진, 연체율 급등 등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요인들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어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주가는 지난 1월 말 올해 최고점을 기록할 당시와 비교해 현재 11~26%의 하락률을 기록하고 있다.

KB금융의 27일 종가는 4만7550원으로, 올해 고점이었던 1월 17일 6만700원보다 21.66% 빠졌다. 이날 신한금융은 고점이었던 1월 26일 4만4900원 대비 22.83% 빠진 3만4650원의 종가를 기록했다. 하나금융의 주가는 고점이었던 1월 27일 5만3300원에서 이날(3만9850원)까지 25.23%가 빠졌다. 우리금융 주가도 1월 30일 1만3510원에서 이날(1만1960원)까지 11.47% 빠졌다.

올해 고점일 당시와 비교해 올해 4대 금융에서 줄어든 시가총액만 15조7712원에 달한다. KB금융에선 약 5조3061억원, 신한금융에선 약 5조3565억원, 하나금융 약 3조9799억원, 우리금융에선 약 1조1285억원이 줄었다.

금융지주사들이 최근 몇 년간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는 등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전년보다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들이 불거지면서 주가가 부진한 것으로 분석된다.

주가가 부진하자 금융지주 회장들도 직접 발벗고 나섰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주가부양을 위해 지난 23일 장내에서 1억7175만원어치의 자사주 5000주를 매입했다. 지난달부터 일본, 유럽 등을 방문, 해외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하기도 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등도 지난달 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를 직접 방문하며 그룹 경쟁력 알리기에 나섰다. 그러나 업황이 좋지 않은 탓에 의미 있는 주가부양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평가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마진 악화다. 순이자마진(NIM) 하락을 방어하는 저원가성예금이 지난 5월 한 달 동안에만 4대 은행에서 8조8649억원 가량 줄었다. 금리 하락 기대감에 해당 자금이 주식, 채권 등 투자시장에 대거 흘러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저원가성예금은 금리가 0%대 수준으로, 연 2~3%대 예·적금 대비 이자비용이 크게 들지 않는 상품이다. 그동안 은행들은 저원가성예금을 늘리는 방법으로 마진 하락에 대비해왔다. 그러나 금리 정점론이 커지면서 저원가성예금 하락폭이 더 커질 것으로 보여 업계 고민이 큰 상황이다.

상생금융 실천으로 금리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은 점도 실적에 부정적이다. 은행들은 지난 3월 상생금융 방안을 발표하고 그 일환으로 대출금리를 일괄 인하했다. 금융당국이 보다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상생을 요구한 만큼 은행들로선 대출금리를 섣불리 올릴 수 없는 상황이다. 당국은 상생금융방안을 발표한 6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부산·대구은행)에서만 연간 약 3300억원 규모의 이자감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당장 펀더멘털에서 가장 큰 훼손이 나타나는 부분은 이자이익"이라며 "순이자마진은 4분기를 고점으로 급락했고 대출성장률도 가계를 중심으로 부진한 모습이 이어지고 있는데, 향후 순이자마진은 기준금리 인하가 종료되는 시점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기 부진이 지속되면서 대출 성장도 요원해지고 있다. 그동안 은행들은 주춤하던 가계대출을 대신해 기업대출을 늘리는 방식으로 성장을 도모해왔다. 그러나 경기 부진으로 어려워진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기업대출을 마냥 늘릴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최근 급등하고 있는 대출 연체율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 한국금융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올해 3월 말 기준 연체율은 0.33%로, 지난 2020년 6월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 연체율은 5.1%를 기록, 2017년 6월 말 이후 약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그동안 가계·기업대출 대비 낮은 수준에서 일정하게 유지되던 소호(SOHO·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이 최근 급등 추세를 보이고 있는 점이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영업자 대출 현황'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연체율은 1.0%로 집계됐다. 이는 2015년 1분기(1.13%)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전분기(0.65%)보다는 무려 0.35%p(포인트)나 상승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에서는 통상 마진을 1% 정도로 보고 대출을 내주는데, 연체율이 1%라는 것은 결국 마진이 없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며 "연체율은 '1%'가 사실상 마지노선인데, 은행도 그렇고 소호대출에서도 그렇고 연체율이 1%에 가까워지고 있는 게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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