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이용 늘수록 적자"···카드사, 새먹거리 찾아 '동분서주'
"카드 이용 늘수록 적자"···카드사, 새먹거리 찾아 '동분서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분기 일시불 13.8% 증가에도···순이익 23.4% 급감
상위 카드사 리스, 하위 카드사 카드론 취급액 확대
데이터 사업, 새먹거리로 급부상···"신사업 기회 창출"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카드사들이 본업인 신용판매 대신 카드론, 리스, 데이터 사업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누적된 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카드 이용실적이 늘었는데 순이익이 줄어드는 기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약화된 본업 경쟁력을 대신할 새로운 수익모델 찾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업권 7위인 하나카드의 올해 1분기 카드론 취급액이 1조2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4%나 폭증했다. 업권 6위 우리카드의 취급액도 1조347억원으로 같은 기간 14.9% 증가했다.

상위 1~4위(신한·삼성·KB국민·현대) 카드사들의 카드론 취급액이 6조9299억원으로 22.6%나 급감한 것과 대조적이다. 다만 업권 5위인 롯데카드는 1조2504억원으로 1.5% 감소에 그쳤다.

이는 고금리 여파에 건전성이 악화되자, 카드사들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출부문을 축소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기준 7개 카드사의 평균 연체율은 1%로 1년새 0.14%포인트나 상승한데 이어 올해 1분기 들어 1.26%까지 급증했다.

그럼에도 하위권 카드사들이 카드론 취급을 늘린 것은, 건전성 악화를 감수하고서라도 수익성을 끌어올리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나카드의 경우 지난해 카드론 취급액(3조1023억원)을 전년 대비 23%나 줄었고, 그 결과 순이익이 23.4%나 떨어진 바 있다. 이에 건전성 관리에서 수익 보전으로 경영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리스·할부로 눈 돌린 카드사들

상위 카드사의 경우 리스·할부금융 사업 확대를 통해 수익원을 다각화하고 있다. 할부와 리스는 자동차·기계류 등을 사거나 빌리는 고객에게 돈을 대출해 주고 일정기간 대출금과 이자를 분할 상환 받는 사업이다.

이 중 리스업을 영위하는 5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롯데·우리)의 지난해 말 리스자산은 6조3815억원으로 전년 대비 31.5%나 급증했다.

특히 리스규모 1·2위인 신한·우리카드의 리스자산은 각각 3조5586억원, 1조8251억원으로 전년 대비 34.3%, 43.8%씩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끌었다. 후발주자격인 롯데카드의 리스자산은 773억원에 불과하나 1년새 11배 가량 증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할부금융 사업도 확대 추세다. 1분기 7개 카드사의 할부금융 자산은 10조8543억원으로 전년 대비 10.1% 증가했다. 특히 2021년부터 뛰어든 하나카드의 할부금융자산은 1조3579억원으로 전년 대비 265.6%나 급증했다.

◇데이터사업, 카드사 새먹거리로 급부상

데이터 사업 역시 카드사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신한·KB국민·BC카드는 본인가를 취득해 개인사업자 신용평가(CB)업을 진행하고 있다. 각각의 플랫폼을 통해 금융기관을 대상으로는 개인사업자 대상 신용평가를, 비금융기관에는 상권분석이나 컨설팅 등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카드가 올해 예비인가를 획득하며, CB업 진출을 앞두고 있다.

또한 신한·삼성·BC카드는 민간데이터 전문기관으로 예비지정된 상태다. 민간데이터 전문기관이란 금융사와 비금융사들의 사용자 가명정보를 결합해 익명·가명 처리할 수 있는 자격이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데이터 관련 상품거래도 활발하다. 금융데이터거래소에 따르면 9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NH농협)가 등록한 데이터 상품은 이날 기준 총 4832개로, 작년 연말 대비 두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업권 1·2위인 신한·삼성카드가 금융·유통·통신 등 다양한 이종산업군과 손잡고 각각 민간데이터댐을 구축, 데이터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와 디지털 역량을 기반으로 데이터 상품개발 및 신사업 기회를 발굴하겠다는 계획이다.

◇카드사의 이유 있는 '외도'···악화된 본업 경쟁력

이 같은 카드사들의 '외도'는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의 수익성 악화에 기인한다. 올해 1분기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의 신용판매 부문 중 일시불 취급액은 155조26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8%나 증가했다. 신판할부 취급액도 33조9987억원으로 같은 기간 5.8%나 증가했다.

반면 1분기 당기순이익은 58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4% 감소했다. 고금리 기조 하에 카드사들의 이자비용이 1조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8%나 급증한 데다, 대손비용도 5752억원으로 60.8%나 올랐기 때문이다.

꾸준히 인하된 가맹점 수수료율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2012년부터 진행된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으로,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의 수수료가 2012년 4.5%에서 현재 0.5%까지 하락했다.

특히 영세자영자들을 위한 정책이라는 이유로 정치권 개입이 확대된 결과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가맹점의 96%가 0.5~1.5%의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으며, 이 중 75%가 최저 요율(0.5%)을 적용받는 기형적 구조가 형성됐다.

이 같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카드사 수익성은 급감했으며, 본업이라 할 수 있는 신용판매 부문에서 아예 역마진이 발생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여기에 최근 삼성페이가 유료화를 선언하면서, 카드사들의 신용판매 부문의 수익성 악화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낮아진 수수료나 높아진 조달비용, 포화된 시장 환경 등을 고려하면 더 이상 본업에서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익다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당장 수익이 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신사업 발굴 노력은 이어지겠지만, 당분간 리스크 관리에 치중하며 내실 강화 위주의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