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금투 반발에도 투자일임업 전면 허용 요청···당국 "리스크 검토"
은행권, 금투 반발에도 투자일임업 전면 허용 요청···당국 "리스크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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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TF 8차회의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0일 열린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TF 8차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0일 열린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TF 8차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이자장사 비판에 직면한 은행권이 금융당국에 비이자수익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 '투자일임업'을 전면 허용해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투자일임업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금융투자업권의 반발이 극심한 만큼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당국은 은행권에 투자일임업 허용에 따른 리스크와 차별화된 서비스 형태 등에 대해 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일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주재하는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TF 제8차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은행권 비이자수익 비중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고 11일 밝혔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대부분의 수익이 이자수익에 치중돼 있어 경기·금리변동 리스크가 큰 데다 수익 다각화 측면에서 비이자수익 비중을 크게 늘릴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비이자수익 비중은 약 12%로 미국 은행(30.1%)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또 국내 은행의 비이자수익은 대부분 외환수입수수료, 펀드·방카판매수수료 등 수수료에서 한정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TF 회의에서 은행권은 숙원사업인 투자일임업의 전면 허용을 건의했다. 투자일임업은 금융회사가 투자자로부터 주식, 펀드, 채권 등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투자 판단을 일임받아, 투자자 개별 계좌로 자산을 대신 운용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현재 은행 투자일임업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한해서만 허용된 상태다. 그러다 보니 은행 고객들에 대한 원스톱 종합자산관리서비스 제공에 한계가 있었다. 은행권은 전면 허용이 어려울 경우 공모펀드 및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투자일임업에 한해 추가 허용해줄 것을 건의하기도 했다.

투자일임업이 은행권에 허용되면 소액투자자·은퇴자·고령자 등을 포함한 모든 고객들이 맞춤형 투자일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은행의 광범위한 영업망을 통해 다양한 자산관리서비스를 편리하게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은행 입장에선 판매수수료 중심 사업모델이 관리·운용보수(fee) 중심으로 전환, 경기변동에 따른 손익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투자업권은 은행권에 대한 투자일임업 전면 허용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은행들의 투자일임업 진출이 금융투자업권 내 경쟁을 심화시키고, 중소 증권사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 보수적인 은행 고객과 보다 공격적인 투자 성향의 증권사 고객 간 성향 차이를 고려했을 때, 은행의 투자일임업 허용은 소비자보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투자일임업 허용을 둘러싸고 두 업권 간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금융당국은 '동일 기능-동일 리스크-동일 규제' 관점에서 접근하겠단 방침을 정했다.

김 부위원장은 "투자일임업에 대해 과거 방카슈랑스 등 겸영업무 허용 과정에서 겪었던 것처럼 첨예한 갈등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특정 업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판단할 것이 아니라 '동일 기능–동일 리스크–동일 규제'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은행권 투자일임업 허용에 따른 리스크가 무엇이고 이것을 어떻게 관리·해소할지 여부를 우선 검토하고, 국민들에게 어떤 금융편익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국은 은행권에 △은행에 대한 투자일임 허용에 따른 리스크 및 관리 방안 △기존 증권업계의 투자일임과 차별화된 서비스 가능 여부 등을 추가 검토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TF 또는 실무작업반에서 재차 논의하겠단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은행권은 벤처투자 확대, 신탁업 혁신, 투자자문업 활성화 등을 통해 비이자수익 비중을 대폭 늘리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관련해 지난달 은행의 벤처펀드 출자한도가 기존 자기자본의 0.5%에서 1%로 2배 상향됨에 따라 최대 1조7000억원까지 벤처펀드에 출자할 수 있게 됐다. 은행권은 또 투자자문업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자문형 랩어카운트 등 다양한 자문서비스를 제공하겠단 계획도 밝혔다. 신탁업에 대해선 향후 법령 개정에 완료되면 가업승계신탁, 후견신탁 등 새로운 신탁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김 부위원장은 "은행들 대부분의 수익이 이자수익에서 치중돼 있는데, 이자수익이 대출·예금규모와 예대금리차에 의해 결정되다보니 경기 변동, 시장금리 인상·인하 여부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 등 변동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측면이 있다"며 "은행은 금융산업의 근간으로 건전성과 안정성이 가장 중요한 만큼 수익 변동성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수익원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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