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점포 함부로 못 없앤다···대체점포 내고 피해보상 해야
은행 점포 함부로 못 없앤다···대체점포 내고 피해보상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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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은행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 마련
폐쇄 전 이용고객 의견 수렴·공시 연 4회 확대
"ATM, 대체수단 안 돼···우대금리 등 지원 필요"
홈페이지·앱 내부에 별도의 고령자 모드 실습도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19층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TF 5차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은행권의 사회공헌 활성화 방안과 은행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은행들의 무분별한 점포 폐쇄에 금융 당국이 제동을 걸었다. 은행들은 당장 다음 달부터 점포를 폐쇄하기 전 점포 이용고객을 대상으로 의견수렴을 거쳐 폐쇄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점포폐쇄를 결정할 경우엔 공동점포·소규모점포·이동점포·창구제휴 등 대체점포를 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점포 폐쇄가 금융소외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금융위원회는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은행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을 논의·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금융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은행은 비용 효율화 측면에서 점포수를 줄이고 있으나, 점포폐쇄에 따라 금융소비자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점포이용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고령층에게는 점포폐쇄가 곧 금융소외로 이어질 수 있어 점포폐쇄 과정상 문제점이 없는지 면밀히 검토해 이번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사전영향평가 내실화···외부전문가 2인으로 확대

이번 내실화 방안에 따르면 점포폐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사전영향평가절차가 강화되고, 점포폐쇄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정보가 확대된다.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지원방안도 마련된다.

그간 은행들은 점포폐쇄 결정에 앞서 사전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점포폐쇄 결정시 대체수단을 마련하도록 '점포폐쇄 공동절차'를 운영해 왔다. 그러나 폐쇄 점포수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공동절차가 실효성 있게 운영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은행들은 사전영향평가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해외사례 등을 참고해 점포폐쇄를 결정하기 전 점포 이용고객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고, 의견수렴 결과를 반영해 대체수단 조정, 영향평가 재실시 또는 점포폐쇄 여부를 재검토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현재 미국·캐나다·영국·호주 등은 지역주민이 요청하는 경우 은행 점포폐쇄에 대한 의견수렴을 진행하거나 지역사회와 협의하는 절차 등을 거치고 있다.

은행은 사전영향평가와 의견수렴청취 결과, 금융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될 경우 원칙적으로 점포를 유지해야 한다. 부득이하게 점포폐쇄를 결정하더라도 금융소비자가 금융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적절한 대체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이 때 내점고객 수, 고령층 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소규모점포, 공동점포, 우체국·지역조합 등과의 창구제휴 또는 이동점포를 대체수단으로 마련하도록 했다.

단, 금융소비자가 겪게 되는 불편·피해의 정도가 크지 않는 등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고기능무인자동화기기(STM)도 대체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STM을 대체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 안내직원을 두거나 STM 사용방법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무인자동화기기(ATM)는 앞으로 대체수단으로 활용할 수 없다. 현금 입·출금 등 기본적인 업무는 가능하나, 예·적금 신규가입 등 은행의 창구업무를 온전히 대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사전영향평가에 참여하는 평가자 중 외부전문가를 기존 1인에서 2인으로 확대하고, 외부전문가 2인 중 1인은 점포폐쇄 지역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게끔 지역인사로 선임해야 한다. 사전영향평가항목에서 은행의 수익성 또는 성장가능성과 관련된 항목은 제외하고, 금융소비자의 불편 최소화와 관련된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

◇'사유·대체수단'도 공시···실질적 지원 마련해야

점포폐쇄와 관련된 정보의 범위·내용도 확대한다. 그간 점포폐쇄가 결정되면 폐쇄일로부터 3개월 전부터 점포 이용고객에게 문자, 전화, 우편, 이메일 등을 통해 폐쇄일자, 사유 및 대체수단 등 기본정보를 제공했다.

앞으론 이에 더해 사전영향평가 주요내용, 대체점포 외 추가적으로 이용 가능한 대체수단, 점포폐쇄 이후에도 문의할 수 있는 담당자 연락처 등을 추가로 제공해야 한다.

연 1회 실시하고 있는 점포폐쇄 관련 경영공시를 연 4회(분기별 1회)로 확대하고, 신설 또는 폐쇄되는 점포수 뿐만 아니라 폐쇄일자, 폐쇄사유 및 대체수단 역시 추가로 제공해야 한다. 금융소비자가 은행별로 비교할 수 있도록 점포 신설·폐쇄현황 비교정보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홈페이지를 통해 공시해야 한다.

금융소비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지원방안도 마련된다.

은행은 소비자보호 전담부서를 통해 점포폐쇄 이후 금융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을 사후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소비자의 불편 또는 피해가 해소되지 않는 경우 대체점포를 재지정하거나, 대체수단을 추가로 마련하는 등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 은행 자체적으로 폐쇄되는 점포 고객을 대상으로 향후 발생할 불편 및 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직접적인 지원방안을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폐쇄점포 고객을 대상으로 예금 또는 대출상품에 일정기간 우대금리를 제공하거나, 각종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방안 등이 고려될 수 있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점포 폐쇄를 전후로 디지털 금융교육도 실시해야 한다. 특히 은행은 홈페이지와 앱 내부에 별도의 고령자 모드를 신설하고, 고령자 모드를 이용한 인터넷뱅킹 또는 모바일뱅킹 실습교육을 진행해야 한다.

이번 개선방안은 '은행 점포폐쇄 관련 공동절차' 개정을 통해 다음 달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5월1일 이전에 점포폐쇄가 결정되거나, 점포가 폐쇄되는 경우에도 일부 사항을 제외하고 이 '내실화 방안'을 적용해야 한다. 경영공시와 관련된 제도개선사항은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을 개정, 오는 2분기부터 적용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김 부위원장은 "금융업의 본질은 '신뢰'에 있다"며 "단기적인 이윤추구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소비자 이익 증진에 최선을 다해야만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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