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권 경쟁 촉진과 과점 해소를 위해 도입을 논의해왔던 스몰라이선스(인가 세분화)·특화은행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겠단 입장을 재차 밝혔다. 특화은행 대표 사례로 꼽히던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면서 특화은행 도입에 따른 리스크를 신중하게 점검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6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해 "신규 플레이어 진입에 대해서는 경합시장 관점에서 제도상·인가정책상 진입이 가능한 시장을 만들되, 엄격한 심사를 통해 충분한 능력이 검증된 경우에만 진입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그동안 당국이 운영해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논의 성과와 향후 계획을 은행장들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간담회는 김소영 부위원장이 주재했다.

당국은 1·2차 TF 회의와 여러차례 실무작업반 회의를 통해 △스몰라이선스·특화은행 도입 및 비은행 종합지급결제업 허용을 통한 은행 과점 해소 △예금·대출금리 경쟁촉진 △대환대출 인프라 주담대 확대 △온라인 예금 중개서비스 확대 △예대금리차 공시제도 개선 △은행 자본확충 방안 마련 △성과보수체계 및 주주환원정책 제도 개선 등을 폭넓게 논의해왔다.

김 위원장은 "최근 고물가·고금리로 은행의 고객인 국민과 기업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권이 손쉽게 예대마진으로 역대 최고의 수익을 거두고 미래에 대한 충분한 대비 없이 당장 고액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모습은 결코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은행산업이 경쟁이 부족한 과점적 구조에 머물러 있으면서 국민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더 낮은 비용으로 제공하기 위해 서로 경쟁하고 혁신하기보다는 독과점력을 활용, 충분한 예대마진 확보라는 손쉬운 수익 수단에 안주했던 점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 경쟁 촉진과 관련해 논의해온 스몰라이선스·특화은행 도입 및 비은행 종합지급결제업무 허용 안건은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충분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당국의 생각이다.

김 위원장은 "금융안정과 소비자 보호를 전제로 국민의 효용증진 관점에서 판단한다는 대원칙 아래, 구체적인 경쟁의 모습과 효과, 실효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비은행권의 지급결제 허용 여부는 금융업종에 따른 허용이 아닌 '동일기능-동일리스크-동일규제' 관점에서 지급결제 리스크 및 소비자 편익 증진 효과를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고액 성과급 논란을 불러왔던 은행권 성과보수체계도 개선한다. 김 위원장은 "성과지표에 있어서 단순히 시장상황 변동에 따른 수익 증가가 아닌 임직원의 혁신적 노력 여부를 평가하고 건전성·소비자보호 강화 등 공공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의 중장기 발전을 촉진할 뿐 아니라 경기 진폭도 완화할 수 있게 단기적 성과뿐 아니라 장기적 성과까지 평가하고 충분한 이연지급과 함께 주식·스톡옵션 등 지급수단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며 "성과보수체계를 적극 공개·공시해 투명성을 제고하고 국민과 시장으로부터 성과보수체계의 적정성을 평가받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당국은 이날 간담회를 통해 은행 제도개선에 대한 업계 건의사항 등을 청취하고 오는 6월 말까지 TF를 운영, 총 6개 과제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김 부위원장은 "은행은 국민과 기업에게 충분한 자금을 공급하는 경제혈맥이자 금융시장의 든든한 안전판으로서 금융산업의 가장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며 은행들도 TF 운영에 적극 참여하고 향후 개선방안이 금융현장에서 실천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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