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증하는 불확실성에 복잡해진 금리 셈법···금통위, 묘책 찾기 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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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4일 한은 금통위 기준금리 결정···사상 첫 총재 부재 회의
4월 '동결'·5월 '인상' 전망···연내 금리 상단 1.75~2.00% 전망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전 총재(가운데)가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미국의 강력한 통화긴축 움직임은 물론,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이 우리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국내 물가는 10여년 만에 4%를 넘어섰고, 수십조원에 달하는 적자 국채 발행까지 대내 불확실성까지 맞닥뜨렸다. '성장을 지키며, 금융안정과 함께 물가도 잡을 수 있는 묘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사상 처음으로 총재 없이 기준금리를 결정해야 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선택에 더욱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쏟아지는 대내외 악재에 금리상승압력이 상당한 만큼, 한은도 금리인상 기조를 분명히 내비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내외 불확실성을 고려해 이달 금리인상에 나서지 않더라도, 한 달 뒤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게 중론이다.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14일 열릴 한은 금통위 정례회의는 사상 첫 한은 총재가 부재한 가운데 열리게 된다. 기재위는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일정을 오는 19일 개최하기로 했다. 의장인 한은 총재 없이 금통위 본회의가 진행되는 것은 지난 1998년 한은 총재가 금통위 의장을 겸임하게 된 이래 처음이다.

이에 따라 회의는 총재가 부재한 가운데 6명의 금통위원이 진행할 예정인 가운데 주상영 금통위원이 직무대행으로 회의를 주재하게 된다. 주 위원은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위원으로, 최근 진행된 세 차례의 금리 인상 결정에서 동결을 주장했다. 이에 비둘기파 의장이 주재하는 회의에선 기존 금리인상에 대한 분위기에 변화가 감지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 대내외 불확실성···금리인상으로 귀결되는 대내외 리스크

그러나 최근 쏟아지는 대내외 리스크가 모두 금리인상 전망으로 귀결되고 있으며, 이에 금융시장 역시 매우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만큼, 금통위가 시장 내 분명한 '매파'(통화긴축 선호)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먼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올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통화긴축 의지를 내비쳤다. 연준은 지난달 3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한 데 이어 올해 수 차례의 '빅스텝'(0.5%p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인플레이션 파이터'를 자처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높은 금리인상에도 미국 경제는 매우 강력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에 미 연방금리가 올해 1.9%대, 내년 최대 3.0%까지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고, 이런 전망이 지속된다면 한미 간 기준금리가 역전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금리 역전은 곧 외화유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한은의 금리인상압력을 더욱 높이는 재료로 작용할 수 있다.

아울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황이 더욱 악화되면서 국내 물가 충격도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는 1년 전과 비교해 4.1% 올라, 지난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유·곡물 등 원자재가격 급등에 당분간 4%대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올해 연간으로는 지난 2월 전망치(3.1%)를 크게 상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시장의 충격도 적지 않다. 4%의 물가상승률을 목격한 채권시장은 곧바로 '금리 발작'을 일으켰다. 대출금리의 선행지표인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 2.879%까지 오르면서 8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장기 국고채 금리도 함께 치솟자 한은은 급히 국고채 단순매입에 나섰으나, 시장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 4월보단 5월 인상···"한미 금리 역전, 우려할 수준 아냐"

이달 금통위에선 인상보다는 동결에 힘이 실린다. 한은 총재가 부재한다는 점과 더불어 금통위가 지난해부터 이미 세 차례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렸다는 점에서 금리인상 결정은 보다 점진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물가상승률과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 등을 고려할 때 최소 내달에는 한 차례 금리인상이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달 금리 결정은 동결을 예상하며, 소수의견으로 인상 의견이 제시될 수 있다"면서 "작년부터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려 왔다는 점에서 이달 금리를 올리며 인상 속도를 빠르게 가져가려고 하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물가, 미국의 통화 기조 등을 고려하면 내달까진 0.25%p의 금리인상은 단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하반기 내 1~2회의 추가 금리인상으로 올해 금리 상단은 1.75~2.0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강력한 통화긴축 기조,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 등은 대외 영향에 민감한 우리 경제 환경을 고려할 때 상황이 바뀌었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물가상승률이 올해 10월까지 3%를 상회하지 않을까 예상한다. 연간으로는 3.7%에 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자 출신에 국제기구에 일했던 경력을 가진 이 후보자는 기존 금통위원들보다 덜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근 발언들을 볼 때 원론적이면서도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면서 "(이 후보자는) 가계부채 언급에서도 금리 수준이 중립금리보다 높아질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중립금리 수준이 2% 내외로 예상되는 것을 고려하면 3분기와 4분기 두 차례의 금리인상으로 2%에 달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미국 금리가 빠르게 올라갈 것이란 전망에 한미 간 금리 역전차가 발생할 수 있지만,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 경제는 전보다 탄탄해졌고, 과거 사례를 살펴볼 때 대외 여건 상황이 크게 악화되지 않는다면 걱정은 기우에 불과할 수 있다"면서 "금리 움직임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채권 시장의 경우 자금유출압력은 커질 수 있지만, 위기를 조장할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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