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 앞둔 가상화폐 거래소, 대책 마련에 안간힘
'특금법' 앞둔 가상화폐 거래소, 대책 마련에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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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계좌 놓고 은행-거래소 입장차 여전
자금세탁 방지·투자자 보호 장치 강화 등에 속도
"요건 충족, 의미 없어···당국 태도 변화 있어야"
지난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 모니터에 비트코인 등의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 모니터에 비트코인 등의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오는 9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을 앞두고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거래소들은 특금법에 따라 오는 9월 24일까지 은행 실명계좌를 발급받아야 하는 등 까다로운 사업자 신고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실명계좌를 놓고 은행과 거래소 간 입장차가 크기 때문이다. 은행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거래소의 경우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밟을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거래소들이 앞다퉈 자금세탁방지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 강화에 나서고 있다. 실명계좌 발급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은행들의 가이드라인을 총족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기 위한 '몸부림'인 셈이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원은 15일부터 전화상담을 재개하는 한편 고객센터 온·오프 채널을 4개로 확대했다. 이는 국내 주요 거래소 중 최다 채널이다. 지난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전화상담을 중단했던 코인원은 고객 편의 서비스를 확대하고자 소통 채널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코인원 관계자는 "24시간 운영되는 거래소의 특성상 고객과의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최우선"이라며 "고객편의에 맞춘 서비스를 확대해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환경조성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플라이빗은 이달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을 구축한 데 이어 24시간 고객센터 확대 운영 서비스를 시작했다. 원활한 거래 서비스 제공과 상담 등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최근엔 KB국민은행 출신의 자금세탁방지 전문가도 영입했다. AML 리스크 관리 책임자로 선임된 설기환 상무는 KB국민은행에서 30년 가까이 자금세탁방지 업무를 맡아 온 AML 전문가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에 따라 AML 시스템 관리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실명계좌 발급 재계약을 맺어야 하는 4대 거래소는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빗썸은 지난 13일부터 국내 휴대폰으로 본인 인증이 어려운 해외 거주 외국인의 회원 가입을 제한하고 있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도 외국인 등록증을 받지 못하면 본인 인증을 할 수 없어 회원 가입이 제한된다. 또 빗썸은 자금세탁방지 국제 기준 미이행 국가로 추가된 필리핀, 몰타, 아이티, 남수단 등 4개국 거주자의 거래도 차단했다.

이외에도 빗썸을 비롯해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4대 거래소는 지난달 말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트래블 룰(암호화폐 전송 시 사업자가 송·수신자 정보를 수집하도록 한 규정)' 공동 대응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 업무협약(MOU)을 맺기도 했다. 4개사는 트래블룰 서비스를 공동 개발해 연내 정식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움직임을 두고 거래소들은 까다로운 사업자 신고 요건을 갖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특금법에 따라 오는 9월24일까지 사업자 신고를 마치고 수리받아야 영업을 이어갈 수 있어서다. 은행권 평가에 대비해 은행과 금융당국의 신뢰도를 높이려는 전략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나름 규모가 있는 곳들은 일찌감치 특금법에 대비한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대부분 은행권 평가 기준을 충족한 상황"이라면서 "요즘 관련 업계에 대한 분위기가 워낙 좋지 않다 보니 투자자들과 소통을 강화하고, 안전한 거래소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마감 시한을 70여일 앞두고 거래소들이 얼마나 실명계좌를 발급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태다. 업계에선 특금법이 요구하는 조건과 은행 내부 평가기준을 모두 충족하더라도 당국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사실상 문을 닫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뚜렷하다.

또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은행에서 요구하는 평가기준을 모두 충족해 실명계좌 발급 직전까지 갔지만, 요건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당국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는 바람에 무산됐다"며 "이대로라면 몇몇 곳을 제외하곤 문을 닫아야 하는데, 이에 따른 투자자 피해 등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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