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코나 전기차 화재 원인을 부인하고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어 배터리 업계가 'K-배터리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24일 국토교통부는 현대차에서 제작·판매한 코나 EV 2만5083대와 아이오닉 전기차(AE PE EV) 1314대, 일렉시티(전기버스·LK EV) 302대 등 총 2만6699대의 차종에 탑재된 배터리 셀에서 제조불량이 발견돼 리콜 조치한다고 밝혔다.
국토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은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리콜로 수거된 고전압 배터리 정밀조사와 함께 화재 재현실험 등을 진행한 결과 2017년 9월부터 2019년 7월까지 LG에너지솔루션 중국 남경공장에서 생산된 고전압 배터리 중 일부에서 '셀 제조불량(음극탭 접힘)'으로 인한 내부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내달 29일부터 해당 차종의 고전압배터리시스템(BSA)을 모두 교체할 예정이다.
배터리 셀 공급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국토부·현대차와 함께 리콜 조치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면서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배터리 '셀 내부 정렬불량(음극탭 접힘)'은 재현실험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아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며 "남경 현대차 전용 생산라인들의 양산 초기 문제로 이미 개선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LG에너지솔루션이 제안한 급속충전 로직을 현대차가 배터리관리시스템(BMS)에 잘못 적용했다며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도 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그동안 BMS 등을 화재 발생 원인으로 꼽아왔다.
국토부는 현대차의 코나EV BMS 업데이트 당시 충전맵 로직이 오적용됐다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를 분해해 분석했을 때 오적용한 것과 정상 적용한 배터리의 유의미한 차이를 판단하기 어려워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배터리 셀 화재 원인으로 제시됐던 분리막 손상에 대해서는 아직 화재 재현 실험중인데도 LG에너지솔루션 측은 "화재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배터리 업계에서는 "K-배터리 전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차원의 조사 결과에서 화재 원인으로 배터리 셀이 지목됐는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발뺌해버려 완성차·부품 업체들이 정부는 물론 다른 배터리 업체들까지도 신뢰할 수 없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잘못된 부분은 인정하고 개선해야 배터리의 안정성·신뢰도 등에서 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며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셀 제조결함이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걸 인정하고 리콜에 적극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국토부의 발표는 지난해 10월 현대차의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업데이트 이후에도 잇따라 화재가 발생하자 추가 정밀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앞서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리콜로 수거된 고전압 배터리 정밀조사와 함께 화재 재현실험 등을 진행해왔다.
배터리셀 내부 열 폭주 시험에서 발생된 화재 영상이 실제 코나 EV 화재 영상과 유사한 것을 확인했고, 배터리 분해 정밀조사에서는 셀 내부 정렬 불량(음극탭 접힘)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을 확인했다. 음극택 접힘이 발생하면 음극에 리튬 부산물이 생기고, 석출물이 양극(+)으로 확산되면서 양극 탭과 접촉 시 단락 가능성이 있다.
실제 지난 1월 23일 대구 화재 차량 중간조사에 3번 팩 좌측의 배터리 셀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며 내부 양극(+) 탭의 일부가 소실됐다.
다만, 화재 재현 실험에서는 이를 직접 확인하지는 못해 실험을 계속 진행중이다.
과충전으로 인한 배터리 화재 발생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BMS가 이를 차단하고 있음이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