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라일의 KB금융 '우호적' 투자···가치 재평가 시점?
칼라일의 KB금융 '우호적' 투자···가치 재평가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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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칼라일그룹서 2400억원 투자 유치
글로벌·보험업·IB 역량 강화 '기대'
KB금융지주 (사진=서울파이낸스 DB)
KB금융지주 (사진=서울파이낸스 DB)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KB금융그룹이 세계 3대 사모펀드 운용사 칼라일그룹으로부터 투자를 이끌어낸 배경으로 과도하게 저평가된 현 주가의 높은 성장 가능성이 꼽힌다. 특히, 이번 투자 조건이 KB금융에 상당히 유리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그룹 재평가의 기회를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지난 18일 이사회 승인을 거쳐 칼라일과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칼라일은 KB금융이 자사주를 활용해 발행하는 24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매입하기로 했다. 교환사채는 투자자가 보유한 채권을 일정 기간 후 발행사가 보유한 자사주나 다른 회사의 유가증권으로 교환할 수 있는 채권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협약을 두고 KB금융에 유리한 거래였다고 평가한다. 칼라일이 매입할 교환사채는 KB금융 자사주 500만주(지분 1.2%)로, 교환가액은 4만8000원이다. KB금융의 주가가 18일을 기준으로 3만5250원에 거래된 것을 고려하면 약 36%의 프리미엄이 붙은 셈이다.

또 칼라일이 주식 교환권을 행사하더라도 실제 주식 매각은 회사채 발행 후 42개월이 지나야 가능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KB금융 주식이 시장에 대거 풀리는 오버행(대량 대기매물) 부담도 해소됐다. 칼라일이 교환 청구를 할 수 있는 기간은 오는 8월 29일부터 2025년 6월 16일까지다.

이번 교환사채의 금리는 0%다. KB금융은 투자금 2400억원 중 2100억원을 푸르덴셜생명 인수 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KB금융 입장에서는 푸르덴셜생명 인수 자금 일부를 제로(0%) 금리로 조달할 수 있어 경제적 부담을 한층 덜게 된 셈이다.

KB금융에 우호적인 조건이 붙으면서 칼라일이 KB금융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금융시장을 이끌고 있는 KB금융은 매년 탄탄한 실적과 성장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7배에 머무르고 있다. PBR은 주가 대비 주당 순자산의 비율로, 1배 미만이면 시가총액이 장부상 순자산 가치에 못 미칠 정도로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해 말 5만원 초반대를 기록하던 KB금융의 현재 주가는 3만6000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금융주 전반이 크게 하락한 것을 고려한다고 해도 과도하게 저평가된 수준이다. 하지만 칼라일의 이번 투자를 계기로 KB금융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 투자 소식이 전해진 뒤인 19일 현재 KB금융의 주가는 전일 대비 2.13% 오른 수준에서 거래를 마치기도 했다.

김도하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해당 교환사채는 시장가 대비 높은 교환가액과 무비용 발행, 의무보호예수(lock-up) 구간 등을 고려하면 발행자에게 매우 유리한 조건"이라며 "글로벌 사모펀드가 KB금융에 높은 가치를 부여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KB금융은 두 그룹이 보유한 국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새로운 투자 기회를 모색할 계획이다. 특히, 칼라일의 투자 역량과 KB금융의 구조화금융·자금조달 등의 영역에서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KB금융이 집중하고 있는 글로벌과 IB(투자은행), 보험업 부문에서의 협력도 가능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글로벌 사모펀드가 파격적인 조건으로 투자를 결정했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기업의 미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는 것"이라며 "칼라일과의 협약을 기반으로 최근 KB금융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글로벌과 보험업 부문에서 눈에 띄는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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