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톡] 씨티은행 노사, 연차휴가 '강제 사용'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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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씨티은행 노동조합
사진=씨티은행 노동조합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2020년도 휴가는 100% 목표임.'

한국씨티은행이 직원들에게 100% 연차휴가 사용을 독려해 노사가 정면으로 대립하고 있습니다.

사측은 이달 말까지 연간 휴가를 계획을 미리 세워 직원 간 원활한 휴가 사용을 독려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하지만, 노동 조합측 생각은 다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국내외 이동이 제한된 상황에서 사측이 휴가 사용을 강제하고 있다는 겁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 노조는 보도자료를 통해 "사 측이 직원들에게 연차휴가 소진을 강요해 직원들로부터 '직장 갑질'을 호소하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 국민의 이동이 제한되고 있고 은행 내부 지침도 국내외 출장을 사실상 전면금지한 상태라 마땅히 휴가 갈 곳도 없는데, 무조건적으로 휴가 사용을 의무화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반면 사 측은 "직원들에게 휴가를 의무적으로 강제하는 것이 아니다"고 반박합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휴가가 집중될 것을 고려하면 고객 서비스 차질을 예방하는 차원에서도 미리 휴가 계획을 공유하는 게 더 낫지 않겠냐고 설명합니다.

노사 대립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역시 '돈'입니다. 휴가계획 등록강요는 결국 휴가보상금을 아끼기 위한 사 측의 꼼수라는 게 노조의 생각입니다. 이제까지는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않으면, 그날 만큼 휴가보상금이 지급됐는데 은행이 비용절감을 위해 직원들에게 휴가사용을 압박하고 나섰다는 거죠.

실제 은행의 사정이 좋지 않습니다. 지난해 씨티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941억원으로 전년 대비 4.5%(137억원) 감소했습니다. 은행의 본원적인 수익원인 이자이익이 감소한 가운데, 종업원 급여 등 판매관리비가 1년 전과 비교해 3.3% 늘어 당기순이익을 끌어내리는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 사실입니다.

올해는 초저금리로 순이자마진(NIM) 축소가 예견되는 데다 정부의 강력한 가계 대출 규제, 불경기에 따른 기업 대출 위축, 코로나19 사태까지 더해져 은행권의 순이익 급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때문에 은행이 허리띠를 더 바짝 졸라 맬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은행권 한 관계자는 "경영이 악화하면서 은행이 직원들에게 연차 사용을 권장할 수는 있지만 의무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꼬집었습니다. 씨티은행은 지난 2012년에도 같은 문제로 노사 갈등을 겪었습니다. 은행 순이익이 줄면 인건비부터 손대는 악순환이 언제까지 반복될지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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