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뉴스] 가시밭길 인수전···장고 깊어지는 정몽규 HDC 회장
[CEO&뉴스] 가시밭길 인수전···장고 깊어지는 정몽규 HDC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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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HDC그룹 회장. (사진= HDC현대산업개발)
정몽규 HDC그룹 회장. (사진= HDC현대산업개발)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에 나설때만 해도 알지 못했던 새로운 변수들이 정몽규 HDC 회장을 코너로 몰고 있다.

당초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가시밭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도 있었지만, 적자 구조에 빠진 내부적 위기에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덮쳐 항공업황이 극단적 위기에 직면할 줄은 미쳐 예상치 못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전날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하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철회설'을 부인하며,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밝혔다. 정상적인 인수절차 추진과 관련해 이달 들어 수 차례 보도자료를 낸 것은 물론 이날 주총에서도 권순호 대표이사 사장이 직접 "M&A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은 금융조달 및 구조조정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을 800%에서 300%까지 떨어뜨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인수 계약 당시 전 세계 22개국, 64개 도시에 70개 이상 노선을 운영하는 국내 2위 항공사의 가치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상황은 녹록치 않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의 매출액은 7조8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4% 줄었다. 특히 지난 2013년 이후 6년 만에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무려 4274억원에 달한다. 당기순손실도 1960억원에서 8378억원으로 증가하며 1년 새 3배 넘게 불어났다.

재무 흐름에서 양호한 지표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단거리 노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구조적으로 적자를 개선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6월 말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여객 운항 가운데 중국(34.5%)·일본(24.0%)·동남아(23.2%) 등 단거리 노선이 81.7%에 달했다. 중장거리 노선 비중이 적은 데다 일본 불매 운동 여파와 저비용항공사(LCC)의 성장으로 '샌드위치' 신세가 된 것이다.

그동안 리스회사에서 항공기를 통째로 빌려오는 운용 방식으로 리스료만큼만 비용으로 회계처리하는 등 부채비율을 줄여왔지만, 올해 새로운 회계기준(IFRS16)이 도입되면서 운용리스도 회계처리에 부채로 산입됐다.

외부 전망은 더욱 어둡다. 미국 코로나19 확진자가 중국을 넘어서는 등 세계적으로 확산 추이가 확대되면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올해 전 세계 항공업계의 피해가 309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항공사들의 상반기 매출 손실만 6조원대가 넘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2년 내 파산할 것이란 불길한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현대산업개발의 실적이 양호한 모습을 보인 것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현대산업개발의 지난해 실적(별도 기준)은 매출액 4조2111억원, 영업이익 5484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50.7%, 74% 늘었으며, 영업이익률은 13%로 건설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은 물론 대규모 복합개발 사업에 투입해야 하는 자금 규모가 조 단위에 이르는 상황에서 현금흐름이 악화됐다. 또한 좋은 실적 흐름과 인수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난해 11월 3만1385원까지 상승세를 탔던 주가는 이날 1만500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현대산업개발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검토 대상' 명단에 올렸다.

일부 계열사 등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재무 부담을 줄이는 작업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지지만, 항공업황이 최악인 현 상황에선 이마저도 쉽지 않다. 결국 정 회장은 최근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아시아나개발, 아시아나IDT, 에어서울, 에어부산 등 계열사 대표 임원들과 차례로 진행해 온 면담까지 돌연 중단했다.

인수 당시 애경그룹보다 1조원 많은 '통 큰' 베팅으로 승부사라는 평가까지 나왔지만, 쏟아지는 악재에 정 회장의 '장고'가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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