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 아시아나항공 인수 '난기류'···문제 없다지만 사실상 연기?
HDC, 아시아나항공 인수 '난기류'···문제 없다지만 사실상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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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증자 자금납입 연기, 일정 '미확정'
"기업결합심사 지연·코로나 변수 영향"
업계 "인수 재검토 가능성" 관측 대두
1일 금융 및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27일 정정공시를 통해 당초 이달 7일로 예정됐던 1조4665억원의 3자 배정 방식 유상증자 자금납입일을 무기한 연기했다. (사진=아시아나항공)
1일 금융 및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27일 정정공시를 통해 당초 7일로 예정됐던 1조4665억원의 3자 배정 방식 유상증자 자금납입일을 무기한 연기했다. (사진=아시아나항공)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난기류를 만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의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인수 첫 단계인 아시아나항공의 유상증자 자금납입일이 무기한 미뤄진 것이다. 

HDC측은 인수를 절차대로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시장에서는 인수 지연 가능성과 함께 조건 재검토나 중단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일 금융 및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27일 정정공시를 통해 당초 7일로 예정됐던 1조4665억원의 3자 배정 방식 유상증자 자금납입일을 무기한 연기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납입일을 확정하지 않고 '신주인수계약서 제4조에서 정한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로부터 10일이 경과한 날 또는 당사자들이 합의하는 날'로 정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매각 과정의 초기 단계로, 당초 HDC와 아시아나항공은 이를 통해 차입금을 상환하려는 계획이었다. 구체적으로 HDC가 아시아나항공에 1조4665억원을 유상증자하면, 아시아나항공이 유입된 자금의 일부(1조1745억원)를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지원자금 및 주식담보부 차입 등으로 활용할 예정이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유상증자를 하려면 중국 등 해외 기업결합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관련 행정절차 처리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고 현재 코로나19 사태 등 변수로 인한 탓도 있다"며 일정을 연기한 배경을 설명했다.

항공업체가 인수합병(M&A)을 하려면 한국은 물론 해당 항공사가 비행기를 띄우는 국가별로 기업결합승인을 받아야 한다. 신주인수계약서에도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이 선행 조건으로 적시돼 있다.

이 관계자는 "새로 발행할 신주 규모를 고려해 최근 주총에서 발행 가능한 주식 총수를 6억주에서 8억주로 늘렸기 때문에 기존 1·2차로 나눠 진행하기로 했던 유증 일정을 같은 날 진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도 덧붙였다.

HDC도 기업결합 심사가 완료되면 산은의 자금 지원 규모와 시기에 따라 유상증자 날짜를 확정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문제는 심사가 언제 진행될 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사진=HDC현대산업개발)
(사진=HDC현대산업개발)

시장에서는 기업결합심사 승인 문제가 아니더라도 이번 일정이 연기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대규모 부채에다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지면서 경영난이 심화됐기 때문에 당초 HDC-미래에셋 컨소시엄이 써냈던 인수금 2조5000억원이 무리한 금액이라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시장과 업계에서 인수 조건을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별도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영업손실 3682억7000만원, 당기순손실 6700억원을 냈다. 부채비율은 2018년 649.3%에서 지난해 1386.7%로 2배 넘게 급증했다.

여기다 코로나 직격탄으로 인해 현재 운항률은 7.6%까지 떨어졌고 인건비 절감을 위해 이달부터는 무급휴직 기간을 늘려 절반의 인력으로만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대표와 임원은 월급을 60~100%까지 반납하는 등의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특히 최근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코로나19 사태로 미국, 유럽을 포함한 주요 하늘길이 막히게 되자 항공사가 발행한 자산유동화증권(ABS)과 회사채 신용등급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ABS 등급 평가방식도 재검토되고 있다. 이는 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HDC는 주식가치 대비 3배 이상의 값을 치르고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야 할 처지에 놓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DC 측은 인수를 완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5일 열린 HDC현대산업개발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권순호 대표이사 사장이 "인수합병(M&A)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겠다"며 아시아나항공 인수 철회설을 공식 부인함과 동시에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밝혔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인수불발이나 인수 조건 재검토를 하고 있지 않다"며 "정상적으로 절차를 밟아 진행 중에 있고 유상증자는 이달 중으로 마무리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HDC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연기하면서 이날 오전 한때 HDC의 주가는 전날보다 10.29% 오른 1만7150원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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