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엎치고 '유가' 덮치고···亞 금융시장 '블랙 먼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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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증시 동반 급락···한국 4%·중국 3%·호주7%↓
달러, 채권, 금에 돈 쏠려···국고채 3년물 장중 0%대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박조아 기자] "국내 금융시장의 센티멘트(투자심리)가 완전히 붕괴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더믹(세계적 대유행) 우려와 국제유가 급락으로 '검은 월요일'을 맞은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한 증권사 연구원의 평가다.

9일 코스피지수가 4% 넘게 폭락하며 어렵게 탈환한 2000선이 순식간에 붕괴했다. 반면 안전자산인 채권과 달러, 금에는 돈이 몰렸다.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사상 처음으로 장 중 0%대까지 추락했고(채권 값 상승), 원·달러 환율은 11원 넘게 점프하며 1200원대로 레벨을 높였다(원화 약세).

9일 오후 서울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85.45p(4.19%) 내린 1954.77로 마감했다. (사진=연합뉴스)
9일 오후 서울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85.45p(4.19%) 내린 1954.77로 마감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85.45p(4.19%) 내린 1954.77로 마감했다. 2거래일 연속 내리며 1960선 밖으로 밀린 것이다. 이는 종가 기준 2019년 8월29일(1933.41) 이후 최저치다. 전날보다 59.20p(2.90%) 내린 1981.02에 출발한 코스피는 이후 낙폭을 확대하며 1950선으로 주저앉았다.

코스피 급락을 이끈 건 외국인이었다. 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3122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하며 3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을 이어갔다. 이로써 외국인은 지난 1999년 이후 사상 최대 하루 순매도를 기록했다. 지난 3일간 누적 순매도 금액은 2조235억원에 달한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날 일본 증시에서는 토픽스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61% 급락 마감했고, 닛케이 225 지수도 5.07% 빠졌다. 중국 증시도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종합지수가 각각 3.01%, 3.79% 가파르게 내렸다. 호주 증시의 S&P/ASX 200 지수는 7.33% 하락해 하루 낙폭으로는 2008년 1월 이후 11년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악재와 국제유가 급락이 맞물리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카오스'에 빠지면서 국내를 비롯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데 따른 것이다. 중국에서 비롯된 코로나19가 미국과 유럽에서 급격한 확산세를 계속하면서 일부에서는 글로벌 경제에 코로나19 영향이 아직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3월 지표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이로 인해 금융시장에 다시 타격을 받는 악순환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과 중국은 코로나19가 잡히고 있는 상황인데 유럽이나 미국 쪽은 확산 추세라는 점이 시장의 센티멘트에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여기에 유가가 급락하며 추가 하방 압력을 가했다"고 말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지난 주말 국제유가가 급락했다. 코로나19 팬더믹 공포 속에서 기대했던 추가 감산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6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4.62달러(10.1%) 급락한 41.28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16년 8월 이후 최저치다. 이날 낙폭은 2014년 11월 28일 이후 가장 컸다. 시장에서는 향후 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로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25일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 진열된 제품들 뒤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25일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 진열된 제품들 뒤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 리스크 프리미엄이 높아지면서 위험자산의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과 채권, 달러 값이 급등한 것이 그 방증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11.9원 급등한 달러당 1204.2원에 마쳤다. 전장 대비 0.6원 오른 1192.9원으로 출발한 환율은 고점을 높이다가 오전 중 1200원선을 넘겼다.

특히 3년물 국고채 금리가 장중 사상 처음으로 0%대에 진입했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4.0bp(1bp=0.01%p) 내린 연 1.038%에 장을 마쳤다. 채권 금리 하락은 채권 가치 상승을 의미한다. 국고채 3년물은 장중 한때 0%를 첫 진입했으나, 이후 하락폭을 축소하면서 2~3bp 다시 반등했다.

10년물 금리는 연 1.286%로 8.4bp 하락했다. 5년물과 1년물은 각각 5.5bp 하락, 3.7bp 하락으로 연 1.127%, 연 1.014%에 마감했다. 20년물은 연 1.334%로 10.0bp 내렸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해 주요국 통화정책이 강화되고 이에 따라 지난 주말 미국을 비롯해 영국, 호주, 캐나다 10년물 채권금리가 최저치를 기록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값은 장중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날 KRX 금시장에서 1㎏짜리 금 현물의 1g당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0.73% 오른 6만4480원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6만5400원까지 올라 장중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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