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몽니' 증산, 석유전쟁 '재점화'···"20달러 대 추락할 수도"
사우디 '몽니' 증산, 석유전쟁 '재점화'···"20달러 대 추락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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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석유시설 두 곳이 무인비행기(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이 잠정 중단되면서 국제유가가 19% 이상 폭등했다.(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판매 가격을 인하하고 생산량도 늘리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세계 수요가 확 줄어든 와중에 러시아가 감산에 반대하자 내놓은 조치다.

9일 블룸버그, 로이터통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다음달부터 아시아로 향하는 아랍 경질유의 공식판매가격(OSP)을 두바이-오만유 현물시장 평균 가격보다 배럴당 3.10달러 낮출 예정이다. 이는 3월 가격보다 배럴당 6달러 낮은 수준이다.

아람코는 또 미국으로 향하는 4월 인도분 아랍 경질유의 OPS도 아거스고유황원유지수(ASCI) 대비 배럴당 3.75달러 낮춰 3월보다 7달러 내렸다. 북유럽으로 향하는 아랍경질유의 경우 국제 벤치마크인 ICE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10.25달러 내려 3월보다 8달러 낮아진다. 

이와함께 사우디 정부는 다음달부터 원유 생산량을 기존 하루평균 970만 배럴에서 1000만 배럴로 늘릴 계획이다. 사우디의 산유량이 1000만 배럴을 넘기는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이다. 

FT는 사우디 정부의 산유량 정책에 정통한 소식통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사우디의 산유량이 결국 하루 1100만 배럴을 넘길 수 있다"고 전했다. 사우디 정부의 증산 조치는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충격과 공포’ 전략을 쓰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FT는 "OPEC과 러시아를 포함한 다른 산유국들은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면서 "다른 국가들이 증산하면 사우디가 왜 똑같이 하지 않겠느냐"고 보도했다.

최근 사우디를 비롯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이른바 OPEC+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추가 감산 회의를 열었으나 합의에는 실패했다. 애초 사우디는 OPEC 회원국은 하루 100만 배럴, 비OPEC 국가는 하루 50만배럴을 더 줄이자고 주장했다. 기존 OPEC+ 감산량(210만 배럴)에 추가 감산안을 더하면 감산 전 생산량의 4%가량이 줄어든다. 10년래 가장 큰 감산폭이다.

러시아는 추가 감산을 할 이유가 없다고 버텼다. 이미 수요가 너무 많이 줄어 원유를 감산해봐야 미국 셰일가스기업만 이득이라고 봤다.

OPEC+가 감산 합의에 실패하면서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41.28달러로 10% 내렸다.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 주가는 8일 장중 30.9리얄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상장 당시 공모가인 32리얄이 처음으로 깨졌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의 로저 디완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원유 수요 급감에 사우디 증산까지 겹치면 2분기 유가는 20년래 최저치인 배럴당 20달러 선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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