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불씨 지핀 이주열···"금리정책 수단 여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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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올해·내년 경제성장 2.0%·2.3% 제시…"수출·설비투자 완만 개선"
신인석 금통위원, 금리인하 소수의견-이주열 "경기 바닥 다지고 있어"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아직 기준금리가 연 1.25%면 수단이 남아있는 것 아닌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한 말이다. 역대 최저인 현재 금리 수준에도 추가 인하가 가능하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시장에서는 단순한 사실확인보다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보다 이른 시일 안에 연 1% 기준금리 시대, 다시 말해 '가보지 않은 길'로 한국경제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11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11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연 1.25% 기준금리 동결 배경은 = 이날 한은 금통위는 서울 태평로 본관에서 이주열 총재 주재로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했다. 금통위는 지난 7월, 10월 기준금리를 0.25%p씩 내려 역대 최저로 운용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 반도체 경기 부진,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으로 국내 경기가 빠르게 가라앉자 한은도 금리인하라는 교과서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한은이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를 묶은 주된 근거는 역대 최저 금리 수준에서 일단 그간 인하효과를 지켜보자는 관망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통상 금리인하 효과는 수개월간 시차를 두고 나타나기 때문에 경제환경이 긴박하게 돌아가지 않는 이상 2개월 연속 금리를 내리는 사례도 많지 않다. 이 총재는 "앞으로 거시경제와 금융안정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는 점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했다"고 말했다. 

경기 회복세가 강하지 않지만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이 총재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한은은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3%로 각각 제시했다. 지난 7월 전망치(올해 2.2%, 내년 2.5%) 과 비교하면 0.2%p 각각 낮췄지만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제시한 1%대 후반 전망보다는 낙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여전히 높게 보고 있다. 올해와 내년 모두 2%대 성장률 전망을 고수하기는 했지만 앞서 추정한 잠재성장률(연 2.5~2,6%)을 여전히 밑돌고 있어서다.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상황에서는 금리인하 등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 필요성이 강화된다. 

경기가 저점을 지나고 있다는 '경기 바닥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기조적인 경기 회복세가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한은이 정부의 눈치를 보며 2% 성장 보폭을 맞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 그 방증이다. 앞서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2.1%로 제시한 바 있다.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경제 전망(2019.11월) 기자설명회'에서 이환석 한은 조사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경제 전망(2019.11월) 기자설명회'에서 이환석 한은 조사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2.0% 성장률 달성 가능할까… = 올해 2.0% 성장률이 달성되기 위해서는 4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1.0% 성장에 근접한 빠른 경기 반등이 나타나야 하는데, 현재까지 발표된 지표들에서는 그만한 반등을 기대할 근거가 희미하다. 

당장 이날 나온 통계청 10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산업·투자·소비 등 주요 경기 지표가 감소하는 '트리플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지난달 전 산업생산(계절조정, 농림어업 제외)이 전월보다 0.4% 감소한 가운데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광공업생산은 전월 대비 -1.7%를 기록했고,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3.2%로 전월 대비 2.3%p 하락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비판매액은 전월보다 0.5% 감소했다.

실제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분류되는 신인석 금통위원이 0.25%p 금리인하 소수의견을 개진한 가운데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문에서 '두 차례 금리인하 효과를 지켜보면서'라는
문구를 삭제해 금리인하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란 기대를 높였다. 

이 총재도 금리인하 불씨를 당겼다. 그는 "아직 금리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 "아직은 금리를 가지고 할 룸(여력)이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대해 허태오 삼성선물 연구원은 "금리 하단에 갈수록 예상됐던 이 총재의 신중함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11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11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내년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 지속 = 시장은 내년 금리인하를 유력하게 본다. 다만 인하 시점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 컨센서스는 내년 상반기 금리동결이 우세한 상황이다. 최근 조사된 국내 주요 12개 증권사 컨센서스 결과 내년 상반기에 금리인하를 예상하는 경우는 5개사 에 불과했다. 

김민형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제시됐지만 당분간 추가 금리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내년 1~2분기 동안은 추가 금리인하 단행 없이 경기경로를 점검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반대로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내년 초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전망한다"고 했다. 오 연구원은 "국내 경제의 구조적인 성장둔화 문제 등으로 이미 정부가 경기부양 총력전을 선언했다"면서 "이에 따라 재정정책에서 슈퍼예산 편성과 함께 통화정책 측면에서도 정책공조 차원의 추가 금리인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허 연구원은 "대외여건에 따른 글로벌 불확실성이 여전한 데다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되더라도 국내 경제에 긍정효과가 가시화되는데는 큰 시차가 존재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에 따라 한은이 내년 2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현재 전망치보다 개선된 수치를 내놓을 수 없을 것이며, 그렇다면 같은 달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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