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가보지 않은 길 '기준금리 1%' 문턱서 멈칫···연 1.25%
한은, 가보지 않은 길 '기준금리 1%' 문턱서 멈칫···연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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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률 전망 '관전 포인트'···내년 1분기 금리인하 가늠자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한국은행은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동결을 택했다. 이미 올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해 사상 최저치로 끌어내린 상황이다. 기준금리 연 1%의 '가지 않은 길' 초입에서 한은도 장고(長考)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미 금융시장에선 금리동결 전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한은이 함께 발표하는 수정 경제전망에 더 관심이 쏠린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제시할지, 또 내년 경제에 대해 어떤 수치와 전망을 내놓을지가 이달 금통위의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다. 

29일 한은 금통위는 서울 태평로 본관에서 이주열 총재 주재로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로 묶었다. 금통위는 경기부양을 위해 지난 7월, 10월 기준금리를 0.25%p씩 내려 역대 최저로 운용하고 있다. 금리를 내린지 한 달밖에 되지않은 데다 뚜렷한 경기회복 시그널도 나오지 않고 있어 인하효과를 지켜보면서 추가 금리조정 시기를 저울질 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첫 금통위는 1월 17일 열린다. 

시장에서 이달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은 일찌감치 사그라든 상태였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4~20일까지 채권 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99%가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금리인상을 예측한 전문가는 0%, 금리인하는 1%에 불과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더 내릴 수 없는 실효하한을 시장에서는 0.75~1.00%로 추정한다. 현 기준금리가 1.25%라는 점을 고려하면 0.25%p씩 두 차례 인하 스텝이 남았다. 연 1% 가지 않은 길 까지는 1번의 금리인하 카드가 남았다. 금통위로서도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하는 것이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몇 명까지 나올 것인가에 관심이 모인다"고 했다. 현재 시장 컨센서스는 만장일치 동결 또는 1~2명 금리인하 소수의견이다. 지난달 금통위에서는 4명이 금리인하를 주장했는데, 만약 이달 금통위에서 2명의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등장할 경우 내년 1분기 추가 인하에 대한 강한 시그널로 해석해야 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11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11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가장 큰 관심사는 금통위 직후 발표될 수정 경제전망이다. 일단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7월 제시한 2.2%에서 0.2~0.3%p 하향조정될 전망이다. 2%대 유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경기가 저점을 찍고 미세하게 회복했다고 보는 쪽은 그래도 한은이 2%대를 수성할 것이란 기대를 놓지 않고 있다.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지난 10월 2.0~2.1% 수준으로 잡은 만큼 한은이 1%대 성장률을 제시할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이다.  

다만 경기 둔화를 아직 현재진행형으로 보는 쪽은 한은이 올해 1.9%까지 전망치를 낮출 수 있다고 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올해 성장률 2%달성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나라 성장률이 2%에 못 미쳤던 적은 한국전쟁 직후 농산물 흉작 피해가 극심했던 1956년(0.7%), 제 2차 석유파동이 있었던 1980년(-1.7%), 외환위기 직격탄을 맞은 1998년(-5.5%),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미친 2009년(0.7%) 등 4차례에 불과하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당초 2.5%에서 2.2~2.3%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어떤 숫자가 나오 든 올해보다는 높은 수치지만 앞서 한은이 추정한 잠재성장률 수준(연 2.5~2.6%)을 올해와 내년 모두 충촉시키지 못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상황에서는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 필요성이 강화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추가 금리인하와 신산업 규제혁파, 노동 및 공공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더 커질 전망이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내년 초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전망한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국내 경제의 구조적인 성장둔화 문제 등으로 이미 정부가 경기부양 총력전을 선언했다"면서 "이에 따라 재정정책에서 슈퍼예산 편성과 함께 통화정책 측면에서도 정책공조 차원의 추가 금리인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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