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라돈' 검출에 건설사-입주민 수개월째 공방
[현장] '라돈' 검출에 건설사-입주민 수개월째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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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민 "근본적 해결책은 검출된 건축자재 제거"
건설사 "환경기준 지켰고 자체측정 결과 문제없다"
지난해 11월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영종 스카이시티 자이' 일부 단지에서 라돈을 측정하고 있는 모습. (사진= 박성준 기자)
지난해 11월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영종 스카이시티 자이' 일부 단지에서 라돈을 측정하고 있는 모습. (사진=손동수 스카이시티 자이 입주자대표 )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인천 지역 내 신축아파트에서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기준치를 초과해 입주자와 건설사간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 건축자재에 대한 환경기준이 없는 데다 정부 또한 연구용역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현재진행형인 '라돈 논란'이 해결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 연수구 송도동·중구 영종동의 신축 아파트 입주민들은 '라돈 검출' 문제로 건설사들과 수개월째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7월 입주를 시작한 인천 중구 '영종 스카이시티 자이'는 일부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라돈 측정을 진행한 결과, 라돈 수치가 환경부 권고치를 초과해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중구청은 11월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해 4세대(입주·미입주 각 2세대씩)의 거실에서 48시간 검사를 실시했고 4세대 중 2세대에서 284베크렐(QB/㎥), 211QB/㎥의 라돈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 기준치인 200QB/㎥을 초과하는 수치다.

손동수 스카이시티 자이 입주자대표는 "입주민, 건설사, 인천시, 환경보건연구원 등 다자간이 참여했음에도 라돈이 높게 검출된 결과도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건설사 측에서 재측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높게 측정될 경우에 대한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슷한 시기 입주를 진행한 연수구 송도신도시 내 '송도 더샵 센트럴시티'에서도 라돈이 검출됐다. 

입주자대표단은 지난해 10월 입주민들이 자체 측정했을 때,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미입주 12가구 중 화장실 내 선반에서 666QB/㎥, 안방에서 437QB/㎥이 측정됐으며 지난달 12일 '실내 공기질 공정시험기준'에 따라 측정한 재측정한 결과도 295QB/㎥으로 나왔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입주민들은 현관·화장실·주방 등 시공된 건축자재에서 라돈이 발생하고 있다며 교체공사를 요구하고 있다. 

손동수 스카이시티 자이 입주자대표는
손동수 스카이시티 자이 입주자대표는 "입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측정한 결과 환경부 기준치(200QB/㎥)를 초과하는 라돈이 검출됐다"고 주장했다. (사진=손동수 스카이시티 자이 입주자대표)

하지만 건설사들은 내부적으로 검사한 결과 문제가 없거나, 민간업체 라돈 측정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건설사 관계자들은 "자체 연구기관에서 조사한 결과, 라돈 수치가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았으며 국립환경연구원 용역 준 업체로 검사방식도 지켰다"며 "민간에서 측정방식을 지키지 않은 데이터를 인정할 수 없고, 자체조사결과로 무조건 자재를 바꿔줄 수는 없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에서는 라돈 등 유해물질과 관련한 건축자재 환경기준이 없다. 입주민들과 건설사 간 서로의 입장만 되풀이하며 수개월째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유다. 실제 공기질 관리 차원에서 라돈저감공법 사용 공고 등 권고 기준만 있으며, 환경부에서 제시하는 기준치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제시하는 기준(100QB/㎥)보다 2배 높다. 이 또한 권고기준일 뿐이어서 강제할 수도 없다.

입주민과 건설사 간 진전 없는 대치가 길어지고 있지만 정부도 마땅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환경부는 올해 6월 라돈 관련한 연구용역이 끝나는 대로 구체적인 안전기준을 마련한다고 하지만 기준안이 마련된 이후에 진행되는 건물에만 해당되는 것일 뿐 현재 진행 중인 문제에는 조치를 취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실내 공기질 관리차원에서 권고사항만 존재하고, 구체적인 기준안이 없어 '라돈 아파트'에 대한 제재나 처벌, 개선 조치 등이 불가한 상황"이라며 "최근 기존 공동주택의 라돈 검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대응방안 마련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권명희 국립환경과학원 생활환경연구과장은 "고농도로 (라돈이) 검출되는 건축자재에 관해서는 국토교통부나 환경부 모두 사용하지 못하게 하도록 관리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면서 "환기를 시키는 것만으로도 실내 라돈 농도를 충분히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자주 환기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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