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 논란下] '잣대' 없는 정부, 라돈 아파트 논란에도 속수무책
[라돈 논란下] '잣대' 없는 정부, 라돈 아파트 논란에도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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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충북 일부지역 평균 라돈수치 '기준치 초과'
권고기준, 2018년 1월1일 이후 공동주택에만 적용
(사진= 환경부, 손동수 스카이시티자이 입주자대표)
(사진= 손동수 스카이시티자이 입주자대표, 환경부)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최근 신축 아파트들에서 일고 있는 '라돈 논란'에 입주민들이 건설사업자 본사에 찾아와 시위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정부는 6월 중 연구용역을 끝내고 건축자대 등과 관련된 구체적 안전기준을 마련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미 라돈을 놓고 입주민과 건설사업자 사이에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라돈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정한 1급 발암물질로, 담배에 이은 폐암 발병 2위의 원인물질로 지목된다. 토양, 암석 등에 존재하는 무색무취 자연방사성 가스로, 건물 바닥이나 벽의 갈라진 틈을 통해 실내로 유입된다.

정부도 최근 라돈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환경부·국토교통부·원자력안전위원회로 구성된 실무진 협의체 특별전담조직(TF)을 구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공사가 완료돼 입주를 하고 있는 입주민들은 정부의 기준보다 라돈이 높게 검출된다며 건설사업자에게 자재 교체를 요구하는 등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인천 중구 아파트 입주민들은 지난 11일 시공사 본사로 찾아와 대리석 전면교체를 요구하며 항의시위를 벌였다. 

전문가들은 '라돈 아파트' 논란이 지속되는 가장 큰 원인으로 '건축자재 환경기준안'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목하고 있다. 

현재 라돈 등 유해물질과 관련한 건축자재 환경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고 실내 공기질 관리 차원에서의 라돈저감공법 사용 공고 등의 권고 기준만 있다. 신축 아파트의 경우 공사가 완료되면 라돈 수치를 공개해야 하지만 권고사항인 만큼 기준치를 초과하더라도 특별히 처벌이나 제재를 받지 않는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실내 공기질 관리차원에서 권고사항만 존재하고, 구체적인 기준안이 없어 라돈 아파트에 대한 제재나 처벌 또는 개선 조치 등이 불가한 상황"이라며 "최근 기존 공동주택의 라돈 검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대응방안 마련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변경된 라돈 기준이 모호하단 지적도 나온다. 환경부 기준 실내공기질 라돈 권고 기준치는 현행 200베크렐(Bq/㎥)에서 올해 7월부터 148Bq/㎥로 강화되지만 일부 지역 아파트의 경우 실내 평균수치가 이미 기준치를 초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전국 실내 라돈 지도' 통계에 따르면, 2012~2018년 겨울 지역별 아파트 실내 평균 라돈 수치는 서울 종로구(159Bq/㎥), 경기 가평군(175Bq/㎥), 포천시(154Bq/㎥) 등에서는 이미 변경될 기준치를 초과한 상황이며, 강원과 전북 등 5곳에서는 200Bq/㎥을 넘어서고 있다.

환경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WHO 권고 기준은 국제 기준상 굉장히 강한 수준의 권고사항으로, 실제 WHO에서도 지역 환경에 따라 100에서 300까지 적용할 수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기준을 따라 우리도 148을 적용하기는 했지만, 이 또한 적지 않은 수치"라고 말했다.

더욱이 이러한 권고 기준은 2018년 1월1일 이후 사업승인을 받은 아파트들에만 해당돼 이미 지어진 건축물들은 물론, 지난해부터 올해 입주하는 단지들도 모두 라돈검출과 관련해 권고 대상에 적용되지 않는다. 특히, 향후 안전기준이 마련된다고 하더라도 기준 마련 이후에 지어지는 건축물에 적용되기 때문에 기존 건축물 입주민들은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국민의 알권리·건강을 위해서 정부가 먼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라돈과 관련한 공동주택에 대해서는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하고, 건축자재에 대해서도 라돈 유발 물질을 사용하지 못하게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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