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 CPU 자체개발, 약인가 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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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기간 단축에는 강점, 투자비용은 부담
“규모의 경제 실현한 IBM, 공동개발 가능성 낮아”

[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서버에는 CPU라는 중앙제어장치가 장착된다. 인체에서 두뇌에 해당하는 중요 부품이다. 하지만 서버 업체들은 이 CPU를 개발하는데 자체개발과 공동개발이라는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자체개발의 대표적인 업체는 IBM이고, 공동개발은 HP와 썬이 있다. HP는 반도체 업체인 인텔과, 썬은 같은 서버업체인 후지쯔와 공동개발을 하고 있다. IBM이 파워6라는 CPU를 개발하면서 한창 주가를 올리자, HP는 인텔의 투킬라를 장착한 슈퍼돔의 후속모델을 올해 안에 발표하겠다고 밝히면서 자체개발에 대한 해묵은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양사는 라이벌 업체답게 CPU 자체개발과 공동개발의 장점을 설명하며, 상대적 우위를 주장하고 있다."

■자체개발 - 제품개발 추진에 강점
IBM이 파워6의 후속 CPU 모델로 개발 중인 파워7은 이미 기본적인 개발을 끝내고, 대량생산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식적인 제품 출시는 2010년 안에 이뤄질 전망이다. 외신에 따르면, 파워7은 8개의 코어를 탑재하고, 동작 속도(클럭스피드)는 4GHz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IBM 플랫폼사업부 홍문성 본부장은 “파워 7은 이미 미국 국방성과 계약이 돼 출시 이전부터 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홍 본부장은 CPU 자체개발의 장점은 시장의 좋은 반응이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07년 2분기 미드레인지 파워6 출시, ‘07년 4분기 로우엔드 파워6 출시, ‘08년 2분기 하이엔드 파워6의 출시가 이뤄질 때마다 HP를 뛰어넘는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홍 본부장은 “IBM의 새로운 제품이 고객의 기대를 만족시키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어 “자체개발의 경우 IBM이 직접 예산을 투자해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제품 출시시기를 맞추는 등의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비용이 지나치게 많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핸드폰을 예로 들어보면, 5년 전과 지금이나 구입비용은 비슷하지만, 성능은 훨씬 향상돼 있다”며 “오히려 기술력 개발에 투자를 꺼리는 것이 장기적인 수익성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고 답했다.

■공동개발 - 투자비용 부담을 줄인다
HP는 정반대의 입장이다. CPU 개발에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그 비용을 한 서버업체가 분담하는 것은 지나치게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HP BCS(비즈니스크리티컬 서비스) 사업부 강원무 이사는 “CPU의 개발 비용은 그리 크지 않다. 문제는 개발된 CPU를 대량생산하는 비용”이라고 말했다.

IBM이 기존 파워6를 생산했던 65나노미터 공정을 파워7에서는 45나노미터 공정으로 바꾸기 위해 설비투자를 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반면, HP는 지난 2004년 인텔에 CPU 개발과 생산을 넘기면서 이러한 위험 비용을 줄였다는 설명이다. 강 이사는 “IBM과 HP같은 서버 업체가 CPU를 개발해 생산하는 것 보다는 전문 반도체 업체에 맡기는 것이 비용을 훨씬 절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강 이사는 “IBM처럼 수십조원의 비용을 투자해 서버를 개발하면, 이익 창출을 위해 제품가격을 그만큼 비싸게 책정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유닉스 서버 시장은 전세계적으로 규모가 점점 축소돼 이익 창출이 쉽지가 않다”고 지적했다.

인텔 역시 HP와 같은 주장이다. 인텔 서버아키넥쳐 매니저 나승주 부장은 “반도체 생산라인 하나를 만드는 데만 수조원의 투입되는데, 최근 유닉스 시장은 투입 금액만큼 이에 상응하는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가 지극히 의문시 된다”며 “HP가 인텔과 협력하는 것은 이처럼 천문학적인 투입비용을 생각할 때, 인텔과의 공동개발이 더 경제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와 함께 바라봐야
하지만 IBM과 HP의 주장을 서버업계로 한정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도체와 함께 엮어서 생각해야 한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IT업계 관계자는 “HP는 인텔과 공동개발을 하기 이전에도 서버용 CPU만 개발하고 있었다. 즉, 반도체 생산에서 가장 중요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의 경우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 중요한데, HP는 서버용 CPU만 개발하고 있었기 때문에 애초부터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자체개발이란 카드를 버리고, 인텔과의 공동개발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이어 이 관계자는 “반면, IBM은 메모리부문에서 삼성전자와 협력하고, 스토리지, 각종 프로세서, 칩셋 개발 등을 하는 등 거의 모든 반도체를 생산하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상태다. IBM이 굳이 공동개발을 선택할 이유가 없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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