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덩치만' 공룡그룹 전락
농협, '덩치만' 공룡그룹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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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부문 '어닝쇼크'…M&A 경쟁서 번번히 낙마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ihkong@seoulfn.com>거대 금융그룹 농협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번번히 무시 당하는 '허울 좋은 금융그룹'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농업협동조합'으로서 본연의 역할에는 소홀한 채 신용부문 확대에만 골몰하고 있지만 번번히 경쟁 회사에 밀리고 있는 것. 특히 최근에는 시중은행들보다 과감한(?) 해외투자로 막대한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또 한차례의 홍역을 치루고 있다.
 
▲  농협중앙회  © 서울파이낸스

■"농협이 경쟁상대라고?"
지난 19일 HSBC와 론스타의 매매계약이 파기되자 국내 은행들 간 외환은행 인수를 둘러싼 갖가지 시나리오가 생산되고 있다. 외환은행 인수에 적극적인 의지를 내비친 곳은 국민은행과 하나금융 그리고 농협 등이다.
표면적으로는 이들 은행간 3파전이 예상되지만 농협을 유력한 후보로 보는 시각은 전무하다. 농협에 대한 금융권의 일반적인 시각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농협은 외환은행뿐 아니라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우리금융 등 정부가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은행들에도 관심을 표해 왔으나 인수전 시나리오에서 농협은 번번히 제외돼 왔다. 금융시장의 이같은 시각은 농협의 인수합병(M&A) 경력과 무관치 않다.
사실 농협의 신용부분 수익은 전체 수익의 90%에 육박할 만큼 대형 시중은행과 큰 차이가 없다. 이 때문에 농협은 '공룡그룹'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며 국내 금융시장에서 무시 못할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하지만 M&A 시장에 있어서만큼은 치욕적인 전철을 밟아왔다.
지난 2006년 신한금융에 LG카드를 빼앗긴 바 있는 농협은 올해에 들어서만 수차례의 인수전 뛰어들었지만 번번히 고배를 들이켰다.
올초 관심을 표했던 한누리증권은 국민은행에 뺏기고, 기보캐피탈은 아주그룹에 밀리는 수모를 겪었다.
이후 한국캐피탈에도 관심을 내비쳤으나 인수전에 참여하지도 못하는 굴욕을 겪었으며, 물류업계의 '대어'로 꼽혔던 대한통운도 금호아시아나에 뺏겼다.
이 때문에 M&A 시장에서는 농협에 대해 '덩치만 공룡'이라는 평가마저 들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규모만 따지고 보면 농협은 국내 최대 금융그룹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지만 '농민조합'이라는 특수성과 역대 농협 대표들의 무능 때문에 규모에 맞는 '대우'를 못 받은 게 사실"이라며 "최원병 회장 취임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급기야 금융권 일각에서 농협의 지주사 전환 역시 장담할 수 없다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으며, 김석동 전 기획재정부 차관을 농협경제연구소 대표로 선임한 것도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인사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무리한 사업확장 '덜미'
그동안 신용부문에서 급격히 자산을 늘려온 농협이 최근에는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라는 암초에 걸려 허우적대는 모습이다. 농민조합이라는 정체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덩치 키우기'에 열을 올려온 탓이다.     
지난 25일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농협중앙회로부터 확보한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농협은 해외투자은행의 신용파생상품(CDS)와 부채담보부채권(CDO)에 투자해 입은 손실이 올 8월 들어서만 118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CDS의 경우 최근 미국 상업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인수된 메릴린치에 2000만달러를 투자해 51억원의 손해를 봤으며, 은행지주사로 전환한 골드만삭스에도 4000만달러를 투자해 86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또 HSBC에 투자해 입은 손실도 114억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농협은 지난 하반기에만 무려 426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강기갑 의원은 "1181억원은 미국 4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의 피해는 포함되지 않은 규모"라며 손실폭이 더 커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강 의원은 이어 "농협의 해외투자 금액은 지난 2004년 1조원에도 못 미쳤던 것이 지난해 이후 3조원까지 늘었다"고 말했다.
'농업의 안정적인 지원을 위해선 신용부문 확장이 불가피하다'는 농협의 주장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농협의 신용부문 손실은 고스란히 농협의 농업지원 정책으로 연결된다.
더 큰 문제는 해외시장뿐 아니라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력 역시 현저히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
올 상반기 농협은 은행부문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5% 수준에 불과한 2757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는 데 그쳤으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6월말 현재 바젤Ⅱ 기준으로 10.15%에 그쳐 지난해 동기 대비 2.16%포인트 추락했다.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도 0.34%, 5.45%로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1.11%포인트, 17.23%포인트나 떨어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농협의 상반기 실적은 '어닝 쇼크' 수준"이라며 "올 하반기 녹록지 않은 금융시장을 반영할 경우 3년 연속 1조원대 순이익 달성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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