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입찰 이르면 내달 말···"적격성 문제 없어"
부실금융기관 정지 신청 기각···법률리스크 해소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MG손해보험의 인수전이 사모펀드(PEF) 2파전 양상이 되면서 완주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매각 측인 예금보험공사가 자금지원 카드를 꺼내든 데다 사모펀드들도 높은 관심을 보이며, 이전과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이날부터 예비인수자 2곳을 대상으로 5주간 MG손보에 대한 실사기회를 제공한다. 매각 측인 예보는 실사 작업이 끝나면 곧바로 본입찰을 진행하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본입찰 예상 일정은 오는 5월 말~6월 말이다.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곳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국내 데일리파트너스와 미국계 JC플라워인 것으로 전해졌다. 예보가 이들의 적격성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만큼, 매각 작업은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MG손보의 매각 시도는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진행된 두 차례의 매각 과정에선 원매자 풀이 구성되지 않으면서 모두 불발됐다. MG손보의 최대주주인 JC파트너스와의 소송 리스크, 악화된 재무건전성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인수작업이 무산됐다.
실제로 MG손보는 지난해 83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직전 연도에는 순이익 324억원을 기록했다. 보험손익이 전년 대비 늘었음에도 투자손익이 악화하면서 순손실로 이어진 모습이다.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후엔 신계약 건수도 줄곧 감소세다.
건전성을 가늠할 수 있는 K-ICS(킥스·지급여력비율)는 지난해 말 기준 개선됐을 것으로 예상되나, 작년 3분기 말 기준으로는 경과조치 적용 전 50.1%, 적용 후 64.5%를 기록했다. 이는 금융 당국이 제시한 보험사들의 킥스 비율 권고치인 150%를 훨씬 밑도는 수치다.
좀처럼 실적과 재무건전성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지난해부터 유력 인수 후보로 꼽혔던 우리금융지주와 교보생명 등 금융사들의 불참은 이미 예견됐다는 지적이다. 이들 금융사는 MG손보 매각 초기 과정에서 검토에 나서기도 했지만, 추가 자금 투입 등을 감안했을 때 매력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후엔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대형 금융사와 달리 사모펀드들이 인수전에 뛰어든 이유는 MG손보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수 후 지금의 낮은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기업가치를 올려,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재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특히 데일리파트너스를 이끄는 신승현 대표는 보험 관련 경력이 두터운 인물로, 과거 ABL생명과 KDB생명 인수전에도 나선 바 있다. 지난 2022년엔 MG손보 경영총괄 대표로 지냈다는 점에서 회사 내부 사정에도 밝다는 평이다.
예비인수자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일각에선 매각 성사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예보 역시 단순 지분거래(M&A)뿐만 아니라 계약이전(P&A) 방식의 거래도 허용하면서 강한 매각 의지를 드러낸 상황이다.
P&A는 MG손보의 보험계약, 우량자산 등을 이전받아 인수자의 부담을 덜 수 있다. 예보는 매각 성사를 위해 두 경우 모두 자금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걸림돌로 작용했던 법률 리스크도 해소됐다. MG손보의 매각을 저지하기 위해 JC파트너스가 법원에 제기한 부실금융기관 지정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이 지난 22일 기각되면서다.
앞서 JC파트너스는 예보의 매각 재개 소식이 전해지자 MG손보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한 금융위원회 결정에 대해 집행을 중단해달라는 신청을 냈다. P&A 방식에 대한 우려로 긴급 집행정지를 요청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향후 기업가치에 주목해 사모펀드들이 관심을 보여온 것으로 안다"며 "인수자의 부담 자체가 크지 않은 데다 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한다면 매각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지만, 또 다시 사모펀드로 인수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MG손보와 함께 롯데손해보험 매각도 물꼬를 트면서 보험사 M&A 시장에 활기가 돌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롯데손보 매각 주관사인 JP모건은 전날부터 인수 후보군을 대상으로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대상은 최대주주 JKL파트너스가 보유한 롯데손보 지분 77%(경영권 포함)이다. 오는 6월경 본입찰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JKL파트너스는 매각가로 2조원 이상을 희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