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기 이유 있네···공유 주거 '코리빙 하우스' 직접 가보니
[현장+] 인기 이유 있네···공유 주거 '코리빙 하우스' 직접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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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 증가·전세사기 불안·일상 공유 욕구에 코리빙 하우스 수요↑
월세 100만원 수준이지만 중개수수료·관리비 없어···가구도 기본 제공
가정집엔 없는 쾌적한 공유 시설·역세권 입지·단기 임대 가능 등이 장점
정부도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 권장···세제·금융 지원 등 제도 개선 마련
신촌 코리빙 하우스 '맹그로브 신촌'의 입주민들. (사진=맹그로브 홈페이지)
신촌 코리빙 하우스 '맹그로브 신촌'의 입주민들. (사진=맹그로브 홈페이지)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공유 주거 상품인 '코리빙 하우스'가 떠오르고 있다. 이는 침실·화장실 등의 개인 공간을 보장받으면서 거실·주방·운동시설 등을 공유하는 일종의 기업형 임대주택이다. 주거 환경이 쾌적하고 중심가 역세권에 위치하는 데다가, 월 단위로 원하는 만큼만 거주할 수 있어 수요자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받고 있다는 평가다.

서울에서 운영 중인 코리빙 하우스 여러 곳에 기자가 문의한 결과 현재 입주하기 위해서 대기가 필요한 상황이 다수 발생했다. 인기가 많은 곳은 최소 6개월 이후 입주가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기도 했다.

13일 기자가 방문한 코리빙 하우스 '셀립 여의'는 지하철 1호선 대방역에서 도보로 6~7분 거리고, 여의도까지도 도보 이동이 가능해 직주근접이 우수하다. 총 130여개의 개인실이 있으며, 일부는 호텔 방식으로 운영하고 나머지는 입주민 전용이다. 방 타입은 여러 종류지만 월세 유형으로 보면 세 115만원과 125만원으로 구분되고, 보증금은 400만원으로 동일하다. 가구 배치, 전망 선호도에 따라 방 유형을 선택하면 될 것 같아 보인다.

코리빙이란 Cooperative(함께) + Living(산다)의 합성어로 기존의 셰어(share)하우스보다 독립 공간과 공유 공간을 모두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통상 하나의 집을 쪼개서 공유하는 셰어하우스는 방마다 면적과 월세가 다르고, 실질적인 사생활 보장이 어려웠지만 코리빙 하우스는 월세를 획일화했고 개인 공간도 비밀번호·출입키 등을 설치해 '방'보단 '내 집' 느낌이 강하다. 아울러 일반 가정집이라면 설치가 불가능했을 피트니스나 대형 독서실, 플레이룸 등도 마련된다.

방 내부에 들어가 보니 주방이 제외됐기 때문에 킹사이즈의 침대를 두고도 넉넉한 공간활용이 돋보였다. 침대와 냉장고, 전자레인지, 수납장, 장롱, 책상, TV 등 가구가 기본 제공되며, 샤워부스가 설치된 화장실 사이즈도 일반 아파트 수준으로 쾌적했다. 도심에 위치하지만 건물 앞 도로로부터 소음 차단율이 높았으며, 확 트인 전망도 장점 중 하나였다.

아울러 개인 물품 등을 가져와 사용하지만, 화장실 휴지가 무상 제공되며 월 2회 원하는 날짜에 무료로 '하우스 키핑(청소)'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짐이 많은 경우 월 3만원을 내면 객실 외에 있는 대형 개인 캐비닛도 별도로 사용할 수 있다.

공유 공간인 주방은 오븐을 포함한 각종 주방 가전들이 준비돼 있고, 식기들도 사용할 수 있다. 원룸에 산다면 누리지 못할 넓은 조리대와 환풍 시설, 개방감 덕에 요리에 재미를 붙이기 좋아 보였다. 테이블은 카페 또는 레스토랑이 연상될 만큼 다양하게 배치 돼 있었고, 심지어 소파에 앉아 TV를 시청하며 밥을 먹을 수 있는 프라이빗 공간도 있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독립 공간인 침실, 공유 주방, 루프탑 휴게 공간, 세탁실 등. (사진=박소다 기자)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독립 공간인 침실, 공유 주방, 루프탑 휴게 공간, 세탁실 등. (사진=박소다 기자)

세탁실엔 세탁기와 건조기 대수가 넉넉해 다른 입주민의 빨래를 기다릴 상황은 없을 것 같아 았다. 주방, 세탁실 외에도 피트니스 공간, 조용하게 공부할 수 있는 공유 공간(개인 독서실도 있음), 회의실, 복사·프린트 실, 거실, 루프탑 등이 있다. 이곳 모두 입주민들은 무료로 24시간 이용 가능한 곳이다.

월 정기 금액을 내고 주차도 가능하며, 인근 주민센터에 문의 결과 전입신고도 가능하다. 자격이 맞는 경우 청년 월세 지원 또한 가능하다. 현재 월 소득 134만원 미만 34세 이하 무주택 청년은 서울시로부터 월 20만원의 월세지원에 신청할 수 있다.

부동산을 통하지 않기 때문에 중개수수료를 아낄 수 있으며, 세 안에 관리비도 모두 포함돼 있다. 전반적으로 월세 115만원이면 합리적이라는 느낌이다. 국토교통부 발표를 보면 현재 비(非)아파트 신규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 비중이 70.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서울 신축 연립·다세대 원룸(보증금 1000만원 기준)의 평균 월세가 101만5000원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관리비도 별도다.

이날 만난 입주민 A씨(36세)는 "인근 오피스텔과 월세가 비슷한데 보증금도 더 적고, 기업이 운영하기 때문에 주거 불만에 대해 집주인과 얼굴 붉히며 갈등 겪을 일이 없을 것 같아 선택했다"라며 "무엇보다 최소 계약이 1년이 아닌 단기 임대도 가능해서 현재 3개월 계약하고 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단기 형식의 주거 임대, 또 지난해 전세사기 여파로 세입자들이 '개인'인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최소 몇 년 간 맡겨야 한다는 불안감 등 때문에 최근 젊은층이 기업 운영 임대주택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분석한다.

아울러 독립적인 생활을 보장받으면서도 동시에 누군가와 일상을 공유하고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코리빙 하우스와 맞아떨어지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제공되는 코리빙 하우스만의 서비스도 큰 장점이 됐다. 현재 일부 코리빙 하우스에선 요리 클래스, 입주민 러닝, 인근 맛집 탐방 등 커뮤니티 프로그램이 활성화돼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코리빙 하우스는 공간을 함께 쓰며 주거비 부담을 낮추는 형태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서비스 측면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수요가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에선 1인가구 증가세에 맞춰 코리빙 하우스에 대한 정부 지원도 커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1.10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정부는 기업형 임대주택 활성화를 위해 이를 추진하는 기업들에게 세제·금융 지원을 하겠다 밝혔다.

기업 입장에선 임대료를 받다 향후 건물 매각 시 시세차익도 얻을 수 있고, 세 혜택도 예고된 만큼 앞으로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다. 현재 대표적인 코리빙 하우스로는 SK디앤디 '에피소드', ', KT에스테이트의 '헤이', MGRV의 '맹그로브', 네오밸류의 '누디트' 등이 선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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